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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광장] 대학에 진학하는 손자에게

돌이 막 지난 너를 흔들의자에 앉혀놓고 밀어주던 때가 어제 같다. 그런데 벌써 대학에 간다고. 네가 집을 떠나서 독립생활을 해야 하다니, 할아버지는 기쁨보다 걱정이 앞선다.
 
혼자 살려면 음식도 만들고 세탁도 해야 한다. 너는 라면 끓이고 계란 프라이는 할 수 있지만, 몇 가지 반찬 만드는 법도 배워야 한다. 내가 가장 염려되는 것은 자동차 운전이다. 너를 전쟁터로 내보는 심정이다.
 
북한에서 할아버지가 열일곱 살 때였다. 두 바퀴 달린 달구지를 끌고 산으로 나무하러 다녔다. 가파르고 좁은 언덕에서 나무를 잔뜩 실은 달구지를 끌고 내려오는 것은 힘들고 위험하다. 소와 나는 죽을힘을 다해 천천히 내려오려고 애쓴다. 만약 내가 고삐를 놓치면 나는 바퀴에 깔려 죽거나 크게 다칠 수 있다. 달구지를 가지고 산으로 나무하러 갈 때는 ‘사지(死地)밥을 싸가지고 가라’라는 말이 있다. 사지 밥이란 죽은 사람을 염습할 때 배고프지 말라고 입에 넣어 주는 쌀이다. 할아버지는 요즘도 사지 밥을 싸 들고 가는 각오로 자동차를 운전한다.
 
운전은 심각하고 잠시도 방심할 수 없는 작업이다 (driving is a serious and full-time job). 고속도로는 전쟁터와 흡사하다. 요즘 제한 속도 이하로 다니는 차는 거의 없다. 특히 대형 트럭과 트레일러 사이에서 운전하면 겁이 난다.  
 
무사고 운전을 하려면 방어 운전을 해야 한다. 방어 운전이란 다른 운전사나 보행자의 위험한 행동을 예견하고 방어 태세로 운전하는 방법이다. 교통신호가 없는 교차로에서 나보다 늦게 도착한 운전사가 먼저 출발하거나, 고속도로에서 앞차가 갑자기 브레이크를 밟거나, 어린아이가 공을 잡기 위해 갑자기 도로로 뛰어나오는 등의 위험 상황을 예상해 양보하고 대처해야 한다. 예측하면 더 빠른 대처가 가능하다.    
 
지난달 교회에 가려고 고속도로에서 내려 시내 도로에서 정차하고 있는데, 내 앞에 맥도날드 매장으로 진입하려는 차 여섯 대가 기다리고 있었다. 이 차들이 전부 들어가려면 오랜 시간이 걸리겠다 싶어 차선을 바꿀 생각을 했다. 하지만 뒤를 돌아보니 차가 계속 오고 있다. 조바심이 났다.  약간 틈이 났을 때 차선을 바꿨다. 그런데 밴 한 대가 휙 지나갔다. 가슴이 철렁했다. 그 밴이 내 차를 긁는 줄 알았다. 내 잘못이었다. 뒤에서 차가 오지 않을 때까지 기다리고 있다가 차선을 바꿔야 했다. 운전은 인내심이 필요하다.
 
너의 아빠나 고모는 고등학교에서 실기 운전을 배웠다. 요즘도 그런 학교가 있는지 모르겠다. 너는 전문 강사에게 제대로 운전을 배우기 바란다. 운전 교육에 투자한 비용은 값진 투자다. 평생 무사고 운전이란 이윤을 줄 것이기 때문이다.

윤재현 / 전 공무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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