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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산책] 미주이민 120년, 그 소중한 역사

1월13일은 미주 한인이민 120주년 기념일이다. 1903년 1월13일 102명의 한인을 태운 첫 이민선 갤릭호가 하와이 호놀룰루항에 도착했다.(이 중 86명이 입국했고, 16명은 긴 여정에 병을 얻어 한국으로 돌려보내졌다.) 이후 1905년까지 이민 배 65척에 실려 7200명이 하와이 사탕수수밭 노동자로 왔다. 이들이 우리의 이민선조들이다. 미주한인이민은 이렇게 시작되었다.
 
120주년이 무슨 각별한 의미가 있는 것은 아니겠지만, 지난 2003년 이민 100주년 때 다양한 행사와 연구가 있었는데, 그 후 20년 동안 어떤 변화와 진전이 있었는지를 살펴볼 필요는 충분히 있을 것이다. 이와 관련해 우리 한인사회에서도 다양한 행사가 개최될 것으로 기대한다.
 
120년의 연륜은 결코 가볍지 않다. 그 연륜의 무게에 힘입어 한인의 정계 진출은 크게 늘어 위상이 높아졌고, 사회 각 분야의 질적인 면도 한층 충실해졌다. 문화·예술 쪽에서 주목받는 1.5세, 2세 작가도 크게 늘었다. 반갑고 고마운 일이다. 이른바 K-컬처의 선봉장인 이들에게 큰 기대를 건다.
 
하지만, 우리 한인사회 전체의 성장은 멈추었거나 내리막이다. 새로 이민 오는 사람이 계속 줄어드는 형편이니, 양적 성장과 발전을 기대할 수 없고, 노령화될 수밖에 없다.  
 


앞으로 특별한 사정이 생기지 않는 한 새로운 이민이 많이 늘어날 가능성은 거의 없어 보인다.
 
우리 사회가 이런 현상에 대비해 자생력을 길렀는가 하면, 유감스럽게도 그렇지 못한 것이 현실이다.  
 
이런 상황에서 필요한 것은 내적 충실을 위한 노력이다. 우리 사회의 근본 문제들을 진지하게 점검하여 자생력을 기르고, 연륜의 나이테를 밀도 있게 추스르는 노력이 시급하다는 말이다. 예를 들어 ▶역사를 수집, 정리하여 기록, 갈무리하는 노력 ▶정신적 정체성과 자부심의 확립 ▶기초적 통계 자료의 정리 등등…. 해야 할 일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그중 가장 중요하고 시급한 것이 역사 정리일 것이다. 지금 우리에게는 공인(?)된 역사가 없다. 신문, 방송 같은 언론의 기사들이 거의 유일한 역사 기록인 형편이다. 그나마 컴퓨터 덕에 자료의 갈무리나 검색이 크게 손쉬워졌으니 다행이다.
 
하지만 신문기사 묶음이 곧 역사가 될 수는 없다. 그건 기초 자료일 뿐이다. 이 자료들을 우리 나름의 역사관, 건전한 가치관, 시대정신으로 종합, 분석, 정리하는 어려운 과정을 거쳐야 비로소 객관적 역사로 바르게 자리매김을 하는 것이다. 당연히 전문가의 몫이 크다. 혼자서 할 수 있는 일도 아니고, 단시간에 될 일도 아니다.
 
기본적으로 우선 시급한 것은 역사 자료를 한곳에 모으고, 체계적으로 정리해서 널리 보여주는 기관, 즉 이민 박물관 같은 시설이다.  
 
K-팝, 한국영화 등의 열풍으로 한국에 대해 알고 싶어 하는 외국인들이 많이 늘어나고 있다는데, 이들에게 가보라고 권할 만한 곳이 마땅치 않은 것이 우리의 현실이다. 대한인국민회 회관이나 한국문화원, 한국교육원 전시실 등이 있긴 하지만 충분하지 않다.
 
언제까지나 유대계나 일본 커뮤니티의 예를 부러워하고 앉아 있을 수는 없는 노릇이다. 아르메니안 커뮤니티도 이민박물관을 건립한다는 소식을 들었다. 우리 한인사회에도 제법 거창한 이민박물관이 설립될 것이라는 계획이 발표된 지 상당히 오래되었는데, 아직도 감감무소식이다. 답답하다.
 
하지만, 누구를 탓하랴! 우리 사회 전체가 힘과 마음을 모아 함께 해야 할 일인걸. 그것도 바로 지금!

장소현 / 시인·극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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