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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렌드터치] 웰컴 투 더 헬

헬조선부터 시작된 지옥의 계보
염세주의 즐기는 청년 특성 반영

가상현실서 대리경험 가능해져
1020, 또다른 공간서 자아 개발

‘오징어 게임’의 여운이 채 가시기도 전에 등장한 또다른 넷플릭스 오리지널 K콘텐트 ‘지옥’은 대중에 공개되기 전부터 토론토 국제영화제에 초청되어 평단의 극찬을 받으며 기대감을 높였다. 실제로 영상이 공개된 후 사람들은 지옥의 콘텐트에 강한 호불호를 나타냈고, 결과적으로 이슈몰이에 성공했다. 미지의 영(靈)으로부터 불쑥 고지받은 날짜와 시간에 죽음을 맞이할 수밖에 없는 설명 불가한 상황, 사람의 힘으로 어찌할 수 없는 초자연적인 현상 앞에 혼란이 몰고온 광기로 미쳐가는 세상을 지옥에 빗댄 이 드라마의 성공요인은 초자연적인 소재와 범죄 장르의 성공적인 조합, 그리고 그에 걸맞은 강렬한 제목이다.
 
이와 함께 요즘 MZ들 사이에서 가장 핫한 콘텐트를 꼽으라고 한다면 단연 ‘솔로지옥’이다. 커플이 되어야만 나갈 수 있는 외딴 섬 ‘지옥도’에 쭉쭉빵빵 건강한 솔로들을 모아 놓고 감정선의 변화를 그려내는 리얼리티 데이트쇼 ‘솔로지옥’은 예능 중에서는 처음으로 넷플릭스 전세계 순위 10위권에 등극했을 만큼 그야말로 화끈하다. 한번 보면 헤어나올 수 없어 마치 ‘개미지옥’에 갇힌 것 같다. 맞다. 여기에서도 지옥이라는 단어가 두번이나 등장한다.
 
필자에게 가장 인상적인 지옥은 ‘생각하는 사람’으로 유명한 조각가 오귀스트 로댕의 ‘지옥의 문’이다. 단테의 신곡 중 ‘지옥’부분에서 영감을 받아 제작된 ‘지옥의 문’은 초기 르네상스 시대에 만들어진 지베르니의 ‘천국의 문’에 대응하는 작품으로, 대형 조각의 면면을 살펴보고 있노라면 인간의 원죄에 대해 깊게 고찰하는 작가의 철학을 엿볼 수 있다. 그런데 요즘 핫한 콘텐트마다 등장하는 지옥들은 원래 가지고 있던 무게감과 두려운 어감에 더해 미지의 세계에 대한 궁금증과 디스토피아적 세계관이 하나의 놀이이자 문화로 승화되어 나타나고 있다.
 
아무리 열심히 노력해도 살기 어려운 한국사회를 부정적으로 이르는 말인 ‘헬조선’부터 시작된 지옥이라는 워딩은 염세주의적 성향 자체를 오묘하게 즐기는 젊은이들의 특성을 잘 반영하고 있다. 피할 수 없으면 즐기는 것이 미덕이었던 기성세대와 달리 즐길 수 없는 것은 피하는 이들은 현실은 지옥이라는 사실을 받아들이면서도 그것이 기정사실이라면 즐기기 위해 적극적으로 희화화한다. 경험을 중시하며 늘 새로운 자극을 찾는다. 그들의 입맛에 맞추기 위해, 더 나아가 새로운 입맛을 만들기 위해 기획자들은 분주하다. 직접 경험해볼 수 없으면 간접적으로라도 대리경험을 하게 해준다.
 
드라마 ‘응답하라’ 시리즈에서나 나올법한 추억의 아이템들을 사 모으는 콜렉터들은 과거를 그리워하는 4050이 아니라 의아하게도 10대 20대들이다. 필자는 2017년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이를 두고 과거를 돌아보는 노스텔지어에 기인한 레트로(Retro)가 아니라 살아보지 못한 과거를 새롭게 여기는 뉴트로(Newtro)라고 명명한 바 있다. 뉴트로는 디지털원주민이자 경험세대인 10대, 20대들이 한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아날로그 시절 한국의 콘텐트를 새롭고 신비하게 여기는 콘텐트로, 여전히 진행중인 트렌드다.
 
콘텐트 산업은 늘 새로운 걸 찾아 기획하며 높아진 연출력과 탄탄한 시나리오로 강한 유행을 만든다. 한 때 현대판 사극이 인기가 있었던 것도 같은 맥락이며, 시간이동에 대한 소재도 그렇고 셰프 및 최근의 골프 콘텐트가 그렇다. 그런데 이 지옥 아이템은 소재와 형태의 새로움을 넘어 염세적 성향을 전제로 세계관을 건든다. 종교관 및 가치관에 영향을 주는 세계관 중심의 콘텐트 전략을 섬뜩하게 받아들일 필요가 있다. Z세대 사이에서 말버릇처럼 쓰고 있는 ‘이생망’은 ‘이번 생은 망했어’의 약자다. 리셋증후군이 사회적 병리현상으로 회자될 때도 우리는 이 부분을 염려했다.
 
현실과 가상을 오가며 멀티 페르소나를 만들어 놓고 각기 다른 나로 살아가는 MZ들은 망해버린 걸로 간주한 이번 생은 뒤로하고 가상에서의 나, 또다른 공간에서의 자아를 개발하는 데 바쁘다. 이러한 관점에서 보면 메타버스, NFT, 블록체인 모두 같은 맥락상에 존재한다. 기성세대가 절대 이해하지 못하는 가상공간에서의 정체성은 무한대로 확장할 힘을 갖고 있다. 하루하루 벅차게 변해가는 사회환경 속에서 지옥이라는 컨셉이 콘텐트를 증폭시키는 시대, 우리는 지금 지옥이라는 단어가 트렌디한 세상에 살고있다.

이향은 / LG전자 고객경험혁신담당 상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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