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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뜨락에서] 아름다운 지구

“우주에는 신비도 장엄한 경외심도 없었다.” (중앙일보 10/11/22 화요일) 이 기사는 정말 충격이었다. 이는 나의 우주에 대한 꿈과 환상을 산산이 부숴버리기에 충분했다. 로켓을 타고 우주여행을 다녀온 스타트렉 선장 William Shatner(1931~)는 “우주는 죽음과 캄캄한 공허, 장례식 같았다”고 슬픔을 토로했다.     1960년대 인기드라마 스타트렉에서 제임스 커크 선장 역을 맡았던 91세의 노장이 일 년 전 우주여행에서 돌아와 이 체험을 소개하는 책을 발간했다. 그는 “내가 우주여행에서 기대했던 모든 것들은 틀렸고, 우주여행은 모든 생명을 연결하는 궁극적인 카타르시스가 될 것을 예상했지만 전혀 다른 경험을 했다. 내 우주여행은 축하해야 할 일이 되어야 했는데 오히려 장례식과 같았다. 우주의 잔인한 냉기와 생명을 양육하는 지구의 온화함이 대조를 이루었고 그것은 나를 벅찬 슬픔으로 가득 채웠다. 내가 우주를 바라보았을 때 어떤 신비도 장엄한 경외심도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또한 자신이 느낀 우주의 공포와 지구의 아름다움을 생생하게 설명했다. 그는 “우주에서 본 것은 죽음이었고 차갑고 캄캄한 검은 공허함을 보았다. 그것은 지구에서 보거나 느낄 수 있는 어둠과는 또 달랐다”고 강조했다. 그의 우주에 대한 이 모든 진술에 공감이 갔고 그가 무엇을 보고 느꼈는지 내 피부 속으로 고스란히 전염되었다.     지구의 역사 이래 지금까지도 인간에게 우주는 신비의 베일에 감춰져 있다. 1969년 인류의 첫 달 착륙은 역사상 위대한 기록을 남겼다. 인간의 호기심과 창의력은 끊임없이 진행되어 지구의 궤도를 넘어 우주를 탐험하고 연구하며 인간의 잠재력을 확장해 나가고 있다. 아마존 창업자 제프 베이조스는 현역에서 은퇴하고 미국 우주 탐사기업 블루 오리진을 창업하여 우주여행으로 관심을 돌리고 있다.     ‘비상!’ 비상은 항상 나 자신의 지대한 관심사였다. 현실에서 불가능한 일들을 나는 꿈속에서 많이 이루며 즐기는 편이다. 지금도 비상할 준비는 언제든지 되어 있다. 항상 밤하늘을 바라보고 별을 세며 별똥별을 지켜보고 은하수를 상상하며 성운을 그려본다. 칼 세이건의 ‘코스모스’도 우주에 대한 궁금증을 참지 못해 집어 든 책이었다. 풍부한 상상력에 날개를 달아 다른 행성에 존재할지도 모르는 생명에 대한 경외감을 즐기곤 했다. 그리고 언젠가는 로켓으로 하는 우주여행이 아니고 날개 달린 인간으로 진화하기를 꿈꾸며 지금도 우주여행의 꿈을 접지 않고 있다.     이번에 발표된 새트너의 체험은 우주는 장례식과 같은 슬픈 경험이었고 신비도 경외감도 없는 죽음이었을 뿐만 아니라 아름다움은 지구 밖이 아니라 바로 여기 지구 안에 있다고 했다. 불행하게도 인간은 항상 없는 것, 이룰 수 없는 것을 원한다. 지금까지는 지구에서 바라보는 우주는 신비 그 자체였다. 하지만 막상 지구를 떠나 우주에서 바라보면 지구가 얼마나 아름다운지, 그 푸른 창공, 비옥한 땅, 울울창창한 숲과 광활한 바다에 숙연해진다. 비행기가 착륙할 때 뚫고 지나는 구름과 바람, 또 우리를 기다리는 따스한 불빛은 또 얼마나 고귀한지, 또 여기에 사는 인간은 얼마나 소중한지, 여기 있는 인간들이 인간관계에서 만들어낼 수 있는 시너지 효과는 얼마나 무한한지, 자연이 빚어내는 계절의 신비, 사람과 사람 사이의 정, 사랑, 예술작품, 생명의 기적, 어느 것 하나 소중하지 않은 것이 없다. 이 아름다운 지구에 살게 된 것은 정말 놀라운 축복이다. 오늘 최선을 다하고, 어제를 후회하지 않으며, 밝은 내일을 기대해본다. 정명숙 / 시인삶의 뜨락에서 지구 여기 지구 우주 탐사기업 공허 장례식

