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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칼럼] 달라지는 아시아계 이미지

장연화 사회부 부국장

장연화 사회부 부국장

리얼리티 TV 프로그램 중 가장 클래식하다고 분류되는 CBS 방송의 ‘어메이징 레이스(Amazing Race)’가 최근 아시안 커뮤니티에서 화제다. 이 프로그램은 팀당 2명씩인 12개 팀이 전 세계를 이동하면서 경주를 해 결승 지점에 먼저 도착하는 팀이 승리하는 내용이다.  전체 경주는 12개로 나뉘어 있는데, 구간마다 육체적·정신적 과제들을 준다. 각 팀은 낯선 외국에서 현지인과 소통하며 과제를 수행하기 위해 실마리를 찾아다닌다. 구간을 마칠 때마다 탈락 팀들이 나오고 맨 마지막으로 남은 3개 팀 가운데 결승 지점을 먼저 통과하는 한 팀이 상금 100만 달러를 획득하는 내용이다. 2001년 처음 방송됐는데 벌써 시즌 34까지 나왔다. 이번 시즌이 유독 아시안 커뮤니티의 눈길을 받는 건 유력한 우승 후보팀들이 모두 아시안이기 때문이다.  
 
백인 여자친구와 출연하는 중국계 데릭 샤오(25)와 출생 후 입양으로 헤어졌다가 다시 만난 쌍둥이 한인 자매가 바로 그 후보들이다.
 
데릭 샤오는 ‘빅 브러더’라는 다른 리얼리티 쇼에 출연했다가 연인이 된 백인 여성과 출연하고 있다. 그는 이번 레이스에서 자유롭고 통통 튀는 밀레니얼 세대 커플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그에게 공부만 하고 소심한 성격의 전형적인 아시안 모습은 없다. 가끔 여자친구에게 드라마 ‘사내맞선’ 속 남자 주인공 못지않은 모습을 보여주고 있지만, 그 역시 요즘 세대다운 모습이다.
 
이들보다 더 관심을 받는 팀은 한인 자매다. 바로 에밀리 부시넬과 몰리 시에너트. 펜실베이니아와 플로리다에서 살다가 35년 만에 처음 만난 자매는 함께 있는 시간을 갖기 위해 대형 로펌과 헬스케어 기관의 행정관이라는 각자의 커리어를 미뤄두고 어메이징 레이스에 도전했다.  
 
이들이 만나게 된 과정은 드라마틱했다. 출생 직후 입양된 데다 친가족을 찾거나 재회한 적이 없던 부시넬은 딸이 시도한 유전자 검사를 통해 자신의 친모 DNA와 49.96% 일치하는 사람을 찾았다는 연락을 받았단다. 앞서 DNA를 등록했던 시에너트도 같은 메시지를 받고 의문을 풀기 위해 부스넬에 연락을 시도했다. 이메일과 전화 통화가 오가면서 이들은 80년대에 한국에서 입양됐을 뿐만 아니라 둘 다 35살이며 3월 29일에 태어났다는 것을 알고 나서야 자신들이 쌍둥이 자매임을 확인했다.
 
자신과 같은 모습의 자매가 미국에서 살고 있다는 걸 안 순간 “내 심장이 마구 뛰기 시작했다”는 시에너트는 “마치 운명이 우리를 하나로 만든 것 같다. 우린 중요한 순간에 서로를 만났다”고 환한 목소리로 말했다. 이들은 ‘인생의 기회’라는 이번 레이스를 통해 대화하고 사진을 촬영하고 같이 밥을 먹으면서 잃어버린 36년의 세월을 채우고 있다. 입양인이라는 배경을 당당히 공개하고 자신들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이들 자매의 도전과 레이스에 시청자들은 격려를 보내는 중이다.  
 
10여년 전만 해도 아시안이 출연하는 리얼리티쇼는 거의 없었다. 주로 백인과 라틴계 또는 흑인 출연자가 주를 이뤄 아시안은 들러리에 불과했다. 특히 한인은 2006년 2세인 권율씨가 CBS에서 방송한 ‘서바이버’ 쇼에 참여해 우승한 게 유일한 것 같다. 당시에도 권 씨는 ‘모범적인 아시안’ 남성의 모습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자신들의 입양 이야기를 들려주고 평범한 20대 커플 모습을 보여주는 아시안 출연자에게 시청자들이 열광하는 걸 보니 미국 속 아시아계 커뮤니티가 성장했음을 새삼 실감한다.  
 
샤오팀과 부시넬·시에너트 자매팀은 1차 구간을 무사히 통과하고 2차 구간으로 이동했다. 이들이 전 세계에 새로운 아시안 이미지를 만들어내길, 또 기왕이면 우승해 상금도 차지하도록 함께 응원하면 좋을 것 같다. 

장연화 / 사회부 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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