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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광장] 소통의 어려움

언어의 익숙함이 문제가 되는 경험을 한다. 마음 졸이며 웅크리고 지낸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왕래가 끊긴 한국 동창들이 보고파졌다. 겨울잠에서 깨어나듯 기지개를 켠다. 전체 동창을 상대로 나들이가  계획되고 즐거움에 파안대소하는 모습들이 사진으로 단톡방에 올라온다. 남녀 동창들의 모습이다.
 
마지막 의지하던 작은 오빠가 시름시름 앓다가 떠나셨다. 코로나19가 길을 막아 두 해전 12월에 장례식에도 참석 못 했다. 한국에서 외롭게 떠난 오빠도 미국에서 그리움에 울던 나도 이젠 서로를 만날 수 없다. 그래도 혹여 느낄 수 있으려나 한국 땅에 왔지만 오는 길이 쉽지 않았다.
 
비행기 표 구매 당시 여행사에서는 PCR 테스트도 없어지고 더는 코로나로 인한 불편은 없을 것이라 했다. 그랬는데 웬걸 입국 절차 과정에서 모든 승객은 PCR 테스트를 받아야 했다. 비용은 8만원 혹은 9만원을 내야 했다. 기다리는 줄이 무한대로 길어 보인다. 한국에 있는 동안 머무를 지역 해당 보건소에 가면 무료로 PCR 테스트를 받을 수 있다기에 그냥 공항을 떠났다.  
 
그런데 입국 24시간 이내에 하란다. 저녁 6시경 도착했으니 천상 다음날에나  움직여야 되리라. 이튿날 늦잠에서 깨어 대강 준비 후 근처 보건소로 찾아갔다. 하지만 자국민이나 장기 체류자만 해당한단다. 단기 여행자는 유료로 지정된 몇몇 병원 중에 선택해서 가란다. 맙소사. 지리도 잘 모른다. 교통수단은 또 어쩌나. 확실히 소통에 문제가 있었던 거다. 안 해도 된다. 아니다 해야 한다. 저리로 가라. 아니 다른 곳이다.
 


짜증 나는 착오로 이리저리 헤매다 결국 하루가 더 걸려 12만원 버리고 음성 결과 받아 왔다. 또 어딘가에 PDF로 음성 확인 서류 보내란다. 나 할 줄 모른다. 도움을 청할 아무도 곁에 없다. 컴퓨터 싸 들고 가까운 전화상 찾아 들어가서 착해 보이는 예쁜 여직원에게 환하게 웃으며 자초지종을 얘기하고 빠르게 해결했다. 하늘이 무너져도 항상 솟아날 구멍은 있는 법. 금방 행복해졌다.
 
미국생활 50년째. 정체성이 의심된다. 난 한국에서 태어났고 한국에서 26년 살았다. 한국어가 모국어다. 어디에 살던 내 나라 말을 하고, 글을 쓰며 한국 사람들과 어울려 살았다.  허나 정작 내 나라에선 외국인 신분이다.  어릴 적 동창들과 어울림에도 먼 거리감이 느껴진다. 소통 문제가 답답하게 내 앞을 막는다. 서로가 다가감도, 다가옴도 망설인다. 같은 언어로 같은 마음을 표현함에 낯섦의 자리가 너무 크다. 편하게 옛 얘기 들춰내 확인도 하면서 가까워지고 싶은데.  남녀공학의 베네핏을 한껏 누리고픈 욕심이지만. 쉽지가 않네.  
 
여자, 남자를 떠나서 우선 마음 편하게 단체로 단풍놀이도 간다. 이런저런 지난 얘기에 서로 몰랐던 숨겨둔 감정들까지 펼쳐 보인다. 한껏 즐거운 시간임에도 역시 확실하게 감정 전달이 어려운 모습이다.  원활하지 않은 소통을 뒤로 추억 한 페이지 곁들여본다.

박기제 /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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