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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읽기] 베트남의 중국화?

지난해는 한·중 수교 30년이자 한·베트남 수교 30년의 해였다. 이에 맞춰 지난해 12월 응우옌 쑤언 푹 베트남 국가주석이 한국을 찾았던 기억이 아직도 새롭다. 한데 그는 귀국 한 달여만인 지난달 중순 전격 사임했다. 그의 측근인 부총리 두 명이 부패 문제에 연루되자 도의적 책임을 지고 물러났다는 거다. 이를 액면 그대로 믿기만은 어렵다. 권력투쟁의 일환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베트남 공산당은 서기장과 국가주석, 총리, 국회의장의 4두 마차가 이끄는 집단지도체제를 구축하고 있다. 서기장은 군권과 당권을 장악하고 국정 전반을 관장한다. 국가주석은 외교와 국방, 총리는 행정, 국회의장은 입법을 관할한다. 한데 베트남 정치에서 정작 중요한 건 남북의 균형이다. 주로 하노이 출신 북방파가 서기장을, 호치민 배경의 남방파가 총리를 맡는다. 현재 서기장인 응우옌 푸 쫑은 1944년 하노이 출생으로 대표적인 북방파다.
 
그가 2011년 권좌에 오를 무렵엔 4두 마차 중 북방파는 그 혼자였다고 한다. 그러나 2016년부터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따라 강력한 부패척결 운동을 벌이며 권력 다지기에 성공했다. “어떤 금지구역도, 어떤 예외도 없다”는 서슬 퍼런 반부패 운동에 10만여 당원이 낙마했다. 여기엔 정치국 위원 출신 4명도 포함됐다. 그 결과 권력 지형이 바뀌었다. 4두 마차 중 남방파는 최근 사임한 응우옌 쑤언 푹 한 사람만 남게 됐는데, 이제는 그마저도 물러난 것이다.
 
특히 응우옌 푸 쫑은 2021년 1월 ‘특별 후보자’ 형식으로 예외를 인정받아 서기장 3연임에 성공했다. 1975년 베트남전이 끝난 이후 최장수 서기장이다. 지난해 10월 시진핑 중국 공산당 총서기가 3연임에 성공했을 때 가장 먼저 베이징을 찾아 축하한 게 그였다. 시 주석은 답례로 그에게 외국인에 주는 최고 훈장을 수여했다. 두 사람은 투철한 사회주의자로 국유기업 중심의 경제발전 노선을 추구한다는 점도 같다.
 


부패척결을 내세워 장기집권 가도를 열고 있는 점도 매우 흡사해 일각에선 ‘베트남의 중국화’라는 말이 나온다. 베트남은 지난해 우리가 가장 많은 342억 달러의 흑자를 기록한 곳이다. 9000여 한국 기업에 20만 한국인이 활동 중이다. 베트남 중부 다낭은 ‘경기도 다낭시’라 불릴 만큼 한국인 발길이 잦다. 아이러니한 건 중국의 환경 변화에 따라 탈(脫)중국에 나선 한국 기업이 가장 많이 찾는 곳이 베트남인데, 최근 베트남의 정치 환경이 중국을 닮아가고 있다는 점이다. 베트남의 변화를 주목해야 할 이유다.

유상철 / 한국 중앙일보 중국연구소장·차이나랩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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