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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별영어] 영어도 월드컵 시대

풋볼(football)과 사커(soccer), 어느 쪽이세요? 1860년대 영국에서 공을 손으로 들고 뛰는 럭비(rugby football)와 구분하려고 발로 하는 새 방식에 soccer라는 이름을 만들었어요. 어순을 바꾼 연맹의 이름 ‘association football’의 association에서 앞뒤를 자르고 ‘-er’를 붙인 것이죠.
 
그런데 정작 영국을 비롯한 유럽과 남미에선 이걸 안 쓰고 football이라 합니다. 미국, 캐나다, 호주에서만 그들이 만든 미식축구(American football) 등을 football로 부르며 이와 구분하려고 soccer를 쓰죠. FIFA의 두 번째 ‘F’도 football입니다.
 
영어가 널리 퍼지면서 단어뿐 아니라 소리와 문장구조 등 모든 영역에 차이가 생겼죠. 월드컵을 접하며 세계의 다양한 영어 말소리도 들리시는지요?
 
우선 지역 차가 큽니다. 영국영어도 잘 안 들려요. 어떤 분은 영국인이 스케줄(schedule)을 ‘셰줄’, 핫(hot)을 ‘홋’으로 발음해 혼란스러웠대요. 제 친구는 호주TV에서 비오는 장면에 ‘세븐 다이즈’라 해서 ‘홍수로 일곱 명이 죽었나?’ 했는데, 7일간(seven days)의 비 예보였대요. 뉴욕을 관광하던 호주인에게 언제 왔나 물었더니 “투다이(today)”라고 해 죽으려고(to die) 왔다는 줄 알았다는 농담도 있죠.
 


한편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홍콩, 인도, 필리핀 등 영미의 식민 지배를 받은 지역은 현지어와 섞인 독특한 영어를 사용합니다. 싱가포르에선 “Now what time?” 하며 중국어 어순을 따르고, 인도영어는 혀끝을 뒤로 말아 발음해 알아듣기 어렵죠.
 
게다가 같은 지역내라도 민족에 따른 차이도 큽니다. 미국의 아프리카계와 히스패닉계의 영어, 영국의 서인도제도 출신과 인도계의 영어가 독특하지요.
 
다양한 영어를 접할 때는 이와 결합한 편견에 주의해야 합니다. 예컨대 만화영화 ‘라이언킹’에서 악당 스카는 영국영어, 하이에나 떼는 아프리카계 영어를 사용하는데 미국 표준어와 다르면 나쁘다는 생각을 조장하죠. 모든 언어는 그 자체로 체계가 있고 유용하므로 언어 간 우열은 없다고 봅니다.
 
영어가 세계로 퍼지니 다양한 영어의 모습을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일은 이제 선택이 아닌 필수입니다. 지역과 민족에 따른 차이에 흥미를 갖는다면 당황하지 않을 수 있겠죠? 축구를 뭐라 부르든 지구촌이 하나 되어 즐기듯이요.
 
나아가 한국인 특유의 영어에 자신감을 가져도 됩니다. 다양한 영어의 존재 의미를 이해하고 편견에서 자유로울 때 모두가 당당하게 소통에 집중할 수 있으니까요.

채서영 / 서강대 영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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