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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광장] 서울 가서 굶다 온 이야기

모처럼 서울에 가 충무로 3가에 있는 친구가 경영하는 호텔에 짐을 풀었다. 수술을 5번이나 하고도 아직 살아있다는 친구는 펜데믹 동안의 극심한 경영난으로 호텔을 매각하려고 내어놓았으나, 살 사람이 없어서 막대한 적자를 감수하며 문만 열어 놓고 있다고 했다.  
 
학교 다닐 때는 왕십리, 삼각지, 노량진, 영등포 등 전차 종점에만 살아도 통학생이라고 놀려 댔는데, 졸업하고 나서는 서울 도심에서 모두 한 시간, 두시간 걸리는 외곽 지대에 살고 있기 때문에, 친구들을 만나 보기가 힘들게 되었다. 전화 또한 자기가 아는 번호만 받고, 보이스 피싱 때문에 모르는 전화는 아예 받지를 않아서, 가까운 친구의 친구를 통하여 몇 다리를 건너야 겨우 통화를 하는 지경이 되어 불편하기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거기까지도 괜찮았다. 경영난과 인건비 때문에 호텔의 식당이 문을 닫아, 할 수 없이 아침을 먹으려고 인근의 수없이 많은 식당을 찾았으나 하나도 문을 여는 곳이 없었다. 일 분도 틀리지 않고 12시 정각에 ‘땡’해야 문을 연다는 것이었다. 그뿐만 아니라, 오후 3시부터 5시까지는 쉬는 시간이기 때문에 밥을 팔지 않는다. 유럽을 따라간다는 것이었다.  
 
“이런 세상에….” 주인의 입장에서는 한 그릇이라도 더 팔아야 식당 운영을 할 수 있는 것이 아닌가. 조만간 식당이 망해 문을 닫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정작, 서울 사람들은 10시 정도 되어야 가게 문을 열고, 저녁에도 일찍 문을 닫는다. 그뿐만이 아니다. 토요일과 일요일에는 문을 닫는 가게들이 많고, 시내에  다니는 차량의 수도 확연히 달라진다. 한국이 잘산다고 하더니, 정말 잘살긴 하는가 보다.  
 
할 수 없이 24시간 문을 여는 편의점에 가서 컵라면을 사다가 호텔 방에 와 커피포트에 물을 끓여 끼니를 때웠다. 밤늦게 편의점에서 일하는 아가씨들도 한국말 발음이 어눌한 걸 보니, 동남아나 다른 나라에서 온 사람들인 것 같다.  
 
호텔 창문을 통하여 지척지간에 보이는 남산 타워가 뿌옇게 보인다. 내가 늙기는 늙었는가 보다. 공연히 잘 돌아가는 한국을 걱정하다니…. 그러나저러나 어디 있던지, 하루 세끼 밥은 먹어야 사는 것 아닌가. 쫄쫄 굶어 죽기 전에 살던 곳으로 빨리 돌아가야지. 한 달간 멋모르고 서울에 나갔으나, 기아 선상에서 헤매다가 겨우 명줄을 부여잡고 집에 돌아왔다. 

주영세 / 은퇴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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