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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칼럼] ‘스팸 메일’ 때문에 겪는 불편함

박낙희 경제부 부장

박낙희 경제부 부장

호멜푸드사의 돼지고기 통조림햄인 스팸(SPAM)은 어린 시절부터 가장 좋아하는 반찬 중의 하나였다. 얇게 썰어 바싹바싹 구운 스팸도 맛있었지만 갓 지어 김이 모락모락 나는 흰밥과 함께 숟가락으로 퍼먹는 맛도 일품이었다.  
 
스팸은 한국서 명절이면 백화점 선물 세트로 귀한 대접을 받았는데 정작 본고장인 미국서 생활하면서는 부대찌게 토핑으로 맛을 볼 뿐 잘 먹지 않게 돼 아이러니하다. 옛 생각에 가끔 스팸을 사서 숟가락으로 떠먹으면 아이들은 헬시 푸드가 아니라며 질겁하지만 내게는 여전히 최애 반찬 중 하나임이 틀림없다.
 
추억의 먹거리인 스팸이 인터넷, 스마트폰 시대에 불청객 대접을 받고 있다. 바로 스팸 메일, 스팸 메시지 때문이다. 스팸 메일의 유래가 캔푸드 스팸에서 왔다는 사실을 알게 됐을 때 전혀 연결되질 않았다. 구글링해보니 2차 대전 동안 군용식품으로 각광을 받으며 1억개가 판매된 스팸이 식량 부족을 겪던 영국에 구호 식품으로 제공되면서 스팸랜드라고 불릴 정도로 일상 식품이 됐다. 레스토랑 메뉴에 스팸이 안 들어간 요리가 없는 것을 풍자한 영국의 코미디 프로그램 ‘몬티 파이튼의 비행 서커스’ 시리즈를 통해 스팸은 ‘원하지 않는데도 잔뜩 들어있는 물건’이라는 이미지를 얻게 됐다. 이에 원하지 않는 이메일이나 전화, 문자메시지에 스팸을 붙이게 됐다고 한다.
 
최초의 스팸 메일은 지난 1978년 5월 3일 DEC사의 마케팅 매니저인 게리 투에크가 컴퓨터 신제품 판매를 위해 인터넷의 전신인 알파넷(ARPANET) 회원 300여명에게 보낸 광고로 알려져 있다. 45년이 지난 현재 PC, 스마트폰 사용자들은 매일 스팸 메일을 포함해 텍스트 및 음성 메시지의 공세에 시달리게 됐다. 특히 팬데믹 이후로 스팸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고 한다.
 


지난 1월 16일 기준으로 지구촌에서 스팸 이메일을 가장 많이 발송한 나라는 다름 아닌 미국으로 하루 80억개에 달했다. 체코와 네덜란드가 77억개, 76억개로 2, 3위에 올랐으며 프랑스(75억개) 러시아(74억개) 독일(71억개)이 뒤를 이었다. 캐나다, 우크라이나, 중국은 각각 70억개로 공동 7위, 영국이 69억개로 10위를 기록했다.
 
실제로 하루 평균 40~50통의 이메일을 받고 있는데 3~4개를 제외하면 모두 스팸 메일이다. 매번 일일이 지우는 것도 일인지라 필터 기능을 설정해 스팸메일을 거르고 있는데도 줄지 않는다. 심지어 발신자를 차단하는데도 같은 내용의 스팸메일이 또 들어오니 허망해지기까지 한다. 단순 광고 메일이면 그나마 다행이지만 대부분이 메일 내용에 외부 링크를 포함시켜 개인 정보를 빼내거나 멀웨어 설치를 유도하는 악성 스팸이다. 조금만 신경 써 내용을 보면 사진이나 그래픽 등이 조잡해 쉽게 피해를 예방할 수 있다. 종종 진위를 분간하기 어려울 정도의 정밀한 스팸도 받게 되는데 눈뜨고 코 베이기 십상이다.  
 
간단하게 스팸 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방법으로는 발신자의 메일 주소를 확인하는 일이다. 보통 업체들이 보낸 이메일은 XXX@amazon.com, XXX@homedepot.com과 같이 주소에 업체명이 포함돼 있다. 업체명에서 한두 글자를 바꾸거나 추가하는 경우도 있으니 주의해야 한다. 스팸 메일 내에 포함된 클릭 버튼이나 링크는 절대 클릭하면 안된다. 마우스 커서를 갖다 대기만 하면 링크 주소가 보이기 때문에 업체와 연관 여부를 바로 확인할 수 있다.
 
누구나 한 번쯤 들어봤을 ‘나이지리아 왕자’ 사칭 스팸 사기로 미국인들은 지난 2019년 70만 달러의 피해를 입었으며 기업들은 스팸으로 인해 매년 205억 달러의 비용을 지출하고 있다고 한다.  
 
이메일 하나 읽는데도 정신줄을 놓지 말아야 한다니 시간이 걸려도 손글씨 편지를 주고받던 그때 그 시절이 마음은 편하지 않았나 싶다.

박낙희 / 경제부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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