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산책] 2022년 미주한인 예술의 활동
코로나19 한파는 문화예술계에도 큰 타격을 주었다. 집에서 혼자서 할 수 있는 문학의 경우는 비교적 영향이 적었지만, 관객 없이는 행사 자체가 불가능한 공연예술계에는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하지만, 미주한인 문화계는 어려운 여건을 이겨내고, 나름대로 활발하게 움직였다. 특히 하반기에는 그동안 열지 못했던 행사들이 활발하게 개최되었다.▶ 한국미술에 대한 큰 관심
미주 한인작가들의 활동은 아니지만, LA카운티 뮤지엄이 개최한 특별기획전 ‘사이의 공간: 한국미술의 근대전’과 ‘박대성 작품전’은 한국미술의 우수성을 널리 알리는 자랑스러운 자리로 평가된다.
‘사이의 공간’ 전시는 1897년부터 1965년까지 제작된 한국 근대 미술의 주요 작품 130여 점의 명작을 한눈에 보여주는 기획전으로, 한국 전통 유물과 현대 작품 사이에서 마치 공백처럼 남아있던 근대 미술의 예술적 성취를 보여주는 귀한 자리이며, 미국에서 처음으로 열리는 한국 근대미술전이라는 의미를 갖는다. 이 전시회는 내년 2월 19일까지 열린다.
▶ 한인과 흑인 작가 합동전시회
미술계에서도 사이구 30주년의 의미를 되새기고, 인종 갈등 없는 평화공존의 지혜를 모색하는 전시회를 열어 관심을 모았다. LA 한국문화원이 남가주한인미술가협회와 힘을 모아 개최한 한인과 흑인 작가들의 합동전시회 ‘피닉스 프로젝트(Phoenix Project)’가 큰 관심을 모았고, 갤러리 웨스턴과 갤러리 두아르떼에서 열린 한인과 흑인 작가 작품전 ‘피스 투게더(Peace Together)’도 눈길을 끌었다. 앞으로 이런 식의 합동전시회를 정기적으로 가질 필요가 있다는 이야기도 나왔다.
특히, 문화원이 주도한 미술작품전은 남가주 지역의 한인작가와 흑인작가들이 약 1년에 걸쳐 정기적으로 만나 대화를 나누면서 준비하는 과정을 거쳤는데, 이런 만남과 대화를 통해 서로를 이해하며 함께 살아가는 평화공존의 지혜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실감할 수 있었다고 한다.
이처럼 한국문화원이 미주 한인사회의 중요한 행사를 적극 후원한 것은 매우 바람직한 일로 평가된다. 앞으로도 다민족 다문화 사회에서 슬기롭게 우리 문화를 심고 기르는 작업에 더 많은 지원이 있기를 기대한다.
▶ 공연예술계의 활기 기대
여러 가지로 어려운 여건에서도 의미 있는 공연이 열렸다. 극단 ‘시선’은 도산 안창호를 기리는 ‘뮤지컬 도산’을 라미라다 극장에서 공연했다. ‘뮤지컬 도산’은 2019년 3·1만세 운동 100주년을 기념해 제작된 작품으로, 이번에 시즌3 형식으로 공연된 것이다. 극단 TAL의 뮤지컬 ‘LA, 빈방 있습니까?’도 무대에 오른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활동을 중단했던 극단 ‘어울림’은 국악을 접목한 ‘퓨전 심청’을 플러턴의 머켄탈러 문화원 야외극장에서 공연했다.
전통문화에서는 서연운의 판소리 동초제 ‘심청가’ 완창 무대가 빛났다. 미주에서 활동하는 소리꾼이 처음으로 마련한 판소리 완창 공연무대라는 점만으로도 매우 반갑고 높은 평가를 받았다. 미주예술원 ‘다루’ 주최로 LA반스달극장에서 열린 공연은 무려 6시간(판소리 공연만 5시간)에 걸쳐 진행됐음에도 340여명의 관중이 흥겨운 추임새로 뜨겁게 호응했고, 120여 명은 끝까지 자리를 지켜, 국악에 대한 달라진 관심과 수준을 반영했다.
부디 새해에는 더 많은 공연이 있기를 간절히 바란다.
장소현 / 시인·극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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