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미국 민주주의의 훼손과 회복
요즘 미국 민주주의를 걱정하는 볼멘소리가 여기저기서 들린다. 사실 지난 6년 동안 미국 민주주의는 훼손됐다. 다가오는 중간선거가 미국 민주주의의 현주소를 말해줄 것이다.민주당과 공화당은 민주주의를 바라보는 시각이 다르다. 하지만 민주주의에 대한 위기 인식은 같다. 민주당 지지자들은 민주주의가 본질에서 멀어짐을 걱정한다. 공화당 지지자들은 미국적 가치 보존이 민주주의라고 한다. 그래서 공화당은 문화 전쟁(culture war)을 한다.
민주주의 위기가 새삼 조명을 받게 된 계기는 조 바이든 대통령의 8월 말 메릴랜드주 연설 때문이다. 바이든은 다수 국민의 뜻인 선거 결과를 부정하는 것은 반민주적이며,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과 지지지들이 외치는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라는 슬로건은 준파시즘(like semi-fascism) 같아서 민주국가의 기조를 위협한다고 비난했다.
민주주의는 법과 규범에 기초하지만 핵심은 국민이 생각하고, 말하고, 행동하는 권리를 누릴 수 있는 ‘열린 소통의 문화’를 허용하는 것이다. 다시 말해 표현의 자유가 있다. 그러나 바로 이 때문에 민주주의는 자체적 모순에 빠져 공격받고 훼손된다.
민주주의의 성공은 균형적인 자유를 지키려는 환경에 달려있다. 표현의 자유를 권력 쟁취 도구로 쓰는 사람이 있기 때문이다. 이들은 표현의 자유를 빌미로 목적 성취와 불만 해소를 위해 줄기차게 거짓말을 반복해 유권자 뇌의 판단 기능을 흔든다.
민주주의 역사는 트럼프처럼 개방적 민주적 환경에서 당선된 후 민주적 시스템에 역행했던 선동가들로 가득 차 있다. 1848년 나폴레옹은 질서회복을 공약으로 내세우고 유명세에 힘입어 대통령에 당선됐다. 하지만 임기 만료가 되자 반란을 일으켜 제2 공화국을 무너뜨리고 스스로 황제가 됐다. 또 이달 유럽의회가 더는 민주국가가 아니라고 선언한 헝가리의 경우도 같다. 빅터 오반은 12년째 헝가리 수상이다. 그는 미국 극우 극단주의자와 트럼프의 칭송을 받는다. 트럼프의 전 최고 전략가 스티브 배넌은 그를 ‘트럼프 이전의 트럼프’라 한다. 오반은 원래 민주주의와 자유시장 경제 체제를 옹호하며 당선됐다. 하지만 지난 12년 동안 헝가리를 억압적인 권위주의 국가로 바꾸었다. 백인 우월론을 말하고 강력한 반이민 정책을 추진한다. 이로 인해 많은 젊은 세대들이 외국으로 이주해서 노동력이 부족한 나라가 됐다.
1930년대 나치 독일은 영화와 라디오를 주요 선전 도구로 이용해 전쟁과 대량 학살을 감행했다. 그 선봉에는 정치 선전 및 미화(beautification)의 대가인 조지프 괴벨스가 있었다. 존 F. 케네디와 로널드 레이건 전 대통령은 TV 덕분에 당선됐다.
시대에 따라 새롭게 출현하는 미디어는 민주사회를 지원 혹은 약화시키는 수단으로 이용된다. 민주주의는 소통의 결과에 취약해서 소통 환경에 따라 모양새가 바뀐다. 작년 1월6일 의사당 난입사태가 그 실례다. 소셜미디어에 쏟아지는 소문과 거짓을 신봉하는 사람들은 민주주의 본질과 자신이 희망하는 정치적 결과를 융합한 것을 민주주의라고 생각한다.
지난 세기에는 지식과 정보가 규칙에 따라 전파됐지만 21세기에는 소셜미디어에 의해 소통의 질서가 파괴됐다. 인간다움을 누리는 민주주의가 가장 우세한 정치 체제이므로 우크라이나는 목숨 걸고 싸운다. 미국 민주주의의 회복을 심각하게 고민할 때다. 투표가 한 방법이다.
정 레지나 / LA독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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