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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산책] 프레임의 법칙, 소통의 지혜

살면서 자주 경험하는 일인데, 똑같은 상황이라도 어떤 관점에서 보느냐에 따라서, 또는 어떠한 틀을 가지고 해석하느냐에 따라 사람들의 반응이 달라진다. 이를 ‘프레임(frame)의 법칙’이라고 부른다고 한다. 여기서 프레임이란 ‘관점이나 생각의 틀’을 말하는 것이다.
 
책을 읽다가 이 법칙을 알게 되었는데, 우리 생활에 매우 유용한 지혜라는 생각이 들었다. 내 삶에도 적극적으로 적용하고 싶다. 예를 들면 이런 식이다. “신부님, 기도 중에 담배를 피워도 되나요?” 신부님은 정색하면서 대답한다. “기도는 신과 나누는 엄숙한 대화인데, 절대 그럴 순 없지.”
 
이번에는 다른 친구가 다른 식으로 신부님에게 묻는다. “신부님, 담배 피우는 중에는 기도하면 안 되나요?” 신부님은 온화한 미소를 지으며 대답한다. “기도는 때와 장소를 가릴 필요가 없다네. 담배를 피우는 중에도 기도는 얼마든지 할 수 있는 것이지.”
 
이처럼 동일한 현상도 관점에 따라 전혀 다르게 해석될 수 있다는 것이다, 질문이 달라지면 답도 달라진다. 가령, 미모의 여대생이 밤에 술집에서 아르바이트한다고 하면, 대부분의 사람은 손가락질을 하며 비난할 것이다. 하지만, 술집에서 일하는 아가씨가 낮에는 학교에 다니면서 열심히 공부한다고 하면, 사람들의 반응이 완전히 달라질 것이다.
 


이 ‘프레임 법칙’의 묘미를 우리 일상생활에서 잘 살리면 세상이 한층 조용하고 평화로워질 것 같다. 서로 의견이 엇갈릴 때는, 저 사람은 왜 저렇게 반응하는 걸까를 잘 살피며 다른 각도로 생각해보는 습관을 기르면 다투고 싸울 일도 크게 줄어들 것이다. 우리가 흔히 쓰는 “입장 바꿔 생각해보라”는 말을 실천으로 옮겨보자는 말씀이다.
 
힘들고 외로운 세상일수록 상대방이 되어 생각해보는 지혜가 필요하다. 그것이 ‘함께 사는 법’의 출발점이다. 상대방의 마음을 이해하려 노력하고, 나의 판단과 결정에 잘못은 없었는지를 냉정하게 되돌아보는 마음의 자세….
 
우리가 자칫 빠져들기 쉬운 고약한 프레임은 고정관념, 자만심, 외통수 고집 같은 것들이다. 이런 데 빠져들면 곧바로 꼰대가 된다. 꼰대가 되지 않으려면 마음의 문을 열어야 한다. 방안의 탁한 공기를 환기하려면 양쪽 문을 활짝 열어 바람이 통하게 해야 한다. 그걸 소통이라고 한다.
 
특히 한국 정치판을 시끄럽게 어지럽히는 싸움꾼 중생들에게 이 법칙을 심어주고 싶다. 세상에 나만 옳고, 상대방은 무조건 그른 일이란 없는 법이다. 나와 다른 생각을 하는 사람은 모두 적이란 법은 더욱 없다. 걸핏하면 “법대로 하자”고 우겨대는 인간들이 이런 간단한 법을 모를 리 없다. 그러니 제발 부탁드린다, 사물과 현상을 다각도로 보고, 다양한 관점에서 해석하시라고….
 
매우 간단하지만,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닌 모양이다. 다양한 관점에서 사물을 본다는 것은 “내 생각이 반드시 옳은 것은 아니다, 잘못 판단할 수도 있다”는 겸손함을 전제로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인간은 누구나 불완전한 존재이므로, 언제나 실수할 수 있다. 그래서, 잘못을 깨달았으면 바로 인정하고 진심으로 사과하는 용기도 필요한 것이다. 사과한다고 내 체면이나 권위가 깎이는 건 결코 아닐 텐데…. 그게 그렇게 어려운 모양이다.
 
가장 비겁한 짓은 내 잘못을 가리고 덮기 위해 남을 탓하는 일이다. 그런 허접한 짓을 피하려면, 세상 모든 문제가 나로부터 비롯될지도 모른다는 마음으로 나를 낮춰야 한다. 그것이 “내 탓이요” 운동의 기본이다.

장소현 / 시인·극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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