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렌드터치] 엑스트라 마일의 시대
물건 판 후의 고객서비스 필수
개별 고객 취향 세세히 살펴야
백화점식 전략은 이제 안 통해
MZ공략에 심혈을 기울인 더현대서울 역시 코로나 시국에 개점한 첫해 매출 8000억원을 기록했는데, 매출의 절반이 2030으로부터 나왔다. 이렇듯 시장규모보다 중요한 것이 시장구성인자다. 고객 한 명 한 명에 대한 세심한 배려를 전제로 한 시장 세분화에 승부수를 띄워야 하는 이유다.
우리는 빠르게 잘 해내는 것에 능숙하다. 단기간에 성과를 이룬 나라이기 때문이다. 이제는 빠르게 잘 해내는 것은 기본이요, 치밀하고 디테일하게 사소한 부분까지 챙겨야 한다. ‘뛰는 놈 위에 나는 놈 있다’고 하지 않았던가. 큰 틀을 기획하는 사람 위에 사소한 부분까지 파고드는 사람이 있어야 한다. 과거와 달리 오늘날의 소비자들에게는 그 작은 디테일을 볼 줄 아는 눈이 생겼기 때문이다. 상식과 지식의 범위가 넓고 어디서든 정보를 습득할 수 있는 세상에서 고객들은 쉽게 손에 넣을 수 있는 것이 아닌 것들에 몰입하기 마련이다.
디테일의 논리는 마이크로 세그멘테이션(Micro Segmentation)이라는 시장 초세분화 전략에 불을 지폈다. 응당 마켓 사이즈가 상품기획의 기본 요건이었으나 공급과잉과 저성장 시대에는 마이크로 세그멘테이션이 대세다. 사이즈보다 중요한 것이 적중률임에도 우리는 여전히 규모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 불특정 다수에게 읍소하는 것보다 분명한 코어 타깃에 어필하는 것이 수요를 만들 수 있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다. 나눠야 한다. 나눌 수 있을 만큼 나누고 또 쪼갤 수 있을 만큼 쪼개야 뾰족한 페르소나를 찾을 수 있다. 나눈 다음에는 집요하게 파고들어야 한다. ‘고객중독적 사고’를 기치로 내걸고 초세분화 전략을 펼치는 아마존은 매출의 35%가 세분화된 고객에게 제공하는 추천 서비스를 통해 발생한다.
1인 1시장을 넘어 한 사람 안에서도 상황 맥락에 따라 다른 수요가 발생하는 멀티페르소나 마켓이다. 디테일이 지배하는 마이크로 세그멘테이션을 위해서는 세상에 그 고객 한 명뿐인 듯 연구하고 그 고객을 맞추기 위해 고민함으로써 그 고객을 만족시켰을 때 창출해 낼 파장 효과에 주목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관련 업계의 견고한 마니아들을 찾아내는 것부터 시작해 가치사슬 전 단계를 분해해 간과되고 있는 소수의 흐름을 찾아내야 한다. 고객경험여정과 기업의 가치사슬은 모두 디테일 전쟁의 시험대에 올랐다.
유교 경전인 『중용(中庸)』에 ‘미세한 것보다 더 뚜렷한 것이 없다’란 구절이 있다. 확고함을 갖기 어려운 불확실성의 시대에 디테일은 자본이다. 삶의 질을 다르게 만드는 디테일에는 내공이 따른다. 99번을 잘해도 한 번 잘못하면 허사가 될 수 있기에 한 번은 숫자 1 이상의 가치를 지닌다. 전략과 계획, 비전 등 모든 것을 내포하고 있는 강력한 1이다. ‘100-1’이 수학적으로는 99라는 답을 갖지만 디테일이 강조되는 시장상황에서 답은 0이다. 작고 사소한 한 가지를 챙기지 못하는 것이 막대한 손실을 초래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반대로 ‘100+1’ 역시 101이 아니라 200, 300이 될 수도 있다. 글로벌 기업들이 고객 여정을 현미경 들여다보듯 세심하게 확대하고 파헤치며 전 밸류체인의 디테일을 점검하고 재설계하는 이유다. 라스트마일(List-mile)을 넘어 엑스트라 마일(Extra-mile)을 관리해야 하는 시대가 되었다. 퍼스트에서 라스트까지의 구간이 끝나고 난 후 고객의 변심이나 기타 사유에 의해 발생하는 반품반송 서비스를 뜻하는 엑스트라 마일은 제품을 판매한 뒤 제품의 만족도에 대해서도 고객의 의사를 존중하고 그에 맞는 차별화된 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는 것을 시사한다.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작디작은 디테일이 큰 격차를 만든다. 숫자로 점철된 KPI 달성에서 벗어나 ‘이렇게까지’에 진심이고 전문가와 마니아들로부터 인정받을 수 있는 경지까지 도달해야 한다. 모두를 만족시키겠다는 것은 아무도 만족시키지 않겠다는 것과 같다.
이향은 / LG전자 고객경험혁신담당·상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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