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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렌드터치] 활짝 핀 인공지능, 문제는 신뢰다

천재적인 사상가 유발 하라리의 명저 『사피엔스』 10주년 특별판은 그야말로 특별했다. 인간 종족 진화의 역사에 대한 맛깔나는 문장을 기억하고 있을 『사피엔스』 독자들을 또 한 번 놀라게 한 유발 하라리는 10주년 특별판 서문을 무려 인공지능(AI)에 맡겼다. 『사피엔스』 출간 이후 10년간 비약적인 발전을 이룬 인공지능은 지금 이 순간에도 우리와 유발 하라리의 삶을 바꾸고 있다.   회의적이었던 AI챗봇의 위상이 달라졌다. 요즘 가장 핫한 ‘챗GPT’에 AI챗봇의 발전상에 대해 묻자 10초도 되지 않아 “지능적인 대화 인터페이스, 자연어 처리 기술, 더 나은 사용자 경험(UX) 등으로 날로 향상되는 AI챗봇이 산업적 효용성을 갖게 될 것”이라는 대답을 눈앞에서 술술 써 내려 간다. 지난 12월, 출시 5일 만에 사용자 수 100만 명에 도달하는 기염을 토한 이후 연일 화제가 되고 있는 챗GPT는 세계 최대 AI연구소 오픈AI(Open AI)의 대화형 AI서비스다.   2015년 일론 머스크를 비롯한 IT업계 거물들의 합작품으로 기대를 모은 오픈AI는 현재 매개변수 1750억 개를 활용해 유려한 문장력을 갖춘 GPT3기술로 본격적인 AI챗봇 시대를 열었다. 알파고로 촉발된 AI에 대한 대중의 관심이 챗GPT로 또 한 번 모멘텀을 맞을 기세다.   앞서 언급했듯 단행본 서문은 물론 뉴스 기사 및 보고서 작성 등 놀랄 만큼 매끄러운 글쓰기 작업을 해내는 챗GPT는 사용자들의 감탄을 자아내고 있다.   역혁신(Reverse Innovation)의 개념을 주창한 비제이 고빈다라잔 교수가 지적했듯 ‘획기적 혁신은 기술이 아닌 비즈니스 모델’이기에 이 놀라운 기술을 앞으로 어떻게 활용하느냐가 관건이다.   그러나 그러한 우려도 잠시, 구글이 심각한 위협으로 느껴 코드 레드를 발령했다시피 챗GPT는 검색엔진을 대신할 비즈니스 모델을 갖추게 될 거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기업들이 도입하기 쉬운 상용서비스를 갖추어 출시된다면 GPT4에 대한 화력은 고공행진 중인 기대치를 뛰어넘을 것이다.   1월 초 전 세계에서 라스베이거스에 모인 CES 참관자 11만 명은 소비자 편익 증진을 위해 이종산업 간의 융복합이 본격화할 것을 실감했고, 그 속에서 헤게모니를 쥐기 위해 누가 누가 더 연결을 잘하느냐에 많은 관심을 쏟았다.   그러나 초연결보다 중요한 것이 연결 후의 신뢰성 높은 영위, 디지털 트러스트(Digital Trust)다. 디지털 신뢰란 개인이 조직에 갖는 신뢰, 구체적으로 기업이 나의 데이터를 보호하고 사이버 보안 조치를 도입해서 신뢰할 수 있는 인공지능(AI) 기반 제품과 서비스를 투명하게 제공할 것이라는 믿음을 의미한다. 보안위험의 감지와 제어환경, 체계적인 데이터 관련 거버넌스 조직과 진화를 거듭하는 AI의 정책 대응 등 이면의 준비작업이다. 초연결 AI시대를 위한 기업들의 새로운 숙제다.   웹 3.0시대의 흐름은 탈중앙화를 낳았고 필연적으로 개인정보 보안이 대두한다. 유명회사들이 해킹 공격에 노출되고, 데이터 프라이버시와 보안침해 사고는 늘고 있다. 보안기술에 투자하는 것은 기업의 디지털 신뢰도를 높이는 직접적인 활동이다. 또한 사회와 산업을 바꿀 데이터 관련 신기술의 리딩그룹으로서 혁신의 주축으로 이를 활용하고 있음을 꾸준히 알리는 간접적 활동도 뒤따라야 한다.   “원가경쟁력에 위배되는 이 기술을 굳이 이번에 도입해야 할까? 실효성의 벽에 부딪힌 메타버스를 계속 고민해야 하나? 업의 본질이 다른데 블록체인을 연구할 필요가 있을까?” 이런 불신과 안이함은 진부함을 드리우고 고객들로 하여금 기업의 디지털 신뢰도를 하락시키는 결과를 초래한다. 디지털 신뢰는 고객이 기업의 제품과 서비스를 신뢰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하기에 고객만족도의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며 이는 기업경쟁력에 직결된다.   발전 수준과 속도를 날로 갱신하는 AI기술들은 결국 실생활에 당연하게 사용되고 확실한 이익도 창출할 수 있는 개인화 AI서비스를 다양하게 만들어 낼 것이다. 디지털 신뢰는 기업의 이미지를 넘어 성과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며 ‘AI신뢰’로 이어질 것이다. 일엽지추(一葉知秋), 하나를 보면 열을 안다고 했다. 기업의 AI수준이 그 기업의 미래를 보여준다. 디지털·AI 신뢰의 경제적 가치에 눈을 뜨자. 이향은 / LG전자 CX담당 상무트렌드터치 인공지능 문제 신뢰 구체적 영위 디지털 사용자 경험

