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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승객이 모르는 항공기의 비밀

원시 때부터 인간은 언제나 새의 비행 능력에 매력을 느껴왔다. 새처럼 어떻게든 하늘을 날아 보고 싶었다. 새의 비행 신비를 계속 밝혀내고, 그 원리를 연구한 끝에 비행기로 하늘을 나는 데 성공한 것이 불과 120년 전 일이다.    
 
새의 뼛속은 무게를 줄이도록 거의 비어있다. 그러나 새의 골격은 다른 척추동물의 뼈보다 가벼우면서도 단단한 구조로 되어있다. 육중한 새들은 날개 길이가 그만큼 길지만, 이륙할 때엔 체중과 끌림 항력을 극복하기가 날개만으로는 불충분하다. 그러므로 펠리컨 같은 새는 이륙을 위해 지면을 40~50피트 달려 속도의 탄력을 받은 후에 날아오른다.  마찬가지로 항공기도 이륙할 때 양력을 받기 위해 달려야 할 활주로가 필요하다. 대형기일수록 활주로는 더 길어야 한다. 주날개의 플랩을 최대한 넓히고, 엔진의 최대 추진력으로 달려야 한다.  
 
항공기는 지상에서 이륙할 때, 뜰 수 있는 한계 중량이 있다. 이를 ‘최대이륙중량(MTOW)’이라 한다.  기종별로 최대이륙중량은 다르다. 이것은 항공기 제조 설계 단계에서 결정된다.  (참고로 A380기종의 MTOW는 575톤, B747기종의 MTOW는 395톤) 항공기의 자체 중량은 고정적이지만, 연료 탑재 중량은 계절성 바람과 비행시간에 따라 매우 유동적이다.
 
에어버스 A380 (Super Jumbo) 기종을 살펴보면, 항공기 자체중량은 275톤이다. 최대이륙중량은 575톤이므로, ‘탑재 가능 중량’은 300톤이 된다.    
 


요즘 LA공항에서 인천공항까지 A380기의 비행시간은 평균 13시간이 걸린다.  A380기의 비행시간당 연료소모량은 3만LB (13.6 톤)이다. 인천공항까지의 연료소모량은 39만LB (177톤)이 된다. 이에 2시간의 예비(법정)연료 6만LB (27톤)를 추가하면 연료탑재량만 204톤이 된다.  탑재 가능 중량(300톤)에서 연료 무게(204톤)를 빼면 승객과 화물을 실을 수 있는 허용 중량은 96톤이다. 만약 400석 좌석에 승객이 만석 탑승했다면 (400 x 75Kg) 30톤, 화물은 66톤을 탑재할 수 있게 된다. 만약 기상악화로 비행시간이 1시간 더 걸린다면, 연료를 더 보충해야 하고, 대신 승객수와 화물량을 대폭 감소시켜야 한다.
 
왕왕 이런 경우가 있다. 예약시엔 좌석이 없다고 해서, 사정사정해서 겨우 탑승을 했는데, 기내에 빈좌석이 상당히 남아있는 것을 보는 순간 승객은 분노를 표출하게 된다. 그런데 이는 맞바람(head-wind)의 영향으로 예상 비행시간이 길어져 추가 연료가 필요해 그 중량만큼 화물과 승객수를 줄였기 때문이라는 이유를 몰랐기 때문이다.    
 
항공기는 좌석 수를 채우는 것이 아니라 허용 중량을 채우는 것이며, 좌석 배정도 무게가 한쪽으로 쏠리지 않도록 전후좌우로 고루 배치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항공기의 속도는 바람, 중량, 고도, 외기온도에 크게 영향을 받는다. 일반적으로 미국발 한국행 비행은 맞바람 때문에 비행시간이 길지만, 한국발 미국행은 뒷바람(Tail-wind)을 받아 비행시간이 단축된다.  
 
항공기는 안전한 착륙을 위해 반드시 준수해야 할 무게가 있다. 이를 ‘최대착륙 중량(MLGW)’이라 한다. A380기의 최대착륙 중량은 386톤으로 정해 져 있다.  
 
항공기가 상공에서 종종 연료를 버리는 경우가 발생한다. 그 이유는 기내에 긴급 환자가 발생했거나, 기체의 고장으로 비상착륙을 해야 할 경우다. 항공기 동체의 무게를 최대착륙 중량 이하로 낮추도록 연료를 버려야 (무게를 줄여야) 활주로에 착륙시 충격을 줄여서 안전하게 착륙할 수가 있다.  연료 덤핑은 연료가 지면에 닿기 전에 증발하도록 최소한 고도 6000ft 이상 상공에서 실시해야 한다.  
 
조금 있으면 9·11 테러 21주년이다.  사건 당시, 미 정부는 항공노선의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미 대륙의 모든 비행 중인 항공기에 대해 긴급착륙 명령을 하달했다. 이때 항공기들이 덤핑한 연료량은 얼마나 되었을까?   

이보영 / 전 한진해운 미주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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