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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선2035] 공허한 논란

주로 의혹이란 단어로 시작한다. 짧게는 2~3일, 길게는 일주일 정도 화제가 된다. 문제를 일으킨 당사자가 손가락질받고 퇴출당하며 한 사이클이 끝난다. 한국 사회에는 논란이 소비되는 전형적인 패턴이 있다.
 
작곡가 유희열이 대중 속에서 사라졌다. 표절 의혹이 일었고 저명 작곡가가 몰락했다. 따져볼 여지가 없지는 않았다. 부활의 리더 김태원이 ‘100분 토론’에 출연해 “이게 병이라면 치료하기 전에 방관한 것”이라며 쐐기를 박았다. 유희열은 “안 그래도 힘든 세상, 저까지 힘들게 해드려 죄송하다”며 방송에서 떠났다. 똑똑한 그는 알았을 것이다. 자신이 사라져야 이 논란이 끝난다는 것을.
 
누군가에겐 통쾌한 과정인데 뒷맛이 씁쓸하다. 유희열이 사라지며 K팝의 고질적인 유사성 문제는 해결되고 표절과 재해석의 경계를 나누는 명확한 기준이 세워졌을까. 논란을 넘어 조금 더 깊숙한 논의를 해야 할 시점에선 모두가 멈춰버렸다. 무엇을 위해 그를 그리 몰아붙였던 것일까. 김봉현 음악평론가는 ‘얼룩소’에 기고한 글에서 “사람들이 유희열에게 가한 공격은 음악적인 것이라 보기 힘들다. 유희열에게서 도덕을 빼앗은 후 ‘도덕이 부재한 인간은 당해도 싼’ 응징을 가하는 과정이었다”고 썼다.
 
만 5세 조기입학 논란 속 취임 34일 만에 사퇴한 박순애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도 비슷한 과정을 거쳤다. 그가 물러나며 학제개편 정책도 함께 사라졌다. 박 장관은 “학제개편 등 모든 논란은 제 불찰”이라며 고개를 숙였다. 그 뒤 정부는 “현실적으로 어렵다”며 사실상 정책을 폐기했다. 누군가는 책임을 진 것이라고 하는데, 결국 아무것도 남지 않았다. 무의미한 논란만 반복되며 한 걸음도 내딛지 못했다.
 
논란을 일으킨 특정인은 그가 초래한 문제의 원인이나 해결책이 아닐 때가 많다. 오히려 그 문제의 모순이 반영된 반사체에 가깝다. 개인은 구조의 문제를 가리는 연막처럼 작용해왔다. 한 사람이 여론에 짓눌리며 끝나는 논란 뒤에 남는 것은 무엇일까. 그래서 우리는 무엇을 건졌나. 반복되는 수많은 논란이 공허하단 생각이 든다.
 
미국 연방의회엔 지난해 1월 6일 발생한 의회 난입사건을 조사 중인 하원 특별위원회가 있다. 난입을 선동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책임을 밝히려 그의 가족과 측근을 포함해 1년간 1000여 명을 인터뷰했다. 트럼프는 여전히 ‘선거 조작’을 주장하지만, 이 지난한 과정이 미국 민주주의의 근본적 위기를 진단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역사가 앤 애플바움은 “거대한 팩트체킹”이라고 했다. 이런 방식은 어떨까. 제자리로 돌아오는 공허한 논란보다 한 걸음씩 내딛는 제대로 된 논의 말이다.

박태인 / 한국 정치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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