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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정칼럼] 주식투자와 도박

이명덕 박사·RIA

이명덕 박사·RIA

지난 2020년 주식투자의 위험성을 지적한 칼럼을 여러 차례 썼었다. 핵심 내용은 재택근무 등으로 집 안에 머무는 시간이 길어졌다. 이런 무료한 시간에 재미나는 일로 많은 사람이 주식투자로 몰린 것’으로 요약할 수 있다. 투자자는 주식을 사고팔기에 주식에 투자하고 있다고 착각하지만, 실제로 이것은 카지노에서 도박하는 것과 비슷하다.
 
한국에선 주식투자로 돈을 벌었다는 소문에 빚을 내서까지 투자하는 경우가 많았다. 이들은 소셜미디어 등을 통해 장소나 시간의 제약 없이 스마트폰으로 주식투자를 하며 ‘가즈아’를 외쳤지만, 지금은 한강으로 가고 싶은 심정일 것이다.
 
미국의 투자자들도 한국과 비슷했다. 경제 전문지 월스트리트저널(WSJ)에 소개된 기사에 따르면 한 때 투자금이 150만 달러에 달했던 한 투자자는 ‘본인은 절대 파괴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현재 통장에 남은 돈이 6.99달러가 전부라고 한다.
 
도박을 하면 결국 망한다는 사실은 잘 알고 있다. 그러나 순간적으로 보상이 주어지는 유혹을 뿌리치기는 어렵다. 과도하게 마신 술 때문에 아침마다 괴롭고 후회하지만, 또다시 술을 마신다. 술을 마시면 바로 기분이 좋아지기 때문이다. 본인도 인식하지 못하는 중독자 비슷한 행동을 하는 것이다. 마음만 먹으면 술을 끊을 수 있다는 사람이 대부분이다. 이런 심리로 주식에 투자하기에 기업의 가치 등을 고려한다는 것은 우스운 이야기다. 하루에 오르고 내리는 주식가격만이 최대 관심사가 되는 것이다.
 
주식시장의 도박화는 사실 개인 투자자들의 잘못만은 아니다. 금융기관 역시 누구나 주식투자를 쉽게 할 수 있다고 부채질한다. 미래를 정확히 예측할 수 없는데도 불구하고 증권사는 끊임없이 미래 시장과 주식가격을 예측한다. 개인 투자자가 주식을 사고팔 때마다 발생하는 수수료가 증권사의 이익으로 전환되고 있다.  
 
미디어도 주식을 도박하는데 한몫을 한다. 한 경제 신문은 ‘경기침체에도 갈 놈은 간다. 토끼처럼 뛰어오를 종목’이란 제목의 기사를 게재하기도 했다. 이런 기사는 일반 투자자에게 재정적으로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누구도 알 수 없는 주식시장을 예측하고 단기 투자를 부채질하기 때문이다.  
 
지난 1973년 ‘자유롭게 움직이는 주식시장(Random Walk Down Wall Street)’ 이란 책이 출판되었다. 책의 저자는 프린스턴 대학의 버튼 멕키엘 교수다. 책의 요점은 “주식전문가가 주식을 선별하는 것이나 원숭이가 주식을 선별하는 것이나 다를 바가 없다”라는 가치투자(Fundamental Investment)의 어려움을 설명한 책이다. 미래의 유망한 회사를 선택한다는 것이 어렵다는 뜻이다.  
 
주식투자로 운 좋게 투자금이 증가하면 본인이 똑똑한 결과라는 자만감을 가진다. 이런 자만감은 이 돈 저 돈 모아서 더 투자하게 만든다. 그러나 우연은 반복되지 않기에 끝내 주식 투자는 실패로 이어질 가능성 큰 것이다. 무지개와 같은 말만 듣고 주식투자를 하면 잘못된 결과로 이어질 수 있음을 한국이나 미국의 개인 투자자는 조심하고 또 조심해야 한다.  
 
주식투자로 돈 벌었다는 소문에 관심을 가질 이유가 없다. 그 속 내용은 아무도 모른다. 주식시장 전체에 꾸준히 투자하면 주식시장이 창출하는 높은 수익을 받을 수 있다. 또한, 수시로 변동하는 주식시장에도 근심 걱정할 이유가 없는 것이다.

이명덕 / 박사·R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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