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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광장] 사랑과 구원의 밧줄

일본의 천재 작가 아꾸다가와 류노스께가 쓴 소설 ‘구모노 이도(거미줄)’ 는 인간의 양면성을 잘 보여준다.  소설의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 매우 맑고 조용한 어느 날,  옥황상제가 극락의 연못가를 거닐고 있었다.  옥황상제가 걸음을 멈춘 다음, 연못을 가득 채운 구슬같이 아름다운 연꽃 사이로 문득 아래 세상을  내려다 보았다.  이 극락의 아래는 바로 지옥이었는데, 거기엔 간따다란 죄인이 옥황상제의 눈에 띄었다. 이 간따다는 살인까지 저지른 흉악범이었지만, 그래도 한 가지 좋은 일을 한 적이 있었다 그것은 어느 날 깊은 숲속을 거닐다가 작은 거미 한 마리가 기어가는 것을 보고 밟아 죽이려다 “거미의 목숨도 목숨인데...”라고 생각을 고쳐먹고 거미를 살려준 일이다.  
 
옥황상제는 연꽃 위에 작은 거미 한 마리가 은빛 거미줄을 걸고 있는 것을 보고 간따다를 살려줄 생각으로 은빛 거미줄을 잡아 아득히 아래에 있는 지옥으로 내려보냈다. 이때 지옥의 웅덩이에서 무심코 위를 쳐다본 간따다는 극락세계로부터 어둠을 뚫고 은빛 거미줄  한 가닥이 자기 머리 위로 내려오는 것을 보았다. 이 거미줄에 매달려 올라가면 지옥에서 빠져나와 극락세계까지 갈 수 있겠다고 생각한 간따다는 재빨리 이 거미줄을  움켜쥐고 하늘을 향해 올라가기 시작했다.  한참 올라가다 아래를 내려다 보고 깜짝 놀란 간따다!  자기가 매달린 줄에 거미떼처럼 다른 죄인들이 매달려오고 있는 것이 아닌가!
 
“야 이놈들아!  이 거미줄은 내꺼야!  모두 썩 내려가지 못할까!” 이렇게 소리 지르는 순간,  붇잡고 있던 거미줄이 딱 끊어지면서 간따다는 지옥으로 떨어지고 말았다.
 
 옥황상제는 흉악범이지만 거미 한 마리를 살려 준 사랑의 마음씨도 지닌 간따다를 살려주려 했었지만, 끝내 미움의 포로가 되고만 간따다는 옥황상제가 내려준 ‘구원의 밧줄’을 놓치고 만 것이다.
 


이 옥황상제의 ‘구원의 밧줄’ 이야기는 사람의 마음속에는 사랑과 미움이 대위법처럼 자리 잡고 있음을 보여준다.  그렇기 때문에 사람은 자기에게 이로울 때는 천사가 되기도 하고 해롭다고 생각할 때는 미움의 노예가 되기도 한다.  그래서 사람들은 사랑도 미움도  마음 속에 지닌 채,  그냥 체념하고 살아가기 마련인지도 모른다.  
 
그런데 “원수를 사랑하라!” 고 성서는 말한다.  제 자식일지라도 부모의 말을 듣지 않으면 미워하게 되는데, 어떻게 원수를 사랑한단 말인가! 이건 시쳇말로 말도 안 되는 소리다. 하지만 이 성서 구절은 매우 깊은 뜻을 말해주고 있다. 곧, 부모가 자식을 미워할 때,  그것은 정말로 자식을 미워하기 때문이 아니라 사랑하기 때문이다. 자식을 미워한다고 할 때, 이것은 정말로 자식을 미워하기 때문이 아니라 자식이 하는 말과 행동이 미운 것이다. 이 말과 행동이 바뀌게 될 때 자식에 대한 미움이 사랑으로 바뀌게 된다.
 
많은 사람은 간따다처럼 실제로 살인죄는 저지르지 않지만 마음속으로는 살인을 하고 살고 있는지 모른다. 그러므로 내가 현재 사는 삶이 ‘사랑의 천사’ 쪽인지 아니면  ‘미움의 노예’ 쪽인지를  살피면서 사는 것이 슬기로운 일일 것이다. 

윤경중 / 연세목회자회 증경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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