2023-02-05

[트렌드터치] 엑스트라 마일의 시대

백(百) 가지 재화(貨)를 갖춘 상점(店)이라는 뜻의 백화점이 가짓수를 줄이고 고객을 세분화해 집중공략하는 전략을 택했다. MZ들의 성지라 불리는 더현대서울이 그러했고, 식품관의 명품관으로 통하는 갤러리아 백화점이 그렇다. 올해 상반기 대대적인 리뉴얼을 하며 기존 6500여 식재료 판매 품목을 무려 82% 축소해 1200여 품목으로 운영하는 갤러리아 백화점의 매출과 방문고객수는 오히려 증가했다.   MZ공략에 심혈을 기울인 더현대서울 역시 코로나 시국에 개점한 첫해 매출 8000억원을 기록했는데, 매출의 절반이 2030으로부터 나왔다. 이렇듯 시장규모보다 중요한 것이 시장구성인자다. 고객 한 명 한 명에 대한 세심한 배려를 전제로 한 시장 세분화에 승부수를 띄워야 하는 이유다.   우리는 빠르게 잘 해내는 것에 능숙하다. 단기간에 성과를 이룬 나라이기 때문이다. 이제는 빠르게 잘 해내는 것은 기본이요, 치밀하고 디테일하게 사소한 부분까지 챙겨야 한다. ‘뛰는 놈 위에 나는 놈 있다’고 하지 않았던가. 큰 틀을 기획하는 사람 위에 사소한 부분까지 파고드는 사람이 있어야 한다. 과거와 달리 오늘날의 소비자들에게는 그 작은 디테일을 볼 줄 아는 눈이 생겼기 때문이다. 상식과 지식의 범위가 넓고 어디서든 정보를 습득할 수 있는 세상에서 고객들은 쉽게 손에 넣을 수 있는 것이 아닌 것들에 몰입하기 마련이다.   디테일의 논리는 마이크로 세그멘테이션(Micro Segmentation)이라는 시장 초세분화 전략에 불을 지폈다. 응당 마켓 사이즈가 상품기획의 기본 요건이었으나 공급과잉과 저성장 시대에는 마이크로 세그멘테이션이 대세다. 사이즈보다 중요한 것이 적중률임에도 우리는 여전히 규모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 불특정 다수에게 읍소하는 것보다 분명한 코어 타깃에 어필하는 것이 수요를 만들 수 있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다. 나눠야 한다. 나눌 수 있을 만큼 나누고 또 쪼갤 수 있을 만큼 쪼개야 뾰족한 페르소나를 찾을 수 있다. 나눈 다음에는 집요하게 파고들어야 한다. ‘고객중독적 사고’를 기치로 내걸고 초세분화 전략을 펼치는 아마존은 매출의 35%가 세분화된 고객에게 제공하는 추천 서비스를 통해 발생한다.   1인 1시장을 넘어 한 사람 안에서도 상황 맥락에 따라 다른 수요가 발생하는 멀티페르소나 마켓이다. 디테일이 지배하는 마이크로 세그멘테이션을 위해서는 세상에 그 고객 한 명뿐인 듯 연구하고 그 고객을 맞추기 위해 고민함으로써 그 고객을 만족시켰을 때 창출해 낼 파장 효과에 주목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관련 업계의 견고한 마니아들을 찾아내는 것부터 시작해 가치사슬 전 단계를 분해해 간과되고 있는 소수의 흐름을 찾아내야 한다. 고객경험여정과 기업의 가치사슬은 모두 디테일 전쟁의 시험대에 올랐다.   유교 경전인 『중용(中庸)』에 ‘미세한 것보다 더 뚜렷한 것이 없다’란 구절이 있다. 확고함을 갖기 어려운 불확실성의 시대에 디테일은 자본이다. 삶의 질을 다르게 만드는 디테일에는 내공이 따른다. 99번을 잘해도 한 번 잘못하면 허사가 될 수 있기에 한 번은 숫자 1 이상의 가치를 지닌다. 전략과 계획, 비전 등 모든 것을 내포하고 있는 강력한 1이다. ‘100-1’이 수학적으로는 99라는 답을 갖지만 디테일이 강조되는 시장상황에서 답은 0이다. 작고 사소한 한 가지를 챙기지 못하는 것이 막대한 손실을 초래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반대로 ‘100+1’ 역시 101이 아니라 200, 300이 될 수도 있다. 글로벌 기업들이 고객 여정을 현미경 들여다보듯 세심하게 확대하고 파헤치며 전 밸류체인의 디테일을 점검하고 재설계하는 이유다. 라스트마일(List-mile)을 넘어 엑스트라 마일(Extra-mile)을 관리해야 하는 시대가 되었다. 퍼스트에서 라스트까지의 구간이 끝나고 난 후 고객의 변심이나 기타 사유에 의해 발생하는 반품반송 서비스를 뜻하는 엑스트라 마일은 제품을 판매한 뒤 제품의 만족도에 대해서도 고객의 의사를 존중하고 그에 맞는 차별화된 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는 것을 시사한다.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작디작은 디테일이 큰 격차를 만든다. 숫자로 점철된 KPI 달성에서 벗어나 ‘이렇게까지’에 진심이고 전문가와 마니아들로부터 인정받을 수 있는 경지까지 도달해야 한다. 모두를 만족시키겠다는 것은 아무도 만족시키지 않겠다는 것과 같다. 이향은 / LG전자 고객경험혁신담당·상무트렌드터치 엑스트라 고객서비스 초세분화 전략 시장 초세분화 마이크로 세그멘테이션

