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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값’ 달걀…양계장 드라이브 스루 인기

21일 오전 9시 치노의 인적 드문 길가.  토요일 아침 고속도로를 벗어나자 집보다 나무가 더 많은 풍경이 먼저 눈에 띄었다. 내비게이션을 따라가다 보니 한적한 동네와 달리 유난히 차가 길게 줄 서 있는 농장이 눈에 들어왔다. 차들은 우회전 차로를 따라 직진 차로까지 점령했다.   긴 자동차 대기 행렬 합류해 사람 걸음보다 느린 속도로 전진하던 게 40분째. 차들 사이로 흰색 간판에 ‘드라이브스루’ 단어와  빨간 글씨의 ‘빌리스 양계장(Billy’s Egg Farm)'이라는 단어가 보였다.     농장에 들어서서 창문을 내리자 희미하게 비릿한 가축 냄새가 났다. 500피트 앞 펜스 넘어 빨간색 농장 건물 아래 수많은 닭이 바쁘게 뛰어다니고 있다.   차들이 줄을 이어 건물 그늘막으로 들어오면 직원 3명이 차를 한 대씩 맡아 주문을 받는다. 옆에 보이는 가격 안내표엔 AA등급(케이지 프리: 방목 사육) 계란이 개수별로 가격이 나뉘어있다. 12개와 20개짜리 계란은 라지, 엑스라지, 점보 모두 각각 5달러와 8달러다. 한인들이 자주 이용하는 본스와 랄프스와 비교해서 엑스트라 라지 기준으로 2~3달러 정도 저렴했다.   바삐 움직이는 직원들 모두 뛰어다니느라 숨이 찬 듯 보였지만 입에는 친절한 미소가 가득했다. 점보 사이즈 계란 20개입 2판을 주문했다. 계란을 전달해준 직원은 “사람이 많아서 차 한 대당 90개로 판매를 제한하고 있어 미안하다”며 “오늘 갓 수확해서 파는 신선한 계란이라 분명 맛있을 거다”라고 말했다.   계란을 구매하러 온 A씨는 “근처에 살아서 자주 방문한다”며 “질 좋은 계란을 믿고 살 수 있는 게 장점”이라고 웃음을 지었다. 그러나 최근 급증한 인기로 방문객이 많아져 기존 구매자들은 불편함이 늘었다고 툴툴댔다. A씨는 “요즘 계란값이 많이 올라 사람들이 더 몰려드는 것 같다”며 “평소에는 이렇게 사람이 많지 않았는데 이젠 너무 오래 기다려야 해서 불편하다”고 말했다.   양계장을 처음 방문한 이들은 방문 이유로 가격, 편리함, 재미를 꼽았다. B씨는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에 매우 신선한 계란이 있다고 해서 처음 왔다”며 “이처럼 드라이브스루 방식으로 판매하는 것은 편리하고 꽤 재미있는 발상인 것 같다”고 엄지를 들어보였다.   30년째  이곳 빌리스 양계장을 운영 중인 빌리 마우씨는 25년 전부터 드라이브스루 방식으로 계란을 판매하고 있다. 마우씨는 “처음 식료품점 드라이브스루에서 영감을 받았다”며 “나도 저렇게 하면 제품을 많이 팔 수 있을 것 같아 시작했다”고 밝혔다.   그는 판매하는 계란에 큰 자신감을 내비쳤다. 마우씨는 “가족이 운영하고 우리 손으로 직접 사료를 먹이고 계란을 수확한다”며 “매일 2만5000여 개의 계란을 수확해 당일 모두 판매한다”고 전했다.   또한 “작년까지만 해도 일평균 300명이던 고객이 500명으로 대폭 늘었다”며 “몰려든 고객으로  정오가 되면 팔 계란이 없어서 문을 닫는다”고 했다. 빌리스 양계장은 오전 8시에 문을 열어서 오후 5시까지 운영했었다. 운영시간이 5시간이 단축된 걸 보면 수요가 폭등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마우씨는 “사료와 계란을 담는 박스 등 모든 것의 가격이 올랐지만, 상대적으로 가격을 낮게 책정하고 있다”며 “이웃들에게 싸고 품질 좋은 제품을 꾸준히 제공하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 글·사진=우훈식 기자드라이브 양계장 요즘 계란값 20개짜리 계란 엑스트라 라지

