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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산책] 자랑스러운 우리 역사 지킴이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단재 신채호)   이런 거창한 말씀을 들먹이지 않더라도, 역사를 기록하는 작업이 얼마나 중요한 일인가는 누구나 안다. 기억되지 않은 역사는 사라져버리게 마련이다.   우리 미주 한인 사회도 이민 연륜이 길어지면서, 정리하고 기록해야 할 역사가 쌓였다. 많은 주요 단체들이 반세기의 전통을 자랑하고 있지만, 역사로 제대로 정리되고 기록된 예는 그리 많지 않다. 그 시절을 빛냈던 주인공들은 세상을 떠나고, 기억은 가물가물해지고, 자료들은 하나둘 사라져가고 있다. 급하다.   그런데 사명감을 가지고 역사를 갈무리하고 기록하는 일에 헌신하는 사람은 거의 없는 것이 현실이다. 내가 알기로는, 남가주에서는 한인역사박물관의 민병용 관장, UC리버사이드 교수이며 김영옥연구소 소장인 장태한 교수 정도다. 이런 상황에서 민병용 관장의 역작 '대한인국민회 100년사'가 발간되었다. 참으로 반갑고 고맙다.   대한인국민회가 어떤 곳인가? 미주 땅에 독립운동의 씨를 뿌린 도산 안창호 선생의 정신과 숨결이 배어 있는 미주 최고의 독립운동기관, 3·1운동 후 상해에 대한민국 임시정부가 수립되기까지 미주의 임시정부임을 선언하고 미국과 멕시코, 쿠바 동포들의 독립운동 총본부 역할을 감당한 곳, 동포들의 성금을 모아 상해 임시정부를 재정적으로 계속 후원해온 곳, 독립운동에 앞장선 언론 '신한민보'를 발행한 곳…. 그야말로 미주지역 독립운동의 구심점이었던 곳이 아닌가. 그 100년의 역사가 이제야 한 권으로 책으로 발간된 것이다.   대한인국민회 기념관은 비록 작은 규모이지만, 이민역사 자료를 전시해 놓은 유일한 교육의 현장이기도 하다. 학생들이 가볼 곳이 거기밖에 없다.   지난 2003년에는 건물 복원공사 중 천장 다락방에 보관되어 있던 다량의 독립운동 자료가 발견되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이 귀한 자료들은 USC에서 디지털화해서 도서관에 보관하고 있고, 원본은 한국의 독립기념관에 대여 조건으로 보관되어 있다. 미주에 한인역사박물관이 세워지면 돌아올 것이라고 한다.   민병용 관장이 2년여의 집필 기간을 거쳐 완성한 100년사 책에는 대한인국민회와 기념재단의 역사를 중심으로, 미주 한인 이민사와 독립운동의 역사 등 다양하고 폭넓은 내용이 풍부한 사진 자료와 함께 실려 있다. 독자들이 재미있게 읽을 수 있고, 학생들에게 이민사와 독립운동사를 가르치는 교사들에게는 참고서가 되도록 교육적인 면에 중점을 두어 편집했다는 설명이다.   저자 민병용 관장은 1976년 신문기자로 독립운동가를 인터뷰하면서 한인 미주이민 역사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고, 초기 이민의 현장인 하와이와 샌프란시스코, 중가주, 멕시코 등 현지를 발로 뛰어 취재하며 많은 기사를 썼다. 첫 책인 '미주이민 100년, 초기 이민을 캐다' 이후 지금까지 48년 동안 18권의 역사서를 집필, 발간했다. '미주독립유공자 전집, 애국지사의 꿈' 같은 독립운동사를 비롯하여, 미주 지역 주요 한인 단체의 역사, 각 분야에서 활동하는 미주한인의 기본 자료인 '한인인명록' 등 내용도 다양하다.   민 관장이 집필한 미주한인 100년사, 동양선교교회 30년사, 남가주한국학원 40년사, 민주평통 LA 30년사, LA한인회 50년사(전자책으로 발간 예정) 등은 기념비적 작품으로 평가받고 있다.   그는 자신을 ‘한인역사 세일즈맨’이라 칭하며, 22년째 LA한인역사박물관 관장을 맡고 있고, 2002년부터 대한인국민회 기념재단 이사로 봉사하고 있다.   한 지식인이 어려운 여건에서 이민사회의 역사를 발굴하고, 자료를 수집하고, 책을 쓰는 일에 반세기를 바쳤다는 것은 참 대단한 일이다. 그런 힘든 일을 해내면서 늘 ‘행복하고 감사하다’며 밝게 웃는 민 관장에게 감사와 응원의 박수를 보낸다. 아주 작은 힘이라도 보태고 싶은 마음이다. 장소현 / 시인·극작가문화산책 지킴이 역사 이민역사 자료 미주지역 독립운동 한인 미주이민

