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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광장] 고 클라라 박 교수님을 그리며

느지막한 점심을 먹고 소파에 걸터앉으며 카톡을 열었다. 여느 때와 같이 캘스테이트 노스리지대학(CSUN) 교사 자격증 클래스에서 함께 공부했던 캐런 선생님이 보낸 내용을 열었다. 난데없이 대학 은사인 클라라 박 교수님의 얼굴이 나타났다. 교수님의 부고 소식이었다.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뇌출혈이란다. 옛날 생각이 몰려오면서 눈물이 와락 쏟아졌다. 내 가슴을 받치고 있는 기둥 하나가 무너지듯 내려앉았다.  
 
2002년 CSUN을 찾은 나는 한국어 교사 자격증 과정을 위한 입학 절차를 마치고 그곳에서 박 교수님을 처음 만났다. 그때만 해도 한국인 교수를 만나기 힘들었을 때라서 오랜만에 친정어머니를 만나듯이 반가웠다.
 
박 교수님은 한국어 교사 자격증을 받으려는 학생들을 정성으로 지도하셨다. 이중언어 교육 프로그램의 예비 한국어 교사인 내가 전액 장학금을 받을 수 있도록 해 주시기도 했다. 심지어 한국어만큼 영어도 잘 구사해야 한다며 여름 방학에는 강도 높은 영어 학습을 할 수 있도록 배려도 해주셨다. 미국 땅에서 당당한 한국어 교사가 되도록 물심양면으로 지원과 격려를 해주셨다.  
 
한국어 교사 과정을 끝내자 교수님은 한국어 교사 자격증만으로는 중고등학교에서 일하기 힘들다면서 수학 교사 자격증 수업을 들으라고 권하셨다. 나는 또다시 수학 교사가 되기 위한 긴 여행을 시작했다. 무사히 과정을 마치고 LA 동부에 있는 공립고등학교에서 교사 생활을 시작할 수 있었다. 지원 당시 교수님은 추천서도 직접 써 주셨다. 지금 생각해 보면 박 교수님은 많은 한국어 교사 배출에 초석이 되셨던 것 같다.  
 


제자를 향한 박 교수님의 열정은 식을 줄 몰랐다. 어떻게, 무엇을 통해 한국어를 가르치는지 자주 이메일로 물으시고 본인은 연구자로서의 길을 걸으셨다. 교수님이 주신 수많은 격려와 따뜻한 사랑의 이메일이 지금도 내 우편함에서 나를 깨운다.  
 
나는 이민 후 쉰 살이 넘어 박 교수님 덕분에 교사가 되었다. 그리고 13년의 교직 생활을 끝내고 지난 2019년 6월 은퇴했다.  
 
박 교수님은 33세에 미국 땅을 밟고 USC에서 석사와 박사 학위를 취득한 후 CSUN에서 30년 동안 교육학 교수로 재직하셨다. 교수님은 교육학 분야에서 지칠 줄 모르는 학자의 길을 걸으셨다.
 
교수님이 생각나는 해에는 성탄절 선물을 정성스레 포장하여 대학으로 부치곤 했다. 선물을 보내지 않아도 되는데 고맙게 잘 받았다고 이메일로 일일이 답을 주셨다. 선한 표정으로 차근차근, 그리고 조용히 말씀하시던 교수님의 온화한 모습이 무척 그립다.  
 
돌아가시기 전에 자주 찾아뵙지 못해 죄책감과 후회가 남지만 되돌릴 수 없다. 교수님의 흔적을 뇌리에 깊이 뿌리내려 나도 누군가에게 선한 영향을 주는 자가 되고 싶다.  
 
나는 눈을 감고 조용히 말해 본다.  “45세에 교육학 박사 학위를 받으셨을 때의 소원이 실컷 자는 것이라고 하셨지요? 하나님  품 안에서 마음껏 주무세요. 감사했습니다, 사랑합니다, 교수님!” 

이현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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