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큐, 이스라엘 독립전쟁에 의문을 던지다
탄투라 (TANTURA)
역사 조작은 잠시 숨겨질 수 있지만, 영원히 지워질 수는 없다. 한 편의 다큐멘터리가 이스라엘의 자존심과 양심에 도전한다. 전 세계가 눈감았던 진실을 파헤치는 이 다큐는 이스라엘의 양심이 모국에 던지는 날 선 비판이다.
1990년대 후반, 대학원생 테디 카츠는 1948년 탄투라 마을에서 이스라엘군이 쟁취한 독립전쟁의 실상은 대규모 학살이었을지도 모른다는 의구심을 품게 된다. 그리고 그 당시를 경험한 사람들의 증언을 녹음기에 담기 시작한다.
25년의 세월이 지나 알론 슈바르츠 감독은 140시간에 이르는 카츠의 녹음 기록을 바탕으로 탄투라에서 있었던 일을 재검증한다. 그는 탄투라에 당시 주둔했던 알렉산드로니 여단의 이스라엘 군인들과 팔레스타인 주민들을 추적하면서 이스라엘 사회가 왜 그동안 ‘나크바’를 금기시해 왔는지에 대한 의문을 풀어간다.
90세가 넘은 전직 군인들은 기억이 나지 않는다며 진술을 거부하지만 이미 금기의 경계의 벽은 무너지기 시작했다. 140시간에 이르는 카츠의 녹음과 당시의 군사 기록, 핵심인사들의 일기 등을 토대로 팔레스타인인들이 전쟁 중에 자발적으로 탄투라를 떠났다는 이스라엘의 주장이 근거 없는 거짓임을 입증해 낸다. 1947년과 1949년 사이에 팔레스타인 지역의 많은 건물들이 파괴되었고, 민간인들의 대량 학살이 이루어졌다. 그리고 많은 수의 여자, 노인, 아이들이 총으로 위협받으며 그들의 고향에서 추방당했다. 그 여파로 팔레스타인 인구는 크게 감소했다.
결국 오랜 침묵과 권력의 방어벽을 뚫고 세상에 나온 이 영화는 이스라엘의 건국 이데올로기의 당위성을 정면으로 부정한다. 이스라엘 건국이 애초에 토착 주민들에 대한 폭력적 강제 추방과 학살로 이루어졌기 때문이다. 만약 이 사건이 지금 발생했다면, 세계는 아마 ‘종족 말살’이라고 불렀을 것이다.
권력자들이 감싸고 있는 이스라엘 사회의 암묵적 동의가 이 영화 한 편으로 깨어질 가능성은 없다. 양심은 언제나 소수의 외침일 뿐이고 다수를 불편하게 하기 때문이다
김정 영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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