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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마당] 엄마의 그랜드 캐년

엄마는 아들을 키우고
 
그 아들은 또 아들을 키우고
 
인생의 속살을 화석처럼 품고
 
함께 여행을 한다
 


 
 
수십억년대 전 지구가 태어날 때를 그리며
 
그 기억의 한 세포까지 간직한 섬세한 협곡
 
말로의 표현을 거부한다
 
 
 
대협곡의 일출을 보려고
 
아들은 어린 두 아들을 둘러업고  
 
컴컴한 협곡 끝으로 하이킹한다
 
수십억년 떠올랐던 아침 햇살이 붉다
 
어린 두 아들에게 새 환경에서
 
부어주는 풍성한 밑거름은
 
또 한 줄의 지층을 형성한다
 
 
 
까마득한 옛날
 
세상이 탄생하고
 
사람의 조상이 이 땅을 밟았을 때부터
 
아들의 아들이, 또 딸의 딸이
 
억겁의 세월을 수 없는 지층으로 쌓았겠구나
 
 
 
콜로라도 고원을 세차게 흐르던 강물이
 
새기고 깎아놓은 것처럼
 
인생의 강물도 우리의 생을 깎아 새기어놓을 때
 
깊고 깊은 대협곡에서 인생의 속살을
 
들여다본다.

최양숙 / 시인·웨스트체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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