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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우리말] 한류의 몰락

당연한 이야기지만 문화에도 흥망성쇠가 있습니다. 한류라는 한문화의 현상이 예쁨을 받음은 반갑고 고마운 일이지만 이도 언제까지나 이어질 수는 없습니다. 그리고 그 시기는 생각보다 빠르고 급작스러울 수도 있습니다. 나쁜 마무리가 아니기를 빌고 있습니다.    한류가 세계 속에 널리 자리한 것을 기적이라고 표현하는 사람도 있지만 생각해 보면 한류는 결코 기적이 아닙니다. 일제 강점기나 한국전쟁 후의 참혹한 상황을 떠올리면 기적으로 보일 수 있겠지만, 우리의 역사를 생각해 보면 기적은 아닙니다. 한민족은 오랜 역사 속에서 이미 세계적인 문화 수준을 가졌던 경험이 있습니다.         우리끼리 하는 이야기가 아닙니다. 원효나 퇴계의 정신세계는 불교나 유학에서 높은 경지에 있었습니다. 고려청자나 종묘의 미, 판소리 풍류 같은 흥은 세계 속에서도 훌륭한 모습입니다. 먼 옛날 북을 치며 신을 맞는 부여의 영고(迎鼓), 춤을 추면서 제를 올리는 예의 무천(舞天)은 신명의 세계였습니다. 정신도, 예술도, 흥도 한류 속에 깊이 담겨있습니다.   대중음악이나 영화, 드라마의 인기도 어느 날 갑자기 생긴 것은 아닙니다. 이미 6,70년대에도 수많은 영화를 찍어 왔고, 서양의 대중음악을 우리 것으로 훌륭히 소화해낸 사람들이 있었습니다. 또한 세계 어디에서도 찾기 힘든 청중과 시청자, 관객이 있습니다. 한국에서 성공하면 세계에서 성공한다는 말이 그냥 나온 것이 아닙니다. 한류는 듣는 이, 보는 이, 하는 이가 함께 만드는 것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물론 한국의 경제발전과 민주화라는 두 날개가 더해져 있음도 잊어서는 안 됩니다. 넉넉해지면서 더욱 연예계에 투자되는 액수가 커졌음도 사실입니다. 더 좋은 인재가 모이기도 했죠. 민주화로 상징되는 한국의 사회 분위기는 다양한 모습을 담는 바탕이 되었습니다. 영화, 드라마의 다양한 소재와 표현방식은 민주화의 덕을 보았습니다. 그리고 내용 속에는 민주화를 비롯해 고통을 이겨낸 역사의 자취가 담깁니다. 일제강점기, 분단, 독재는 상처이면서 귀중한 경험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보자면 한류는 모든 한국인의 공입니다.    그런데 한류를 한류답게 만드는 또 다른 요소가 있었음도 기억해야 합니다. 이것이 오늘 이야기의 핵심입니다. 한국 드라마가 세계 속에서 호평을 받은 이유는 가족의 따뜻함, 사랑이 기반이 되었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배우나 가수의 겸손하고 노력하는 자세, 나누는 모습이 한류 열풍을 크게 만들었습니다.     그래서 한류에 열광하는 사람은 한국 가수나 배우를 따라서 기부를 하고, 때로는 좋아하는 아이돌이나 배우의 이름으로 나눕니다. 한국 드라마처럼 사람을 귀하게 여기는 겁니다.   허나 한류가 조금씩 위험한 길로 가기도 합니다. 자칫 잘못 디딘 한 걸음은 한류를 몰락으로 이끌 수 있습니다. 사람보다 돈이 중요시되어 수많은 간접 광고로 작품을 망치거나 다른 문화를 가볍게 여기기도 합니다. 쉽게 차별을 용인하거나 차별의 주인공이 되기도 합니다. 영화나 대중음악이 점점 말초적으로 되는 것도 경계해야 합니다. 말초는 말초를 부릅니다. 자극은 더 큰 자극을 원합니다. 그리고 그러한 자극은 오래가지 못합니다. 무너지는 겁니다. 그것이 바로 한류의 몰락입니다.   언젠가 한류는 다른 문화에 자리를 내어 줄 겁니다. 그렇다고 해도 한류가 가졌던 좋은 가치는 좋은 기억으로 남기 바랍니다. 가족을 소중히 여기고, 울고 웃고, 신명 나게 표출하면서도 나눌 수 있던 모습 말입니다. 얼마 전 방탄소년단의 10주년 기념행사가 서울에서 있었습니다. 행사가 끝나고 팬들이 자발적으로 깨끗이 뒷정리를 하였다고 합니다. 한류의 희망이 다시 보였습니다. 조현용 / 경희대학교 교수아름다운 우리말 한류 몰락 한류 열풍 한국 드라마 영화 드라마

