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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대중교통 증오범죄’ 참지 말고 신고를

지난 2021년 10월 한인 에스더 이 씨는 뉴욕 지하철에서 봉변을 당했다. 한 사람이 이 씨에게 욕설을 퍼부은 것이다. 이 씨는 이 상황을 57초 동안 비디오로 녹화한 후 뉴욕시 증오범죄 수사반(New York‘s Hate Crime Unit)에 신고했다. 그러나 수사반은 증오범죄 사건 접수를 거부했다. 상대방이 아시안과 관련된 인종차별적 언사를 쓰지 않았고, 이 씨가 오히려 비디오를 촬영해 상황을 악화시켰다는 주장이었다. 그러나 두 달 후 민간검토위원회(Civilian Review Panel)는 비디오를 검토한 후 증오범죄라고 규정했다.  
 
미국의 대도시에는 대중교통 시스템이 있다. LA는 메트로, 샌프란시스코는 바트(BART), 뉴욕, 뉴저지는 서브웨이와 NJTRO, 보스턴은 MBTA, 애틀랜타는 MARTA 등이 그것이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코로나19 이후 버스와 지하철 등 대중교통에서 아시안 등 이민자들이 봉변을 당하는 사례가 많다. 언론에 보도되는 사례가 이 정도라면, 실제로는 증오와 차별 사건이 대중교통에서 더 많이 발생할 것이다.
 
많은 한인들은 대중교통에서 봉변을 당하거나 불편을 느껴도 신고를 꺼린다. 그냥 참고 넘어가는 일도 많다. 뉴욕 지하철 사건을 고발한 이 씨는 “내가 겪은 사건이 증오범죄가 아니라면, 신고 안 된 증오범죄가 더욱 많을 것”이라고 지적한다. 비영리단체 세이프워크 NYC(Safe Walks NYC)의 피터 커 대표는 “대중교통 내 증오범죄 사건의 피해자 상당수는 혼자 있던 아시안 여성”이라면서 “정신적 문제가 있거나 노숙자, 실업자들이 대중교통에서 이들을 공격하는 일이 늘고 있다”고 지적했다.
 
코로나19로 인한 대중교통의 수입 감소는 안전조치를 어렵게 만들고 있다. 샌프란시스코 대중교통인 바트의 이사장인 재니스 리는 코로나19 기간 동안 대중교통 이용자가 대폭 줄어들면서 재정난을 겪고 있다고 밝혔다. 바트는 현재 청소년 증오범죄 퇴치 캠페인 (Not One More Girl)과 이민자 사회 가정폭력 문제를 조명하는 미술전(Let’s Talk About Us)을 개최하고 있다.
 


최근의 증오와 차별 문제는 개인이 나서서 해결하기엔 너무 벅차다. 캘리포니아주 상원의원인 한인 데이브 민 의원은 지난 13일 모두를 위한 대중교통 법안 (Public Transit for All, SB343)를 발의했다. 이 법안은 캘리포니아주 10개 대중교통에서 발생하는 증오범죄 및 사건을 빠짐없이 보고해 통계화할 것을 의무화하고 있다. 민 의원은 “증오범죄 현황을 알아야 예방책을 마련할 수 있다”며 “2022년 한 해 동안 캘리포니아주의 아시안 증오범죄는 1만1500건에 달했다”고 지적했다.
 
지난 2010년 애틀랜타의 MARTA에서는 사소하지만 의미 있는 일이 있었다. 애틀랜타의 4개 노선 가운데 옐로우 라인(Yellow Line)이 있었는데, 아시안을 비하하는 ‘옐로우’라는 표현이 한인타운 한복판인 도라빌 역에서 쓰이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주장이 시민단체로부터 나온 것이다. MARTA는 결국 토론 끝에 ‘옐로우 라인’이라는 명칭을 ‘골드 라인’(Gold Line)으로 바꿨다. 이처럼 대중교통을 이용하면서 불편한 점이 있거나 봉변을 당하면 반드시 목소리를 내고 문제를 삼아야 한다. 참고 그냥 넘어가는 것만으로는 아무것도 변하지 않는다. 그것이 바로 한인이 안전한 대중교통을 만드는 길이다.

이종원 /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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