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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읽기] 중국이 먼저 한 ‘헤어질 결심’

미·중 경제의 디커플링(탈동조화)은 미국이 아니라 중국이 먼저 시작했다는 주장이 나와 눈길을 끈다. 이달 초 미국 허드슨연구소가 개최한 세미나에서 존 리 고급 연구원은 ‘중국 특색의 디커플링’이 수십 년 전부터 시작됐다고 주장했다. 미국은 도널드 트럼프 정부 시기 중국이 글로벌 경제에끼치는 위해를 인식하고 일부 첨단 산업에서부터 중국과의 디커플링을 시작했다.
 
중국은 자신이 피해자인 양 불만을 터뜨리지만, 사실 미국 경제와의 단절을 먼저 추진한 건 중국이며 그 역사 또한 더 오래됐다는 게 존 리의 분석이다. 그에 따르면 중국은 1979년 개혁개방 정책을 시작할 때부터 미국과 전략적 동반자 관계를 구축하거나 글로벌 경제와의 통합을 추구하지 않았다. 그저 서방을 추월할 자신의 국력을 키우고자 중국이 필요로 하는 걸 미국이나 글로벌 경제로부터 얻으려 했을 뿐이란 것이다.
 
존 리에 따르면 시진핑 시기 중국의 목표는 중국 중심의 경제 질서를 유라시아와 서태평양에 구축한 뒤 중요 분야에서 미국을 축출하거나 미국의 개입을 최소화하는 것이다. 이를 위한 게 일대일로(一帶一路, 육상 및 해상 실크로드) 전략이나 중국제조 2025, 쌍순환(雙循環) 정책 등이다. 이들 역내에서 중국이 제조과정과 공급사슬을 장악해야 하며 미국은 배제돼야 한다. 이게 ‘중국 특색의 디커플링’이란 것이다.
 
중국 특색의 디커플링은 미국이 유라시아와 서태평양에서 고립되고 궁극적으론 세계적인 파워를 잃는 걸 뜻한다. 그러고 보면 시진핑이 코로나19 사태 이후 첫 해외 순방지로 왜 카자흐스탄을 선택했고, 이어 우즈베키스탄의 상하이협력기구 정상회의에서 유라시아 대륙 12개 국가 정상과 회담했는지 짐작할 수 있다.
 


카자흐스탄은 시 주석이 2013년 9월 ‘일로(一路, 육상 실크로드)’ 구상을 발표한 곳이다. 시 주석은 11월엔 인도네시아의 G20 정상회의와 태국에서 열릴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 정상회의에 참석한다. 인도네시아는 시 주석이 2013년 10월 ‘일대(一帶, 해상 실크로드)’ 구상을 밝힌 곳이다. 내년 2023년은 일대일로 전략 선포 10주년이 되는 해이다.
 
미국은 일부 산업에서 중국과의 디커플링을 추구하고 있고, 중국은 유라시아와 서태평양에서 미국 축출이라는 디커플링을 시도하고 있다. 사이에 낀 우리로선 정신 바짝 차려야 하는 상황이다. 두 손의 떡을 다 먹긴커녕 둘 다 놓칠 위험도 있다. 쉽게 나올 해법이었다면 벌써 나왔을 것이다. 어려운 만큼 순간순간 상황을 보며 대처해 나가는 지혜가 절실하다.

유상철 / 한국 중앙일보 중국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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