2024-08-22

[문화산책] 미주이민 120년, 그 소중한 역사

1월13일은 미주 한인이민 120주년 기념일이었다. 1903년 1월13일 102명의 한인을 태운 첫 이민선 갤릭호가 하와이 호놀룰루항에 도착했다.(이 중 86명이 입국했고, 16명은 긴 여정에 병을 얻어 한국으로 돌려보내졌다.) 이후 1905년까지 이민 배 65척에 실려 7200명이 하와이 사탕수수밭 노동자로 왔다. 이들이 우리의 이민선조들이다. 미주한인이민은 이렇게 시작되었다.   120주년이 무슨 각별한 의미가 있는 것은 아니겠지만, 지난 2003년 이민 100주년 때 다양한 행사와 연구가 있었는데, 그 후 20년 동안 어떤 변화와 진전이 있었는지를 살펴볼 필요는 충분히 있을 것이다. 이와 관련해 우리 한인사회에서도 다양한 행사가 개최될 것으로 기대한다.   120년의 연륜은 결코 가볍지 않다. 그 연륜의 무게에 힘입어 한인의 정계 진출은 크게 늘어 위상이 높아졌고, 사회 각 분야의 질적인 면도 한층 충실해졌다. 문화·예술 쪽에서 주목받는 1.5세, 2세 작가도 크게 늘었다. 반갑고 고마운 일이다. 이른바 K-컬처의 선봉장인 이들에게 큰 기대를 건다.   하지만, 우리 한인사회 전체의 성장은 멈추었거나 내리막이다. 새로 이민 오는 사람이 계속 줄어드는 형편이니, 양적 성장과 발전을 기대할 수 없고, 노령화될 수밖에 없다.     앞으로 특별한 사정이 생기지 않는 한 새로운 이민이 많이 늘어날 가능성은 거의 없어 보인다.   우리 사회가 이런 현상에 대비해 자생력을 길렀는가 하면, 유감스럽게도 그렇지 못한 것이 현실이다.     이런 상황에서 필요한 것은 내적 충실을 위한 노력이다. 우리 사회의 근본 문제들을 진지하게 점검하여 자생력을 기르고, 연륜의 나이테를 밀도 있게 추스르는 노력이 시급하다는 말이다. 예를 들어 ▶역사를 수집, 정리하여 기록, 갈무리하는 노력 ▶정신적 정체성과 자부심의 확립 ▶기초적 통계 자료의 정리 등등…. 해야 할 일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그중 가장 중요하고 시급한 것이 역사 정리일 것이다. 지금 우리에게는 공인(?)된 역사가 없다. 신문, 방송 같은 언론의 기사들이 거의 유일한 역사 기록인 형편이다. 그나마 컴퓨터 덕에 자료의 갈무리나 검색이 크게 손쉬워졌으니 다행이다.   하지만 신문기사 묶음이 곧 역사가 될 수는 없다. 그건 기초 자료일 뿐이다. 이 자료들을 우리 나름의 역사관, 건전한 가치관, 시대정신으로 종합, 분석, 정리하는 어려운 과정을 거쳐야 비로소 객관적 역사로 바르게 자리매김을 하는 것이다. 당연히 전문가의 몫이 크다. 혼자서 할 수 있는 일도 아니고, 단시간에 될 일도 아니다.   기본적으로 우선 시급한 것은 역사 자료를 한곳에 모으고, 체계적으로 정리해서 널리 보여주는 기관, 즉 이민 박물관 같은 시설이다.     K-팝, 한국영화 등의 열풍으로 한국에 대해 알고 싶어 하는 외국인들이 많이 늘어나고 있다는데, 이들에게 가보라고 권할 만한 곳이 마땅치 않은 것이 우리의 현실이다. 대한인국민회 회관이나 한국문화원, 한국교육원 전시실 등이 있긴 하지만 충분하지 않다.   언제까지나 유대계나 일본 커뮤니티의 예를 부러워하고 앉아 있을 수는 없는 노릇이다. 아르메니안 커뮤니티도 이민박물관을 건립한다는 소식을 들었다. 우리 한인사회에도 제법 거창한 이민박물관이 설립될 것이라는 계획이 발표된 지 상당히 오래되었는데, 아직도 감감무소식이다. 답답하다.   하지만, 누구를 탓하랴! 우리 사회 전체가 힘과 마음을 모아 함께 해야 할 일인걸. 그것도 바로 지금! 장소현 / 시인·극작가문화산책 미주이민 역사 역사 자료 역사 기록인 우리 한인사회

