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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산책] ‘오징어 게임’이 주는 교훈들

많은 작가의 꿈은 재미와 의미 두 마리의 토끼를 잡는 것이다. 거기에 개성과 감동이 더해지면 더 바랄 것이 없다. 나 또한 겁 없이 그런 야무진 꿈을 가지고 살아왔다. 연극에 미쳐 살 때도 그랬고, 글을 쓰는 지금도 그렇다.  
 
감상할 때는 정신없이 재미있었는데, 끝나고 나면 감동의 여운이 길고 뻐근하게 남는 작품…. 가령, 찰리 채플린의 작품을 보면 재미와 의미가 절묘하게 버무려져 있어서, 박장대소를 하다 보면 나도 모르게 왈칵 눈물이 난다. 많은 대가의 명작이 모두 그렇다.  
 
K-드라마 ‘오징어 게임’이 에미상 감독상과 남우주연상을 비롯한 6개 부문에서 수상하면서 새로운 역사를 썼다. 감격스러운 일이다. 이제 대한민국은 새로운 시대를 선도하는 문화강국으로 우뚝 섰다. 자부심을 가질 만하다. 하지만, 이제는 열띤 기쁨에서 벗어나, 성공의 바탕은 무엇인지, 앞으로는 어떻게 해야 할지 등을 겸손하고 진지하게 생각해야 할 때라는 목소리도 크다. 특히 해외작가들에게는 더욱 그런 성찰이 필요하다.
 
내가 보기에 ‘오징어 게임’이 세계적 공감과 인기를 이끌어낸 바탕에는 재미와 의미의 상승작용이 진하게 깔려 있는 것 같다. 아마도 재미+의미는 한국 예술 세계화의 핵심 중의 하나일 것이다. 달리 말하면, 오락성과 예술성의 조화다. 거기에 감동과 개성이 더해지면 큰 폭발력이 나온다.  
 


‘오징어 게임’은 양극화와 불평등 등 현대 자본주의 사회의 비정한 부조리, 빈부격차, 사회 정의란 무엇인가, 인간은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같은 근본적이고 보편적 문제를 정면으로 다룬다. 하지만 그런 심각한 메시지를 재미있는 게임과 죽느냐 사느냐를 다투는 긴장감에 풀어서 이야기한다. 바로 그런 부분이 언어의 한계를 뛰어넘어, 전 세계 시청자들의 공감을 끌어낸 것이다.
 
“제가 에미상을 받은 것으로 언어의 차이가 중요하지 않다는 사실을 증명했다. 어느 방법을 통해서든 전달만 된다면, 메시지 자체가 가장 중요하다”는 배우 이정재의 말에 동감한다. 언어나 스토리텔링의 기교보다 중요한 것은 메시지 자체의 진실성이라는 이야기다.  
 
진정성을 제대로 전하기 위해서는 어느 한구석도 소홀히 넘기지 않는 장인적 디테일이 매우 중요하다. ‘오징어 게임’은 작품의 독창성과 배우의 연기력, 미술과 음악, 스턴트까지 세계 최고 수준을 추구하며, 오롯이 작품의 힘으로 세계 정상에 섰다. 그것밖에 길이 없었던 것이 도리어 힘이 된 것이다.
 
또 한 가지, 가장 중요한 것은 개성의 힘이다. ‘오징어 게임’에 나오는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 달고나 뽑기, 구슬치기 등은 지극히 한국적인 놀이(게임)인데, 이것이 작품 성공의 중요한 요소로 활용되었다. 우리 문화의 세계화를 꿈꾸는 작가들에게 한국적인 것이란 무엇인가, 한국적인 것이 강력한 무기가 될 수 있는가는 기본적인 질문이다.  
 
그런 질문에 ‘오징어 게임’은 대답한다. 한복 차려입은 사람이나 한국적 소리 같은 걸 앞세우지 않아도, 한국적 삶의 방식, 인간관계, 한국인의 인생관이나 가치관, 삶과 죽음에 대한 생각 같은 것으로도 충분히 한국을 표현하고, 세계인의 공감대를 자극할 수 있다고….
 
이것은 미주에서 활동하는 문인, 연극인, 음악가, 화가 모두에게 구체적이고 유익한 가르침이 될 것이다. 한국 사람의 겉모습이 아닌 정신적 속내를 진솔하게 표현하는 일….  
 
어쨌건, 훌륭한 작품들 덕에 우리 모두가 한국 사람임을 자랑스럽게 여기게 되었고, 한국 문화에 자부심을 가지게 되었다. 문화의 힘이다. 그런데 나는 과연 그에 어울리는 문화인인가? 거울을 본다. 추레한 노인네 하나…. 

장소현 / 시인·극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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