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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실리콘밸리은행(SVB) 몰락의 여진

2021년 말 기준으로 미국에는 4844개의 은행이 있다. 제일 큰 은행인 JP모건체이스의 자산은 약 3조7000억 달러로 프랑스 경제 규모보다 크다. 대형은행은 금융 시스템의 근간으로 국가의 모든 산업과 얽혀 있다. 반면, 지난 3월10일 폐쇄 조치된 실리콘밸리은행(SVB)과 같은 중소은행은 지역에 본점을 두고 그 지역의 기업이나 주민과 밀접한 관계를 맺고 금융활동을 한다.
 
SVB는 파산 직전인 3월 8일 장기국채 자산 매도로 18억 달러 손실을 냈으며, 주식 발생을 통한 증자의 어려움을 공표했다. 이런 소식이 알려지면서 420억 달러에 달하는 뱅크런(대규모 예금 인출) 사태가 발생했다. 투자가들은 위기를 실시간 트윗했고 소셜미디어에 몰락 과정을 기록했다. 36시간만의 파산이었다. SVB는 이자율 급등으로 인한 자산 감소에 유동성 부족으로 뱅크런을 감당할 수 없었다.
 
물론 다른 이유도 있었다. 팬데믹 기간의 폭발적 성장, 90%에 이르는 무보험 예금, 그리고 이자율 상승에 대비한 방어 대책의 전무 등이다.  후에 알려졌지만, 샌프란시스코 연방은행은  2021년부터 SVB에 유동성 부족과 금리인상 대책 마련을 여러 번 경고했다. 하지만 SVB는 작년 말 석 달 동안 내부 인사들에게 2억1900달러를 대출했고, 작년 연방주택융자은행에서 가장 많이 돈을 빌린 은행이었다.  
 
2008년 금융위기 후 오바마 정부가 만든 ‘도드-프랭크’ 은행 개혁법을 트럼프 정부가 완화한 데도 원인이 있다. 자산 500억 달러 이상 은행의 의무이던 ‘건전성 테스트(stress test)와 유동성 강화’가 자산 2500억 이상 은행으로 바뀐 것이다.  SVB의 자산은 2000억 정도였다.
 


금융 혼란에는 전염성과 불확실성이 가장 무섭다. SVB 폐쇄 이틀 후 뉴욕의 시그니처은행이 파산했고, 샌프란시스코의 퍼스트리퍼블릭 은행도 크게 흔들렸다. 시그니처는 암호화폐 회사와 로펌들이 주 고객으로 상업용 부동산 대출이 많았다. 다행히 파산 열흘 만에 뉴욕 커뮤니티뱅코프 은행에 인수됐다. 퍼스트리퍼블릭은 테크회사 임원들의 프라이빗 뱅킹 은행으로 유명하다.  
 
불똥은 유럽에도 튀었다. 적자가 누적된 크레딧스위스 은행이 위기를 맞았고 중앙은행의 540억 달러 긴급 수혈 4일 만에 경쟁 은행이자 스위스 최대 은행인 UBS에 인수됐다. 스위스 정부는 인수 절차를 간소화했고 유동성을 위해 1000억 달러를 지원했다.  
 
SVB몰락 후 중소은행 예금주 12%가 대형은행과 머니마켓 펀드로 자금을 움직인 것으로 나타났다. 그 규모는 자그마치 5550억 달러다. 예금주들은 은행 위기를 계기로 예금의 안정성과 이자율에 눈을 떴다. 많은 테크회사 창업주도 SVB 대신 BOA와 체이스은행을 택했다.  
 
은행들은 SVB 파산 후 유동성 확보를 위해  1주 동안 연준의 할인창구(Fed‘s discount window)와 연방주택융자은행에서 1648억 달러를 빌렸다. 역대 최대 규모다. 중소은행이 상업용 부동산 대출의 70%를 해왔는데 고객을 잃은 중소은행의 신용 경색도 예견된다.
 
연준은 22일 물가안정과 금융 불안을 저울질하다가 0.25%p의 금리 인상을 단행했다. 또 위험 확산 차단을 위해 5개국 중앙은행들과 달러 스와프라인(swap line)도 체결했다. 재닛 옐런 재무부 장관은 중소은행 예금주도 보호하겠다 한다.  
 
SVB사태는 2008년 금융위기와 비교해 은행위기라고 한다. 경제학자 폴 크루그먼은 “SVB파산으로 불황 가능성은 커지고 인플레 위험은 줄었다”고 말했다. 정부와 연준은 위기 확산의 싹을 신속하고 과감하게 자르려 한다. 하지만 아직 아니다. 베벌리힐스의 팩웨스트(PacWest) 은행과 독일 도이치뱅크의 주가 하락도 관심사가 됐다.   

정 레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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