2023-01-18

[문화산책] 미주이민 120년, 그 소중한 역사

1월13일은 미주 한인이민 120주년 기념일이다. 1903년 1월13일 102명의 한인을 태운 첫 이민선 갤릭호가 하와이 호놀룰루항에 도착했다.(이 중 86명이 입국했고, 16명은 긴 여정에 병을 얻어 한국으로 돌려보내졌다.) 이후 1905년까지 이민 배 65척에 실려 7200명이 하와이 사탕수수밭 노동자로 왔다. 이들이 우리의 이민선조들이다. 미주한인이민은 이렇게 시작되었다.   120주년이 무슨 각별한 의미가 있는 것은 아니겠지만, 지난 2003년 이민 100주년 때 다양한 행사와 연구가 있었는데, 그 후 20년 동안 어떤 변화와 진전이 있었는지를 살펴볼 필요는 충분히 있을 것이다. 이와 관련해 우리 한인사회에서도 다양한 행사가 개최될 것으로 기대한다.   120년의 연륜은 결코 가볍지 않다. 그 연륜의 무게에 힘입어 한인의 정계 진출은 크게 늘어 위상이 높아졌고, 사회 각 분야의 질적인 면도 한층 충실해졌다. 문화·예술 쪽에서 주목받는 1.5세, 2세 작가도 크게 늘었다. 반갑고 고마운 일이다. 이른바 K-컬처의 선봉장인 이들에게 큰 기대를 건다.   하지만, 우리 한인사회 전체의 성장은 멈추었거나 내리막이다. 새로 이민 오는 사람이 계속 줄어드는 형편이니, 양적 성장과 발전을 기대할 수 없고, 노령화될 수밖에 없다.     앞으로 특별한 사정이 생기지 않는 한 새로운 이민이 많이 늘어날 가능성은 거의 없어 보인다.   우리 사회가 이런 현상에 대비해 자생력을 길렀는가 하면, 유감스럽게도 그렇지 못한 것이 현실이다.     이런 상황에서 필요한 것은 내적 충실을 위한 노력이다. 우리 사회의 근본 문제들을 진지하게 점검하여 자생력을 기르고, 연륜의 나이테를 밀도 있게 추스르는 노력이 시급하다는 말이다. 예를 들어 ▶역사를 수집, 정리하여 기록, 갈무리하는 노력 ▶정신적 정체성과 자부심의 확립 ▶기초적 통계 자료의 정리 등등…. 해야 할 일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그중 가장 중요하고 시급한 것이 역사 정리일 것이다. 지금 우리에게는 공인(?)된 역사가 없다. 신문, 방송 같은 언론의 기사들이 거의 유일한 역사 기록인 형편이다. 그나마 컴퓨터 덕에 자료의 갈무리나 검색이 크게 손쉬워졌으니 다행이다.   하지만 신문기사 묶음이 곧 역사가 될 수는 없다. 그건 기초 자료일 뿐이다. 이 자료들을 우리 나름의 역사관, 건전한 가치관, 시대정신으로 종합, 분석, 정리하는 어려운 과정을 거쳐야 비로소 객관적 역사로 바르게 자리매김을 하는 것이다. 당연히 전문가의 몫이 크다. 혼자서 할 수 있는 일도 아니고, 단시간에 될 일도 아니다.   기본적으로 우선 시급한 것은 역사 자료를 한곳에 모으고, 체계적으로 정리해서 널리 보여주는 기관, 즉 이민 박물관 같은 시설이다.     K-팝, 한국영화 등의 열풍으로 한국에 대해 알고 싶어 하는 외국인들이 많이 늘어나고 있다는데, 이들에게 가보라고 권할 만한 곳이 마땅치 않은 것이 우리의 현실이다. 대한인국민회 회관이나 한국문화원, 한국교육원 전시실 등이 있긴 하지만 충분하지 않다.   언제까지나 유대계나 일본 커뮤니티의 예를 부러워하고 앉아 있을 수는 없는 노릇이다. 아르메니안 커뮤니티도 이민박물관을 건립한다는 소식을 들었다. 우리 한인사회에도 제법 거창한 이민박물관이 설립될 것이라는 계획이 발표된 지 상당히 오래되었는데, 아직도 감감무소식이다. 답답하다.   하지만, 누구를 탓하랴! 우리 사회 전체가 힘과 마음을 모아 함께 해야 할 일인걸. 그것도 바로 지금! 장소현 / 시인·극작가문화산책 미주이민 역사 역사 자료 역사 기록인 우리 한인사회

2023-0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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