2022-11-27

[트렌드터치] 웰컴 투 더 헬

‘오징어 게임’의 여운이 채 가시기도 전에 등장한 또다른 넷플릭스 오리지널 K콘텐트 ‘지옥’은 대중에 공개되기 전부터 토론토 국제영화제에 초청되어 평단의 극찬을 받으며 기대감을 높였다. 실제로 영상이 공개된 후 사람들은 지옥의 콘텐트에 강한 호불호를 나타냈고, 결과적으로 이슈몰이에 성공했다. 미지의 영(靈)으로부터 불쑥 고지받은 날짜와 시간에 죽음을 맞이할 수밖에 없는 설명 불가한 상황, 사람의 힘으로 어찌할 수 없는 초자연적인 현상 앞에 혼란이 몰고온 광기로 미쳐가는 세상을 지옥에 빗댄 이 드라마의 성공요인은 초자연적인 소재와 범죄 장르의 성공적인 조합, 그리고 그에 걸맞은 강렬한 제목이다.   이와 함께 요즘 MZ들 사이에서 가장 핫한 콘텐트를 꼽으라고 한다면 단연 ‘솔로지옥’이다. 커플이 되어야만 나갈 수 있는 외딴 섬 ‘지옥도’에 쭉쭉빵빵 건강한 솔로들을 모아 놓고 감정선의 변화를 그려내는 리얼리티 데이트쇼 ‘솔로지옥’은 예능 중에서는 처음으로 넷플릭스 전세계 순위 10위권에 등극했을 만큼 그야말로 화끈하다. 한번 보면 헤어나올 수 없어 마치 ‘개미지옥’에 갇힌 것 같다. 맞다. 여기에서도 지옥이라는 단어가 두번이나 등장한다.   필자에게 가장 인상적인 지옥은 ‘생각하는 사람’으로 유명한 조각가 오귀스트 로댕의 ‘지옥의 문’이다. 단테의 신곡 중 ‘지옥’부분에서 영감을 받아 제작된 ‘지옥의 문’은 초기 르네상스 시대에 만들어진 지베르니의 ‘천국의 문’에 대응하는 작품으로, 대형 조각의 면면을 살펴보고 있노라면 인간의 원죄에 대해 깊게 고찰하는 작가의 철학을 엿볼 수 있다. 그런데 요즘 핫한 콘텐트마다 등장하는 지옥들은 원래 가지고 있던 무게감과 두려운 어감에 더해 미지의 세계에 대한 궁금증과 디스토피아적 세계관이 하나의 놀이이자 문화로 승화되어 나타나고 있다.   아무리 열심히 노력해도 살기 어려운 한국사회를 부정적으로 이르는 말인 ‘헬조선’부터 시작된 지옥이라는 워딩은 염세주의적 성향 자체를 오묘하게 즐기는 젊은이들의 특성을 잘 반영하고 있다. 피할 수 없으면 즐기는 것이 미덕이었던 기성세대와 달리 즐길 수 없는 것은 피하는 이들은 현실은 지옥이라는 사실을 받아들이면서도 그것이 기정사실이라면 즐기기 위해 적극적으로 희화화한다. 경험을 중시하며 늘 새로운 자극을 찾는다. 그들의 입맛에 맞추기 위해, 더 나아가 새로운 입맛을 만들기 위해 기획자들은 분주하다. 