2022-11-04

[시선2035] 공허한 논란

주로 의혹이란 단어로 시작한다. 짧게는 2~3일, 길게는 일주일 정도 화제가 된다. 문제를 일으킨 당사자가 손가락질받고 퇴출당하며 한 사이클이 끝난다. 한국 사회에는 논란이 소비되는 전형적인 패턴이 있다.   작곡가 유희열이 대중 속에서 사라졌다. 표절 의혹이 일었고 저명 작곡가가 몰락했다. 따져볼 여지가 없지는 않았다. 부활의 리더 김태원이 ‘100분 토론’에 출연해 “이게 병이라면 치료하기 전에 방관한 것”이라며 쐐기를 박았다. 유희열은 “안 그래도 힘든 세상, 저까지 힘들게 해드려 죄송하다”며 방송에서 떠났다. 똑똑한 그는 알았을 것이다. 자신이 사라져야 이 논란이 끝난다는 것을.   누군가에겐 통쾌한 과정인데 뒷맛이 씁쓸하다. 유희열이 사라지며 K팝의 고질적인 유사성 문제는 해결되고 표절과 재해석의 경계를 나누는 명확한 기준이 세워졌을까. 논란을 넘어 조금 더 깊숙한 논의를 해야 할 시점에선 모두가 멈춰버렸다. 무엇을 위해 그를 그리 몰아붙였던 것일까. 김봉현 음악평론가는 ‘얼룩소’에 기고한 글에서 “사람들이 유희열에게 가한 공격은 음악적인 것이라 보기 힘들다. 유희열에게서 도덕을 빼앗은 후 ‘도덕이 부재한 인간은 당해도 싼’ 응징을 가하는 과정이었다”고 썼다.   만 5세 조기입학 논란 속 취임 34일 만에 사퇴한 박순애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도 비슷한 과정을 거쳤다. 그가 물러나며 학제개편 정책도 함께 사라졌다. 박 장관은 “학제개편 등 모든 논란은 제 불찰”이라며 고개를 숙였다. 그 뒤 정부는 “현실적으로 어렵다”며 사실상 정책을 폐기했다. 누군가는 책임을 진 것이라고 하는데, 결국 아무것도 남지 않았다. 무의미한 논란만 반복되며 한 걸음도 내딛지 못했다.   논란을 일으킨 특정인은 그가 초래한 문제의 원인이나 해결책이 아닐 때가 많다. 오히려 그 문제의 모순이 반영된 반사체에 가깝다. 개인은 구조의 문제를 가리는 연막처럼 작용해왔다. 한 사람이 여론에 짓눌리며 끝나는 논란 뒤에 남는 것은 무엇일까. 그래서 우리는 무엇을 건졌나. 반복되는 수많은 논란이 공허하단 생각이 든다.   미국 연방의회엔 지난해 1월 6일 발생한 의회 난입사건을 조사 중인 하원 특별위원회가 있다. 난입을 선동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책임을 밝히려 그의 가족과 측근을 포함해 1년간 1000여 명을 인터뷰했다. 트럼프는 여전히 ‘선거 조작’을 주장하지만, 이 지난한 과정이 미국 민주주의의 근본적 위기를 진단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역사가 앤 애플바움은 “거대한 팩트체킹”이라고 했다. 이런 방식은 어떨까. 제자리로 돌아오는 공허한 논란보다 한 걸음씩 내딛는 제대로 된 논의 말이다. 박태인 / 한국 정치팀 기자시선2035 공허 논란 조기입학 논란 작곡가 유희열 유사성 문제

