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한인 후보들 정치사 새로 썼다
하와이 주 정부(실비아 장 룩 부지사 당선자)부터 뉴욕주 하원(그레이스 이 당선자)까지 미대륙에서 한인 출마자들의 활약이 빛나는 선거였다.중간선거라 관심과 투표율이 저조할 수 있었지만 한인 유권자의 투표율은 다른 커뮤니티를 망라해 높은 수치를 보였으며, 후보의 숫자도 전국적으로 최대 규모인 70여 명에 달했다. 여기에 개별 캠프에서 일한 한인들의 숫자도 역대 최대가 됐을 것으로 보인다.
당락을 떠나 전력을 다한 부지사부터 수도국 위원까지 한인사회 능력과 위상을 높인 것이다. 더군다나 이들은 모두 이민자이거나 이민 가정에서 자란 ‘평범한 우리’이어서 더 반갑다.
한인 이민사에서 선출직으로는 최고위인 주정부 부지사직에 오르는 실비아 장 룩(Sylvia Luke) 당선자는 9살 때 하와이에 온 ‘이민자’다.
그는 당선 확정 직후 “여러 면에서 첫 테이프를 끊어서 큰 영광”이라며 “가주 뿐만 아니라 전국에서 더 많은 한인 봉사자들이 나라와 지역을 위해 일하는 모습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정치권에서 오래 일해온 그는 한인사회는 더 발전할 잠재력이 크다는 것을 이유로 제시했다.
당당한 ‘초보’도 있다. 그레이스 (영은)이 뉴욕 주하원의원(63지구) 당선자는 오랜 봉사활동을 했지만, 정치는 ‘초년생’이다.
개표 초반에 압도적인 표차로 당선을 확정한 그는 “뉴욕주 하원 역사에 첫 한인 여성으로 당선돼 또 하나의 유리 천정을 깼다는 생각에 기쁘다”며 “무엇보다 맨해튼 주민들의 안전과 증오범죄 해결을 위해 힘차게 일해 볼 계획”이라고 말했다.
당락을 떠나 ‘정치력’도 한 단계 올라섰다. 한인들의 출마가 줄을 이으면서 한인 투표율도 오른 것이다.
폴리티컬 데이터 정보(PDI) 통계는 가주에서 전체 투표율이 23.3%를 기록한 가운데 한인의 투표율은 25%로 집계했다. 한인 집중 주거지역인 LA카운티에서도 전체 투표율 18%에 비해 한인들은 23.8%가 기표를 마쳤다. 정치의식도 높아졌지만 한인 후보들의 진출을 바라는 정서가 투표 참여를 끌어낸 것으로 분석할 수 있다.
2004년 OC에서 첫 시의회에 입성한 강석희 전 어바인 시장은 “2022년은 한인 정치사에서 획을 그은 굵직한 당선들이 나와 잔치라고 열고 싶어진다”며 “검증과 지원을 맡아줄 정치지원위원회를 커뮤니티가 함께 조직할 수 있다면 앞으로 젊은 세대들에게 큰 희망이 될 수 있다”고 전했다.
한 선거 캠프에서 일해온 한인은 “한인을 대표하는 후보보다는 미국 사회를 리드하고 대표할 수 있는 인력을 키워내는 시스템 구축이 절실하다”며 “이제 2세들은 ‘우리만의 리그’에서 끝나지 않도록 잘 훈련되면 좋겠다”고 바람을 전하기도 했다.
OC 지역에 출마한 한 한인 후보는 “경험과 수완도 중요하지만 아직은 ‘누구를 아느냐’ ‘누구와 가까우냐’가 더 힘을 발휘하는 듯하다”며 “더 크고 넓은 그림을 그리려면 이제 제대로 된 리더를 배출하는 것이 더 중요해졌다”고 언급했다.
다음 선거는 2년 후다.
최인성 부국장·사회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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