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읽기] 중국몽과 중국인구
중국은 지대물박인다(地大物博人多)의 나라다. 땅은 넓고 물산은 풍부하며 사람은 많다는 이야기다. 그런 중국의 전국시대 인구는 2000만 정도로 추산된다. 이후 오랜 세월 5000만 내외를 오가다 명대 6000만을 넘어선 뒤 청대 들어 급증했다. 1724년 1억, 1812년 3억, 1901년엔 4억을 돌파했다. 1949년 신중국 건국 당시 5억4000만을 기록했는데 “인구는 힘”이란 마오쩌둥의 말에 힘입어 1982년엔 10억, 그리고 2019년엔 14억을 넘어섰다.그러나 영원한 건 없는 모양이다. 2021년 14억1260만으로 정점을 찍은 뒤 지난해는 85만이 줄었다. 마이너스 성장세로 돌아선 것인데 중국 당국의 예상을 9년 앞당긴 결과다. 중국의 인구 감소는 세계사적인 사건이다.
크게 세 가지를 생각할 수 있다. 첫 번째는 상징적인 의미로 ‘세계 최대의 인구 대국’이란 타이틀을 상실하게 됐다는 점이다. 유엔에 따르면 오는 4월중순 인도가 중국을 제치고 세계 최대의 인구 대국이 된다. 중국이 ‘세계 최대의 개발도상국’이라거나 또는 ‘세계 최대의 소비 시장’이란 수식어도 더는 유효하지 않아 보인다.
두 번째는 중국이 누려온 ‘인구 보너스’가 상실되며 중국 경제에 직격탄을 날릴 것이란 점이다. 인구 보너스는 흔히 경제활동인구는 많고 고령인구는 적어 노동력이 끊임없이 유입되는 상황에서 저축률이 증가해 경제가 상승하게 되는 걸 일컫는다. 한데 이런 이점을 중국이 더는 챙기기 어렵게 되는 것이다. 대량의 염가 노동력을 바탕으로 ‘세계의 공장’이라고 자부하던 성장모델 역시 더 이상 작동하지 않을 전망이다.
세 번째는 미국을 추월해 세계 넘버원이 되겠다는 중국몽(中國夢)이 물거품이 될 가능성이 커졌다는 점이다. 노동력 감소에 따라 제조강국을 건설해 세계 최강의 중국을 만들겠다는 시진핑의 야심이 한낱 꿈에 그칠 공산이 커졌다. 이와 관련 일본경제연구센터의 지난 3년에 걸친 중국 GDP 예측이 흥미롭다. 2020년 말이 센터는 중국의 GDP가 2028년이 되면 미국을 추월할 것이라고 봤다. 2021년엔 그 시기를 2033년으로 늦췄다. 한데 지난해 말 발표에선 중국이 미국을 넘어서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예측했다.
중국인은 “아직 부자가 되지 않았는데 몸은 이미 늙고 말았다”는 ‘미부선로(未富先老)’라는 말을 탄식처럼 내뱉곤 한다. 한데 이젠 중국이 미국을 넘어설 만큼 아직 강해지지 않았는데 벌써 쇠락의 길에 들어선 게 아닌가 하는 ‘미강선쇠(未强先衰)’의 한탄이 나오지 않을까 싶다.
유상철 / 한국 중앙일보 중국연구소장·차이나랩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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