2023-01-23

[트렌드터치] 엑스트라 마일의 시대

백(百) 가지 재화(貨)를 갖춘 상점(店)이라는 뜻의 백화점이 가짓수를 줄이고 고객을 세분화해 집중공략하는 전략을 택했다. MZ들의 성지라 불리는 더현대서울이 그러했고, 식품관의 명품관으로 통하는 갤러리아 백화점이 그렇다. 올해 상반기 대대적인 리뉴얼을 하며 기존 6500여 식재료 판매 품목을 무려 82% 축소해 1200여 품목으로 운영하는 갤러리아 백화점의 매출과 방문고객수는 오히려 증가했다.   MZ공략에 심혈을 기울인 더현대서울 역시 코로나 시국에 개점한 첫해 매출 8000억원을 기록했는데, 매출의 절반이 2030으로부터 나왔다. 이렇듯 시장규모보다 중요한 것이 시장구성인자다. 고객 한 명 한 명에 대한 세심한 배려를 전제로 한 시장 세분화에 승부수를 띄워야 하는 이유다.   우리는 빠르게 잘 해내는 것에 능숙하다. 단기간에 성과를 이룬 나라이기 때문이다. 이제는 빠르게 잘 해내는 것은 기본이요, 치밀하고 디테일하게 사소한 부분까지 챙겨야 한다. ‘뛰는 놈 위에 나는 놈 있다’고 하지 않았던가. 큰 틀을 기획하는 사람 위에 사소한 부분까지 파고드는 사람이 있어야 한다. 과거와 달리 오늘날의 소비자들에게는 그 작은 디테일을 볼 줄 아는 눈이 생겼기 때문이다. 상식과 지식의 범위가 넓고 어디서든 정보를 습득할 수 있는 세상에서 고객들은 쉽게 손에 넣을 수 있는 것이 아닌 것들에 몰입하기 마련이다.   디테일의 논리는 마이크로 세그멘테이션(Micro Segmentation)이라는 시장 초세분화 전략에 불을 지폈다. 응당 마켓 사이즈가 상품기획의 기본 요건이었으나 공급과잉과 저성장 시대에는 마이크로 세그멘테이션이 대세다. 사이즈보다 중요한 것이 적중률임에도 우리는 여전히 규모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 불특정 다수에게 읍소하는 것보다 분명한 코어 타깃에 어필하는 것이 수요를 만들 수 있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다. 나눠야 한다. 나눌 수 있을 만큼 나누고 또 쪼갤 수 있을 만큼 쪼개야 뾰족한 페르소나를 찾을 수 있다. 나눈 다음에는 집요하게 파고들어야 한다. ‘고객중독적 사고’를 기치로 내걸고 초세분화 전략을 펼치는 아마존은 매출의 35%가 세분화된 고객에게 제공하는 추천 서비스를 통해 발생한다.   1인 1시장을 넘어 한 사람 안에서도 상황 맥락에 따라 다른 수요가 발생하는 멀티페르소나 마켓이다. 디테일이 지배하는 마이크로 세그멘테이션을 위해서는 세상에 그 고객 한 명뿐인 듯 연구하고 그 고객을 맞추기 위해 고민함으로써 그 고객을 만족시켰을 때 창출해 낼 파장 효과에 주목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관련 업계의 견고한 마니아들을 찾아내는 것부터 시작해 가치사슬 전 단계를 분해해 간과되고 있는 소수의 흐름을 찾아내야 한다. 고객경험여정과 기업의 가치사슬은 모두 디테일 전쟁의 시험대에 올랐다.   유교 경전인 『중용(中庸)』에 ‘미세한 것보다 더 뚜렷한 것이 없다’란 구절이 있다. 확고함을 갖기 어려운 불확실성의 시대에 디테일은 자본이다. 삶의 질을 다르게 만드는 디테일에는 내공이 따른다. 99번을 잘해도 한 번 잘못하면 허사가 될 수 있기에 한 번은 숫자 1 이상의 가치를 지닌다. 전략과 계획, 비전 등 모든 것을 내포하고 있는 강력한 1이다. ‘100-1’이 수학적으로는 99라는 답을 갖지만 디테일이 강조되는 시장상황에서 답은 0이다. 작고 사소한 한 가지를 챙기지 못하는 것이 막대한 손실을 초래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반대로 ‘100+1’ 역시 101이 아니라 200, 300이 될 수도 있다. 글로벌 기업들이 고객 여정을 현미경 들여다보듯 세심하게 확대하고 파헤치며 전 밸류체인의 디테일을 점검하고 재설계하는 이유다. 라스트마일(List-mile)을 넘어 엑스트라 마일(Extra-mile)을 관리해야 하는 시대가 되었다. 퍼스트에서 라스트까지의 구간이 끝나고 난 후 고객의 변심이나 기타 사유에 의해 발생하는 반품반송 서비스를 뜻하는 엑스트라 마일은 제품을 판매한 뒤 제품의 만족도에 대해서도 고객의 의사를 존중하고 그에 맞는 차별화된 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는 것을 시사한다.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작디작은 디테일이 큰 격차를 만든다. 숫자로 점철된 KPI 달성에서 벗어나 ‘이렇게까지’에 진심이고 전문가와 마니아들로부터 인정받을 수 있는 경지까지 도달해야 한다. 모두를 만족시키겠다는 것은 아무도 만족시키지 않겠다는 것과 같다. 이향은 / LG전자 고객경험혁신담당·상무트렌드터치 엑스트라 고객서비스 초세분화 전략 시장 초세분화 마이크로 세그멘테이션

2022-1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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