2023-06-25

[기고] 실리콘밸리은행(SVB) 몰락의 여진

2021년 말 기준으로 미국에는 4844개의 은행이 있다. 제일 큰 은행인 JP모건체이스의 자산은 약 3조7000억 달러로 프랑스 경제 규모보다 크다. 대형은행은 금융 시스템의 근간으로 국가의 모든 산업과 얽혀 있다. 반면, 지난 3월10일 폐쇄 조치된 실리콘밸리은행(SVB)과 같은 중소은행은 지역에 본점을 두고 그 지역의 기업이나 주민과 밀접한 관계를 맺고 금융활동을 한다.   SVB는 파산 직전인 3월 8일 장기국채 자산 매도로 18억 달러 손실을 냈으며, 주식 발생을 통한 증자의 어려움을 공표했다. 이런 소식이 알려지면서 420억 달러에 달하는 뱅크런(대규모 예금 인출) 사태가 발생했다. 투자가들은 위기를 실시간 트윗했고 소셜미디어에 몰락 과정을 기록했다. 36시간만의 파산이었다. SVB는 이자율 급등으로 인한 자산 감소에 유동성 부족으로 뱅크런을 감당할 수 없었다.   물론 다른 이유도 있었다. 팬데믹 기간의 폭발적 성장, 90%에 이르는 무보험 예금, 그리고 이자율 상승에 대비한 방어 대책의 전무 등이다.  후에 알려졌지만, 샌프란시스코 연방은행은  2021년부터 SVB에 유동성 부족과 금리인상 대책 마련을 여러 번 경고했다. 하지만 SVB는 작년 말 석 달 동안 내부 인사들에게 2억1900달러를 대출했고, 작년 연방주택융자은행에서 가장 많이 돈을 빌린 은행이었다.     2008년 금융위기 후 오바마 정부가 만든 ‘도드-프랭크’ 은행 개혁법을 트럼프 정부가 완화한 데도 원인이 있다. 자산 500억 달러 이상 은행의 의무이던 ‘건전성 테스트(stress test)와 유동성 강화’가 자산 2500억 이상 은행으로 바뀐 것이다.  SVB의 자산은 2000억 정도였다.   금융 혼란에는 전염성과 불확실성이 가장 무섭다. SVB 폐쇄 이틀 후 뉴욕의 시그니처은행이 파산했고, 샌프란시스코의 퍼스트리퍼블릭 은행도 크게 흔들렸다. 시그니처는 암호화폐 회사와 로펌들이 주 고객으로 상업용 부동산 대출이 많았다. 다행히 파산 열흘 만에 뉴욕 커뮤니티뱅코프 은행에 인수됐다. 퍼스트리퍼블릭은 테크회사 임원들의 프라이빗 뱅킹 은행으로 유명하다.     불똥은 유럽에도 튀었다. 적자가 누적된 크레딧스위스 은행이 위기를 맞았고 중앙은행의 540억 달러 긴급 수혈 4일 만에 경쟁 은행이자 스위스 최대 은행인 UBS에 인수됐다. 스위스 정부는 인수 절차를 간소화했고 유동성을 위해 1000억 달러를 지원했다.     SVB몰락 후 중소은행 예금주 12%가 대형은행과 머니마켓 펀드로 자금을 움직인 것으로 나타났다. 그 규모는 자그마치 5550억 달러다. 예금주들은 은행 위기를 계기로 예금의 안정성과 이자율에 눈을 떴다. 많은 테크회사 창업주도 SVB 대신 BOA와 체이스은행을 택했다.     은행들은 SVB 파산 후 유동성 확보를 위해  1주 동안 연준의 할인창구(Fed‘s discount window)와 연방주택융자은행에서 1648억 달러를 빌렸다. 역대 최대 규모다. 중소은행이 상업용 부동산 대출의 70%를 해왔는데 고객을 잃은 중소은행의 신용 경색도 예견된다.   연준은 22일 물가안정과 금융 불안을 저울질하다가 0.25%p의 금리 인상을 단행했다. 또 위험 확산 차단을 위해 5개국 중앙은행들과 달러 스와프라인(swap line)도 체결했다. 재닛 옐런 재무부 장관은 중소은행 예금주도 보호하겠다 한다.     SVB사태는 2008년 금융위기와 비교해 은행위기라고 한다. 경제학자 폴 크루그먼은 “SVB파산으로 불황 가능성은 커지고 인플레 위험은 줄었다”고 말했다. 정부와 연준은 위기 확산의 싹을 신속하고 과감하게 자르려 한다. 하지만 아직 아니다. 베벌리힐스의 팩웨스트(PacWest) 은행과 독일 도이치뱅크의 주가 하락도 관심사가 됐다.    정 레지나기고 실리콘밸리은행 몰락 샌프란시스코 연방은행 작년 연방주택융자은행 은행 개혁법

