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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조용한 퇴직, 어떻게 예방할 것인가

조용한 퇴직(quiet quitting)이 글로벌 현상으로 확산되면서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조용한 퇴직이란 실제로 퇴사하는 것은 아니고 정해진 업무시간에 정해진 일만 하는 소극적 업무방식을 의미한다. 한마디로 ‘영혼 없이’ 직장생활을 하는 것이다. 지난 7월 미국 뉴욕에 거주하는 20대 엔지니어 자이드 칸이 소셜미디어에 “얼마 전 조용한 퇴사라는 말을 알게 됐다. 일이 곧 삶은 아니며, 당신의 가치는 당신의 성과로 결정되지 않는다”고 말하는 영상이 20~30대 직장인들의 큰 호응을 얻은 것이 계기가 되었다.
 
코로나19 팬데믹을 거치면서 밀레니얼 세대 직장인들이 근무조건, 조직문화, 보상 등이 더 좋은 기업으로 대거 이동하는 대퇴직(big quit) 현상이 있었다면 이제는 조용한 퇴직이 번지고 있다. 세계적으로 경기가 어려워지면서 퇴직 대신 소극적 근무를 선택하는 경향이 늘었다는 해석이다. 근무시간이라는 양적 기준과 열정 및 몰입이라는 질적 기준 모두에서 소극적으로 전환하는 조용한 퇴직은 조직의 입장에서 어쩌면 대퇴직보다 더 큰 리스크일 수 있다. 문제가 뚜렷하게 인식되기까지 시간이 걸릴 수 있고, 인식된다 하더라도 새로운 인재로 대체할 수도 없고, 무엇보다 조직 분위기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영국 파이낸셜 타임스의 기자 사라 오코너는 “계약으로 입사한 직장인이 계약에 따른 일을 하는 것일 뿐”이며 지나치게 문제시하지 말아야 한다는 주장을 하기도 했다. 하지만 계약에 따른 일만 하겠다는 태도는 시간이 지나면서 저몰입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방치할 수 없다.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는 조용한 퇴사의 문제점을 지적하면서 “나쁜 직원이 아닌 나쁜 상사에 대한 문제”라며 조직 구성원의 몰입을 위해 리더십이 제대로 발휘되어야 함을 강조했다.
 
리더들은 MZ세대가 조직 구성원의 다수를 구성하면서 조직문화의 변화를 지속적으로 고민해왔다. 디지털 전환에 팬데믹까지 경험하면서 ‘구성원의 몰입’이라는 귀한 무형자원을 확보해야 할 필요성은 더 커졌다. 그런 면에서 하버드대 로버트 캐건 교수가 실험을 통해 밝혀낸 ‘모두를 성장시키는 프레임워크의 변화’는 유익한 조언이다. 인간의 내면에 진화하려는 자아가 있다고 통찰한 케건 교수는 기업 구성원들의 성장을 이뤄내기 위한 실질적 대안을 제시했다. 케건 교수는 ‘개인의 성장과 만족감을 향상시키는 조직문화’를 위해 평가지향에서 학습지향으로 프레임워크를 바꿀 것을 제안한다.
 


케건 교수가 동료들과 함께 실험한 사례를 들어보자. A리더는 자신이 구성원의 성장을 위해 많은 노력을 한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심층인터뷰를 한 결과 A리더는 자신의 기준에 합당하는 사람을 먼저 선택하고, 그 사람에 대해서만 시간과 노력을 투입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기준에 미치지 못하는 사람은 일찌감치 배제하고 관심을 두지 않았다. 자신이 배제한 구성원이 일을 제대로 해내지 못한다고 판단하면 리더는 그 일을 다른 사람에게 재배당하거나 아예 자신이 해버리는 경향을 가지고 있었다. 그 결과 배제당한 구성원은 의미 있는 피드백을 받지 못하고, 성장 기회도 박탈당한다.
 
리더는 자신의 에너지를 효율적으로 사용하기 위해 평가를 먼저 하고 선택적으로 투자를 하게 된다. 문제는 이 평가가 항상 옳을 수 없고, 평가를 통해 배제된 구성원은 무력감과 소외감을 느끼며 저몰입 상태로 전환된다는 점이다. 겉으로 표시를 내지 않으려 해도 리더의 평가 및 배제는 구성원에게 그대로 전달된다. 조직에 진입한 초기에 이런 경험을 하는 구성원들은 조직을 떠나거나, 영혼 없이 일하게 된다.
 
학습지향의 조직문화에서는 모든 구성원이 성장 잠재력이 있고 높은 실적을 낼 수 있다고 믿는다. 실제로 케건 교수의 실험에서 리더의 판단으로 배제될 뻔했던 구성원이 업무를 통해 성장하고 잠재력을 발휘하는 사례가 발견되었다. 리더들은 ‘평가-배제’를 자신도 모르게 실행하는 것은 아닌지, 그래서 일상의 행동과 언어에서 그 배제를 구성원에게 암시하는 것은 아닌지 살피고 모든 구성원에게 성장과 학습의 기회를 주기 위해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특히 신입 직원들이 ‘내가 이 조직에 필요한 인재인가’ 탐색하는 시기에 리더들의 이런 태도는 더욱 중요하다. 그래야 ‘조용한 퇴사’를 예방할 수 있다.

이은형 / 국민대 교수·국민인재개발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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