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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아직도 ‘통일은 우리의 소원’ 인가

흔히들 한국은 세계 유일의 분단국가라고 한다.  그러나 아직도 분단국가로 현존하는 나라가 더 있다. 키프로스, 아일랜드가 분단된 상태이며, 중국도 엄밀히 말하면 분단국가이다.  
 
반대로 분단국에서 통일을 성취한 국가로는 독일, 베트남, 예멘이 있다.  독일은 서독이 동독을 흡수하는 방식으로 평화적 통일을 이루었지만, 베트남은 전쟁을 통해 통일되었고, 예멘은 내전을 치르다가 합의 방식으로 통일을 이루었다.    
 
분단국가(Divided Nation)란 본래는 하나의 국가였으나, 어떤 역사적 계기로 인해 복수의 지역으로 나뉘어 각각 다른 통치 기구가 공존하는 불안정한 국가를 말한다.    
 
우리 세대는 어렴풋이 6·25 전쟁을 경험했고, 남과 북의 분단 현실(이산가족, 실향민, 이념 등)을 뼈저리게 느끼며 살아왔다. 전쟁 후 경제적, 정치적, 사회적으로 불안정한 환경에서 ‘우리의 소원은 통일’ 이란 동요를 수도 없이 부르며 자랐다. 5·16 쿠데타 후에는 ‘민족중흥의 역사적 사명을 띠고 이 땅에 태어났다’는 말을 엄숙히 암기해 가면서 중,고교를 마쳤다. 그만큼 남북통일과 민족중흥은 우리 세대의 시대적 과제였다.  
 
한국인이라면 통일을 바라지 않는 사람이 어디 있으랴?  1990년 독일의 베를린 장벽이 무너지고 동서독이 통일될 때, 한국에도 통일의 열망이 한껏 고조되었었다. 북한의 값싼 노동력, 천연자원에 남한의 자본과 기술력을 합친다면 ‘통일은 대박이다’ 라는 선언이 나오기도 했다.  서독 정부도 동독의 값싼 노동력, 토지개혁, 지하자원, 낙후된 공장 시설의 재건 등 양독의 경제부흥 시너지 효과를 추산하며 오직 희망과 희열로 가득 차 있었다.  이에 따라 발 빠르게 동독지역에 공장을 짓고 시설을 이전한 기업들이 증가했지만, 동독의 청년들은 앞다투어 서독으로 계속 이동해 갔고, 노인층만 남은 동독엔  공동화(空洞化) 현상이 벌어졌다. 당초 기대와는 정반대 현상이 초래되었다.
 
서독은 갑자기 몰려오는 청년인구의 과부화로 실업률을 감당하지 못하자 직장마다 동독인 취업 할당제가 부여되었다. 필자는 2000년부터 5년간 독일 주재 근무를 하면서 통독 후의 경제, 사회, 문화의 격차를 실감하면서, 우리 회사에 함께 근무했던 동독인들의 의식구조, 행동과 능력, 경쟁력 등이 서독인보다 현저히 낮은 것을 알게 되었다.    
 
당시 통독 후 10년이 지났지만, 동독지역은 여전히 폐허로 무성한 잡초와 유실된 도로망, 교량이 지금도 눈에 선하다. 동독에 투자했던 시설들은 결국 해체되어 다시 중국으로 이전하는 막대한 손실도 발생했다. 현재 독일은 통일된 지 32년째이다. 그간 많은 시행착오를 겪으며, 엄청난 비용과 국민적 희생을 불러왔다. 사실상 동독을 생각보다 훨씬 비싸게 구입한 셈이다.  
 
요즘 한국의 젊은이들은 ‘우리의 소원은 통일’이 아니라 ‘우리의 소원은 평화’ 라고 동요를 개사해 부른다. 그들도 통독의 30년 사례를 보고, 통일의 대가와 희생이 얼마나 큰 것인가를 알게 되었다.  섣부른 통일로 자칫 함께 망하는 길보다 ‘각자도생 (各自圖生)’으로 가야 한다고 주장한다.    
 
대부분의 청년들은 결혼을 부담스럽게 생각하듯 통일도 부담스럽게 여긴다. 통일 없이도 평화는 가능하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하지만, 평화를 지키기 위해서는 강력한 힘(군사력, 경제력)이 전제되어야 한다. 타협이나 굴종으로 또는 어떤 대가를 주고 얻은 평화는 일시적일 수밖에 없다.
 
젊은세대는 기성세대에 비해 통일의 비전이나 필요성에 대한 인식과 기대가 낮고, 민족의 동질성 회복에 관심이 낮은 것으로 조사되었다.  그들에겐 ‘국가에 대한 희생’에 주춤하며 ‘생존 개인주의’ 가 핵심 가치관이 되었다.    
 
세대가 바뀌고 환경이 변화되면 통일정책과 교육이  바뀌어야 할 것이다. 남과 북이 더는 적대적 대결이나, 경쟁적 소모는 지양하고 각자도생에 충실하도록 변해 가야 할 것이다.  

이보영 / 전 한진해운미주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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