2023-03-27

[FTX 몰락 이후 시장전망] FTX 몰락, 10년 금융 매니아 현상의 균열

투자자들의 군중심리는 ‘매니아’를 만들어 낸다. 지난해말까지 지속된 매니아는 ‘금융 매니아’였다고 볼 수 있다. 모든 금융자산이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았다. 이 매니아의 선두에는 ‘크립토’와 하이테크가 있다. 그리고 2022년 전체를 관통한 하락장도 이들이 선도했다.   ▶하락장의 패턴   매니아는 투자자들로 하여금 ‘리스크’를 선호하게 만든다. 혹시라도 기회를 놓칠까봐 취약한 재무상태나 수익이 없는 회사들로도 돈을 들고 몰린다. 비즈니스 플랜만으로도 자금을 모을 수 있다. 대부분의 가상화폐는 사실상 가치가 없고 실제 사용될 수도 없다. 그런데도 돈이 몰리는 것은 이런 매니아 환경의 특징과 맞아 떨어진다.   이런 비성적인 매니아는 언젠가는 끝이 나게 돼있다. 상황이 바뀌면 리스크로 몰렸던 돈은 리스크로부터 도망친다. 하락장이 본격화되면 이런 현상에는 다시 가속이 붙는다. 처음 시작은 비교적 느리게 진행된다. 그러다 어느 순간, 갑작스럽게 폭락이 시작된다. 속도에 가속이 붙는다. 그렇다고 직선으로 추락하는 경우는 또 없다. 중간중간 한 번씩 ‘랠리’도 있다. 이런 랠리는 과거의 영광을 재현하는 듯하고, 이를 믿고 싶은 투자자들은 여기에 낚이게 된다.     주식과 채권 모두 일년 내내 고전했다. 하지만 하락은 비교적 질서정연했다. 새 저점을 찍는가 하면 반등했고, 이 패턴을 반복했다. 10월 중반부터도 증시는 반등장세를 이어왔다. 상승장이 지속될 것으로 예상하거나 이를 기대하는 심리도 그만큼 커졌다. 하지만 지금까지의 패턴은 석연치 않은 구석이 있다. 전형적인 매니아와 그 뒤를 잇는 거품 붕괴, 대세 하락장의 초기 패턴과 유사한 점들이 있기 때문이다.   ▶여전히 두려움이 없다   각종 금융미디어는 올 한 해 시장환경에 대해 큰 일이 난 것처럼 계속 부산을 떨었다. 그렇지만 투자자들은 여전히 자신감이 넘치는 모습이다. 시장 리스크에 대한 태만 지수가 여전히 높게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흔히들 ‘공포 지수’로 부르는 VIX나 DIS가 여전히 낮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투자자들이 리스크나 리스크 가능성에 대해 태만하다는 뜻이다. 지금 현재 공포지수들은 최저점에 위치해 있다.     주목할 것은 현재 이들 공포지수의 위치가 시장의 지난 3월의 고점, 8월 중순의 고점일 때와 같은 지점이라는 부분이다. 연초, 혹은 지수에 따라 지난해 말부터 시작된 전반적인 하락장 중 있었던 조정 반등 시기와 같은 지점에 위치해 있다. 변동성이 높아지고 투자자들의 태만은 공포로 변화할 수 있는 환경으로 읽힐 수도 있는 대목이다.   ▶FTX와 엔론   지난달의 큰 뉴스는 단연 FTX의 몰락이었다. 메이저 가상화폐 거래소의 하나였던 FTX의 갑작스런 붕괴는 향후 시장 전반의 흐름에 대한 예고편이 될 수 있다. 많은 관측가들이 이를 ‘닷컴 매니아’ 시기나 지난 2006~2007년의 주택시장 거품 붕괴 시기의 기업 스캔들에 비교하기도 한다. 특히 2001년 12월에 파산한 에너지 트레이딩 기업 엔론 사태에 비견될 수 있다.   FTX와 마찬가지로 엔론은 에너지 부문 트레이딩 기업으로 금융 엔지니어링의 혁신을 이뤘다는 평가와 함께 각광을 받았다. 