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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위상 높아진 K클래식

‘나는 우리나라가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나라가 되기를 원한다. 가장 부강한 나라가 되기를 원하는 것은 아니다. 오직 한없이 가지고 싶은 것은 높은 문화의 힘이다. 문화의 힘은 우리 자신을 행복하게 하고 나아가서 남에게 행복을 주기 때문이다.’(김구의 ‘나의 소원’)
 
백범 김구 선생의 꿈이 이루어진 것일까. 요즘 대한민국을 이야기할 때 문화와 예술을 빼놓고 이야기할 수 없을 정도로 이른바 한류로 분류되는 우리나라 문화의 힘은 일시적인 유행을 넘어 세계 문화의 중심에서 중요한 흐름을 바꾸는 하나의 장르로 인식되고 있다.  
 
드라마 콘텐트로 일본·중국 등 아시아권에서 시작된 한류는 이후 K팝이라는 이름으로 전 세계 대중음악 팬들 사이에서 알려지기 시작했고 이는 트렌드에 민감한 젊은 세대의 폭발적 관심으로 이어지며 우리나라의 대중음악계를 단숨에 세계의 중심에 올려놓았다.
 
최근에는 영화계의 성과도 놀랍다. 그간 예술성과 작품성을 중요시하는 유럽 영화제에서의 성과를 넘어 자본주의와 결합한 상업영화의 상징이자 할리우드 영화계를 이끄는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은 최고 권위의 작품상을 거머쥐며 파란을 일으켰다.
 


최근 두어 달 동안 세계적 권위의 국제 콩쿠르에서 한국의 젊은 연주자의 잇따른 수상 소식은 국내외 클래식계의 신선한 바람을 일으키며 전 세계 클래식 팬들을 사로잡고 있다.  
 
반 클라이번 국제 피아노 콩쿠르에서 역대 최연소 우승 기록을 세운 18살의 임윤찬, 세계 3대 음악 콩쿠르로 꼽히는 퀸 엘리자베스 첼로 부문에서 우승한 최하영, 시벨리우스 국제 바이올린 콩쿠르 우승 양인모 등이 그 주역이다.  
 
정명훈·정경화·조수미·연광철 등 이미 굵직한 클래식 스타를 배출한 한국 음악계는 조성진·선우예권·임동혁·손열음 등 젊은 음악가들이 꾸준히 국제 콩쿠르에서 수상하며 그 영광을 이어갔고 클래식 한류를 이끌고 있다.  
 
또한 철저한 제작 시스템으로 운영되는 유럽의 오페라극장에서 활약하고 있는 한국 성악가들은 동양인이라는 한계를 넘어 우리나라의 국제적 위상을 높이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오늘날 유리천장이라 여겼던 유럽의 클래식계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한국의 뛰어난 음악가들은 대부분 해외 매니지먼트사의 소속으로 국제무대에서 활약하고 있다. 이는 아직 국내 클래식 내수 시장이 그들의 기량만큼 성장하지 못했고, 그들을 세계적으로 프로모션 할 수 있는 국내 매니저먼트사의 부재 등을 이유로 들 수 있다. 클래식의 주요 무대가 유럽이나 미국 등 해외이기 때문에 국제적 명성을 쌓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지만, 이는 자칫 이들을 내한공연을 펼치는 해외 뮤지션과 같이 잠시 다녀가는 스타로만 인식할 뿐 앞서 언급했던 국내 클래식 시장의 지속적인 활성화에 대한 성과는 기대하기 어렵다.
 
국내에도 클래식을 전문으로 하는 몇몇 매니지먼트사들이 있기는 하지만, 해외진출이나 해외 협연까지는 영향을 끼치지 못하고 있다. 이들의 규모는 전문 아티스트의 매니지먼트라고 부르기에는 아쉬운 공연 기획 및 제작을 겸하는 공연 기획사의 역할에 더 가까운 것이 현실이다.  
 
유대계는 공고한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오랜 시간 전 세계 클래식계를 주도해 왔고, 일본과 중국은 기업의 스폰서십으로 자국의 아티스트들의 성장을 도왔다.  
 
오늘날 세계 속 한국 클래식의 성장을 이야기할 때 그 사회적 효과를 연주자 개개인의 역량으로만 맡겨두기엔 너무나 안타까운 문화적 손실이라 할 수 있다.
 
대중의 사랑을 전제로 성장하는 대중예술과 클래식은 태생적으로 성장 배경이 다르다. 클래식 음악은 좀더 장기적인 안목으로 미래를 위한 과감한 투자가 이루어져야 한다.  
 
오늘날 한국영화의 눈부신 성장을 이야기 할 때 국내 굴지의 대기업인 CJ의 역할을 빼놓을 수 없다. 한국 클래식계에도 이와같은 대규모의 후원이 필요하다.  
 
세계 속에 인정받고 있는 젊은 음악인들의 역량을 하나로 모아 그들을 지속적으로 프로모션하며 국내외 클래식 시장의 활성화를 견인할 수 있는 전문적 역량의 매니지먼트사의 출현이 절실한 시점이다.

강혜명 / 성악가·소프라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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