직접 경험해볼 수 없으면 간접적으로라도 대리경험을 하게 해준다.   드라마 ‘응답하라’ 시리즈에서나 나올법한 추억의 아이템들을 사 모으는 콜렉터들은 과거를 그리워하는 4050이 아니라 의아하게도 10대 20대들이다. 필자는 2017년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이를 두고 과거를 돌아보는 노스텔지어에 기인한 레트로(Retro)가 아니라 살아보지 못한 과거를 새롭게 여기는 뉴트로(Newtro)라고 명명한 바 있다. 뉴트로는 디지털원주민이자 경험세대인 10대, 20대들이 한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아날로그 시절 한국의 콘텐트를 새롭고 신비하게 여기는 콘텐트로, 여전히 진행중인 트렌드다.   콘텐트 산업은 늘 새로운 걸 찾아 기획하며 높아진 연출력과 탄탄한 시나리오로 강한 유행을 만든다. 한 때 현대판 사극이 인기가 있었던 것도 같은 맥락이며, 시간이동에 대한 소재도 그렇고 셰프 및 최근의 골프 콘텐트가 그렇다. 그런데 이 지옥 아이템은 소재와 형태의 새로움을 넘어 염세적 성향을 전제로 세계관을 건든다. 종교관 및 가치관에 영향을 주는 세계관 중심의 콘텐트 전략을 섬뜩하게 받아들일 필요가 있다. Z세대 사이에서 말버릇처럼 쓰고 있는 ‘이생망’은 ‘이번 생은 망했어’의 약자다. 리셋증후군이 사회적 병리현상으로 회자될 때도 우리는 이 부분을 염려했다.   현실과 가상을 오가며 멀티 페르소나를 만들어 놓고 각기 다른 나로 살아가는 MZ들은 망해버린 걸로 간주한 이번 생은 뒤로하고 가상에서의 나, 또다른 공간에서의 자아를 개발하는 데 바쁘다. 이러한 관점에서 보면 메타버스, NFT, 블록체인 모두 같은 맥락상에 존재한다. 기성세대가 절대 이해하지 못하는 가상공간에서의 정체성은 무한대로 확장할 힘을 갖고 있다. 하루하루 벅차게 변해가는 사회환경 속에서 지옥이라는 컨셉이 콘텐트를 증폭시키는 시대, 우리는 지금 지옥이라는 단어가 트렌디한 세상에 살고있다. 이향은 / LG전자 고객경험혁신담당 상무트렌드터치 웰컴 염세주의 지옥 아이템 오리지널 k콘텐트 콘텐트 전략

2022-0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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