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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언대] 이태원 클래스 2

세계를 압축해 놓은 듯한 이태원의 작은 거리에서 불합리한 세상에 맞서 창업 신화를 만들어가는 청춘들의 이야기를 다룬 ‘이태원 클래스’라는 드라마가 2020년 1월 방영돼 많은 인기를 얻었다. 그리고 2022년 10월, 새로운 드라마가 시작되었다. 하지만 그것은 청춘들의 밝은 미래와 사랑 이야기가 아닌 공포와 전쟁의 드라마였다. 드라마의 주연은 한이 맺혀 슬픔의 눈물만 흘리는 부모들이고, 조연은 천사, 귀신, 군인, 텔레토비 등 다양한 복장의 싸늘한 시신으로 잠깐 출연한 자녀들이다.  
 
대본과 대화는 없고 어두운 공간에서 부모들이 두려움과 외로움으로 소리 없이 외치는 장면들만 나온다. 과연 앞으로 어떤 스토리 전개로 시청자들의 공감을 얻게될지 궁금하다.  
 
나는 대한민국에서 태어나 미국에서 자라면서 여전히 정체성의 혼란을 겪고 있지만 열심히 살아가는 1.5세다. 그리고 이제 어느덧 중년이 되었다. 하지만 아직도 우리 역사와 문화, 말들을  하나씩 배우고 있다. 8년 전에는 세월호 사건을 접하면서 ‘참사’라는 단어의 의미를 처음 알게 되었다. 그리고 이번에 새로운 이태원 드라마 (사태)를 보면서 ‘압사’, 그리고 ‘정쟁(정치전쟁)’ 이라는 단어들을 알게 되었다. 우리나라 언어에 이렇게 많은 표현과 단어들이 있는지 미처 몰랐다.
 
역사를 모르면 미래가 없다고 하던데, 참사를 배웠는데 왜 압사 사태가 발생했는지 모르겠다. 미래가 행복하려면 지금이 행복해야 한다는데, 놀다가 죽으면 원인이 무엇이든 본인 탓인가? 놀러 가서도 죽지 말고 잘 놀다 집으로 잘 들어가게 하는 게 국가의 의무와 책임 아닌가? 사고와 사건으로 남 탓하기 전에 예방이 그렇게 어려운가? 자식을 잃은 부모에게 정신상담이라니?  자식을 잃은 부모가 정신치료를 받는다고 슬픔을 잊을 수 있는가?  
 


치열한 경쟁 속에 사는 대한민국 청년들은 가족과의 추억이나 미래에 대한 고민보다 생존에 더 바빴다. 이런 힘든 과정에서 하루라도 축제와 해방감을 즐겨보고 싶었던 그들은 누군가의 아들이고 딸이고 친구고 이웃이었다.
 
청춘이 죄가 되어가는 막장 드라마는 계속되고 있다. 

크리스토퍼 HK 이 / 영화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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