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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칼럼] WBC가 소환한 17년 전 기억

임상환 OC취재담당·부장

임상환 OC취재담당·부장

지난 21일 마이애미의 론디포 파크에서 열린 미국과 일본의 2023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결승전. 일본이 3대2로 1점 앞선 9회초 오타니 쇼헤이(LA 에인절스)가 마무리 투수로 등판했다. 오타니는 큰 어려움 없이 투아웃을 잡았다. 주자 없는 상황에서 남은 아웃 카운트는 단 1개. 미국 대표팀과 팬의 기대를 한 몸에 안고 타석에 들어선 타자는 오타니의 소속 팀 동료 마이크 트라웃이었다.
 
별명이 ‘캡틴 아메리카’인 트라웃은 아메리칸리그 최우수선수(MVP)로 3차례나 선정된 호타준족의 강타자다. 오타니는 메이저리그는 물론 세계 어느 프로 리그에서도 보기 힘든 투타 겸업으로 2021년 MVP에 올랐다. 일본의 오타니와 미국의 트라웃이 투타 대결을 벌이는 장면은 MLB닷컴이 대회가 열리기 전, ‘꿈의 대결’로 선정할 정도로 야구팬들의 기대를 모았다. 한국의 네티즌들도 여러 커뮤니티에서 오타니와 트라웃의 대결 소식을 실시간으로 전하며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오타니는 세기의 대결에서 트라웃을 삼진으로 잡고 주먹을 불끈 쥐었다. 중국과의 조별리그 첫 경기부터 결승전까지 투, 타에서 맹활약하며 팀의 우승을 견인한 오타니는 대회 MVP까지 차지했다. 한국이 조별리그에서 일찌감치 탈락해 WBC에 대한 관심이 식었던 터지만, 오타니와 트라웃의 대결은 정말 볼 만한 구경거리였다.
 
에인절스 소속 두 수퍼 스타의 대결은 17년 전 기억을 소환했다. 지난 2006년 열린 제1회 WBC에 출전한 한국 대표팀의 본선 3경기가 에인절스의 홈 구장 에인절 스타디움에서 열렸기 때문이다. 당시 OC한인체육회가 조직한 단체 응원 취재를 위해 찾아간 에인절 스타디움은 한인들이 뿜는 열기로 가득했다. 경기장을 찾은 한인들은 ‘야구 변방국’으로 여겨진 한국팀이 메이저리그 스타를 다수 보유한 강호 멕시코, 미국, 일본을 차례로 꺾고 4강에 진출하는 역사적 순간을 지켜보며 환호했다.
 


스타디움을 메운 한인들은 체육회가 나눠준 막대 풍선을 두드리며 박찬호, 김병현, 서재응, 최희섭 등 메이저리거와 이종범, 이승엽 등 한국의 야구 스타들을 목이 터져라 응원, 한국 팀에 힘을 보탰다. 서재응이 일본을 꺾고 4강에 진출하자 마운드에 태극기를 꽂은 곳도 바로 에인절 스타디움이다. 당시 체육회의 한 관계자는 “우리가 지금 야구 역사의 한 장면을 보고 있어”라며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한국은 샌디에이고의 펫코 파크에서 열린 준결승에서 또 다시 만난 일본에 졌지만, 에인절 스타디움에서 열린 경기에선 전승을 거뒀다.
 
WBC 대회에서 전세계 야구팬의 이목을 끈 오타니와 트라웃은 다시 같은 유니폼을 입고 올 시즌에도 에인절 스타디움을 누빌 것이다. 야구팬들의 관심사는 오타니와 트라웃이 속한 에인절스의 올해 플레이오프 진출 여부다. 에인절스는 지난 2015년 이후 ‘가을 야구’를 보여준 적이 없다.
 
오타니는 지난 2018년 에인절스 입단 당시 “팀의 월드시리즈 우승을 돕겠다”고 말했지만 아직 뜻을 이루지 못하고 있다. 오타니와 에인절스는 6년 계약을 맺었다. 오타니는 올 시즌 종료 후 프리 에이전트(FA) 자격을 얻기 때문에 내년엔 에인절스가 아닌, 다른 팀에서 뛸 수 있다. 심지어 올 시즌 중 오타니가 트레이드 될 가능성도 있다.
 
메이저리그 안팎에선 FA 자격을 얻기 전, 에인절스가 오타니를 트레이드 카드로 활용할 수 있다는 예측이 일찌감치 나오고 있다. 오타니가 실제 트레이드 된다면 그 시기는 올 여름이 유력하다. 단, 에인절스의 플레이오프 진출이 유력할 경우엔 트레이드 시점이 시즌 뒤로 늦춰질 수 있다. 결국 올 시즌이 오타니, 트라웃이 에인절스의 가을 야구를 보여줄 마지막 기회가 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올 시즌엔 한 번쯤 에인절스 경기를 직접 관람하며 투수 오타니와 중견수 트라웃을 한 눈에 담아 볼까 한다. 이 모습도 언젠가 야구 역사의 한 장면으로 남게 될 것이다.

임상환 / OC취재담당·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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