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산책] 종교와 예술의 온전한 화합
‘대구 시립예술단의 베토벤 교향곡 공연이 종교 편향을 이유로 무산됐다. 시 조례로 설치 운영되는 종교화합자문위원회가 가사 중 ‘신’이라는 단어를 문제 삼았기 때문이다…. 대구의 시립예술단은 공연 전 조례 규정에 따라 자문위 심의를 거쳐야 한다. 단 한 명의 반대에도 공연은 부결된다. 자문위원 9명 중 1명이 이번 공연에 대해 신을 찬양하는 내용이 담겼다는 의견을 낸 것으로 알려졌다.’
‘신(神)’이라는 낱말이 특정 종교를 찬양한다는 주장이라는데, 참 어처구니가 없다. 문제의 ‘신’이라는 단어는 베토벤 9번 교향곡 4악장 합창에 나오는 ‘환희여, 아름다운 신들의 불이여, 낙원의 딸이여’ 등을 말하는 것인데, 이건 독일의 대문호 프리드리히 실러의 유명한 시 ‘환희의 송가’의 한 구절이다.
이런 결정에 대한 문화계의 반응은 “황당을 넘어 망신”이라는 것이다. 특히, ‘합창’의 가사를 종교적으로 해석하는 게 말이 되느냐는 비판이 지배적이라고 한다. 당연하다. 참으로 서글픈 코미디다.
“예술을 종교로 접근하면 할 수 있는 게 없습니다. 예를 들자면 국악 연주라든지 오페라 연주라든지…. 오페라도 종교적으로 관련된 것이 거의 대부분이거든요.” 대구음악협회장의 말이다.
대구시의회 관계자는 ‘만장일치가 아니면 부결이 된다’는 조항이 문제라고 판단하고, 관련 조례 개정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그런데, 대구에서 예술공연을 놓고 논란이 제기된 것이 이번이 처음은 아니라고 한다. 지난해 대구예술제에 유네스코 인류 무형유산으로 등재된 제주 칠머리당 영등굿이 공연되자 개신교 측이 반발했고, 이보다 앞서 시립합창단 40주년 공연에 찬송가가 포함되자 불교계가 들고 일어나기도 했다. 이전에도 대구에서는 종교화합 심의위 일부 위원의 반대로 헨델의 대표곡인 ‘메시아’ 공연이 무산된 바 있다고 한다.
인류의 위대한 문화유산에서 종교를 빼고 나면 뭐가 남는지 묻고 싶다. 베토벤의 합창 교향곡을 종교 편향이라고 보는 편협한 시각으로 도대체 뭘 하겠다는 건지 정말 답답하다.
물론 종교와 예술, 그리고 사회 사이의 갈등은 인류 역사상 항상 있어온 일이고, 지금도 완강하게 존재하고 있다. 하지만, 종교는 언제나 그런 갈등을 사랑과 화합으로 슬기롭게 극복해왔다.
이런 답답한 현실을 대할 때마다, 떠오르는 아름다운 분들이 있다. 김수환 추기경과 법정 스님이다. 두 어른은 생전 종교의 벽을 허물고 화합하는 모습을 보여 큰 감동을 안긴 것으로 유명하다. 김수환 추기경은 법정 스님이 창건한 길상사 개원법회에 방문해 축사를 했다. 법정 스님은 이에 대한 화답으로 이듬해 명동성당에서 특별강론을 했다. 법정 스님은 천주교 수녀원과 수도원에서도 자주 강연했고, 길상사 마당의 관음보살상 제작을 독실한 천주교 신자 조각가인 최종태 서울대 교수에게 맡기기도 했다.
“인간의 추구는 영적인 온전함에 있다. 우리가 늘 기도하고 참회하는 이유도 거기에 있다. 깨어지고 부서진 영혼을 다시 온전한 하나로 회복시키는 것, 그것이 종교의 역할이다.”
김 추기경이 선종하자 법정 스님이 쓴 추모사의 한 구절이다. 참 종교란 이런 것이다.
장소현 / 시인·극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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