그 리더들 역시 비상한 능력자들이라는 평판에 기반해 기업 급성장을 이끌었다. 엔론의 주가는 90년대말 당시 하이테크 주도의 상승장을 타고 2000년 9월까지 3년간 374% 폭등한 바 있다.     하지만 엔론의 이런 성장은 2020년대 초의 금융 매니아 상황에 비교하면 하찮은 수준이다. 가상화폐 거래 기업인 FTX와 Crypto.com이 발행한 토큰은 발행 1년도 되지 않아 각각 2200%, 1570% 폭등한 바있다. 지금은 모두 고점 대비 95% 이상 추락한 상태다.   엔론 상황이 FTX와 비슷하지만 또 다른 점은 그 몰락 과정이 상대적으로 긴 시간에 걸쳐 진행됐다는 점이다. 엔론의 문제점들은 당시 베어마켓이 절반 이상 진행된 상황 속에서 드러나기 시작했다. 하지만 FTX의 파산은 다우가 1월 고점을 찍은 지 11개월만에 발생했다.     당시 엔론의 최고 재무 책임자였던 제프리 스킬링은 회계상의 문제점이 드러난 후 2001년 8월1일에 사임했다. 그후 파산을 신청하기까지는 4개월이라는 추가 시간이 소요됐다.     FTX의 몰락은 문제가 불거진 지 불과 9일만에 ‘완성’됐다. 11월2일 코인데스크가 FTX의 자산대비 채무 상황을 보여주는 서류를 공개한 후 9일만인 11월11일에 파산 신청을 접수한 것이다. 파산을 접수할 때  FTX의 유동자산은 9억달러였고, 채무는 89억달러에 달했다. 그야말로 초고속 몰락인 셈이다. 바로 직전까지의 FTX의 행보를 보면 이는 더욱 놀라운 상황일 수밖에 없다.   ▶FTX 몰락이 주는 의미   FTX 몰락이 갖는 함의를 충분히 이해하기 위해서는 그 행보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FTX가 자체 발행한 크립토 토큰 FTT는 지난 2021년 9월 최고치를 찍었다. 이 지점에서 NFL 쿼터백 탐 브래디와 그의 당시 아내인 지젤 번천이 FTX 광고에 등장한다. 그외에도 10여명의 유명인사들이 FTX의 광고모델로 등장했고, 현재 이들은 투자자들로부터 다 소송을 당한 상태다. 같은 달 FTX는 메이저리스 야구 월드시리즈를 자사 광고로 도배를 한다.     지난 2021년 12월에는 NBA 팀인 마이애미 히트의 경기장 이름에 대한 권한을 사들이기도 했다. 이런 행보는 FTX가 일반 대중을 상대로 호객행위를 본격화한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크립토에 대해 전문적 이해가 없는 일반 투자자들이 뛰어들게 되는 것이다. 이런 환경은 매니아의 끝자락에서 형성되는 전형이기도 하다.   이런 상황에서도 시장의 낙관은 여전히 팽배하다. 현재까지 최저점을 형성하고 있는 공포지수가 시장의 이런 심리를 반영하고 있다. 지금까지 지속된 매니아의 힘이 그만큼 강력했다는 반증이기도 할 것이다.     FTX의 갑작스런 몰락은 무분별한 리스크 매니아 흐름에 확실한 균열이 생기기 시작했다는 의미로 읽을 수 있다. 그리고 향후 있을 수 있는 충격에 대한 예고편일 수 있다. 리스크 관리가 더욱 중요한 환경이다.   켄 최 아메리츠 에셋 대표 kenchoe@allmerits.comFTX 몰락 이후 시장전망 매니아 몰락 금융 매니아 매니아 환경 닷컴 매니아

2022-1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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