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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지사지(歷知思志)] 포트 와인

 세계에서 와인을 가장 많이 소비하는 나라는 어디일까. 프랑스? 답은 미국이다. 지난해 국제와인기구(OIV)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미국은 2021년 33.1mhl(밀리언헥토리터, 1mhl=1억 리터)를 소비해 프랑스(25.2mhl)보다 많았다. 1인당 소비로 따지면 달라진다. 1인당 와인을 가장 많이 마신 나라는 포르투갈이다. 국민 1명당 51.9리터의 와인을 마셨다고 한다.
 
포르투갈은 포트(Port) 와인으로 더 많이 알려진 포르투(Porto) 와인을 생산한다. 달고 높은 도수(18~20도)가 특징인 포트 와인의 탄생 배경에는 백년전쟁이 있다. 백년 전쟁의 패배로 영국은 수백 년 간 보유했던 프랑스 내 영토를 잃게 됐다. 그중에는 와인 산지로 유명한 보르도가 있었다. 와인을 가져올 대체지가 필요했던 영국이 눈을 돌린 곳은 포르투갈의 도시 포르투였다. 그러나 포르투에서 실은 와인들은 영국에서 뚜껑을 연 순간 식초가 되어 있었다. 저온 보관 기술이 없었기 때문이다. 결국 찾아낸 해법은 주정강화였다. 도수 높은 브랜드를 섞어 변질을 막을 수 있었다. 덕분에 다른 와인과 차별화되는 특징을 갖게 됐다.
 
최근 중국의 시장과 노동력을 잃을 경우 경제에 닥칠 영향을 걱정하는 목소리가 적잖다. 그러나 포트 와인의 탄생처럼 역사는 결핍에서 도전과 혁신이 나올 수 있다는 점을 알려준다. 세계에 중국만 있는 것은 아닐 것이다.

유성운 / 한국 문화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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