2022-08-17

[시선2035] 공허한 논란

주로 의혹이란 단어로 시작한다. 짧게는 2~3일, 길게는 일주일 정도 화제가 된다. 문제를 일으킨 당사자가 손가락질받고 퇴출당하며 한 사이클이 끝난다. 한국 사회에는 논란이 소비되는 전형적인 패턴이 있다.   작곡가 유희열이 대중 속에서 사라졌다. 표절 의혹이 일었고 저명 작곡가가 몰락했다. 따져볼 여지가 없지는 않았다. 부활의 리더 김태원이 ‘100분 토론’에 출연해 “이게 병이라면 치료하기 전에 방관한 것”이라며 쐐기를 박았다. 유희열은 “안 그래도 힘든 세상, 저까지 힘들게 해드려 죄송하다”며 방송에서 떠났다. 똑똑한 그는 알았을 것이다. 자신이 사라져야 이 논란이 끝난다는 것을.   누군가에겐 통쾌한 과정인데 뒷맛이 씁쓸하다. 유희열이 사라지며 K팝의 고질적인 유사성 문제는 해결되고 표절과 재해석의 경계를 나누는 명확한 기준이 세워졌을까. 논란을 넘어 조금 더 깊숙한 논의를 해야 할 시점에선 모두가 멈춰버렸다. 무엇을 위해 그를 그리 몰아붙였던 것일까. 김봉현 음악평론가는 ‘얼룩소’에 기고한 글에서 “사람들이 유희열에게 가한 공격은 음악적인 것이라 보기 힘들다. 유희열에게서 도덕을 빼앗은 후 ‘도덕이 부재한 인간은 당해도 싼’ 응징을 가하는 과정이었다”고 썼다.   만 5세 조기입학 논란 속 취임 34일 만에 사퇴한 박순애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도 비슷한 과정을 거쳤다. 그가 물러나며 학제개편 정책도 함께 사라졌다. 박 장관은 “학제개편 등 모든 논란은 제 불찰”이라며 고개를 숙였다. 그 뒤 정부는 “현실적으로 어렵다”며 사실상 정책을 폐기했다. 누군가는 책임을 진 것이라고 하는데, 결국 아무것도 남지 않았다. 무의미한 논란만 반복되며 한 걸음도 내딛지 못했다.   논란을 일으킨 특정인은 그가 초래한 문제의 원인이나 해결책이 아닐 때가 많다. 오히려 그 문제의 모순이 반영된 반사체에 가깝다. 개인은 구조의 문제를 가리는 연막처럼 작용해왔다. 한 사람이 여론에 짓눌리며 끝나는 논란 뒤에 남는 것은 무엇일까. 그래서 우리는 무엇을 건졌나. 반복되는 수많은 논란이 공허하단 생각이 든다.   미국 연방의회엔 지난해 1월 6일 발생한 의회 난입사건을 조사 중인 하원 특별위원회가 있다. 난입을 선동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책임을 밝히려 그의 가족과 측근을 포함해 1년간 1000여 명을 인터뷰했다. 트럼프는 여전히 ‘선거 조작’을 주장하지만, 이 지난한 과정이 미국 민주주의의 근본적 위기를 진단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역사가 앤 애플바움은 “거대한 팩트체킹”이라고 했다. 이런 방식은 어떨까. 제자리로 돌아오는 공허한 논란보다 한 걸음씩 내딛는 제대로 된 논의 말이다. 박태인 / 한국 정치팀 기자시선2035 공허 논란 조기입학 논란 작곡가 유희열 유사성 문제

2022-0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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