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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다문화 사회의 아이들

이번 가을에 입학연령이 된 딸을 위해 입학서류를 써넣었다. 필자가 살고 있는 캘리포니아 도시의 입학서류 상단에 있는 중요한 질문은 이런 것이다. ‘가정에서 쓰는 언어는 무엇인가요?’ ‘아이가 처음 말하기 시작한 언어는 무엇인가요?’ 내 대답은 물론 한국어다.  
 
미국 학생의 10%는 외국어를 사용하는 가정에서 온 ‘영어학습자’로 분류된다. 많은 이민자 부모가 영어에 익숙하지 않고, 아이들과 의사소통을 위해서도 가정에서 모국어를 쓰게 한다. 그러다 보니 미국에서 태어났더라도 이민자 가정에서 자란 아이들은 입학할 때 언어 실력이 또래보다 떨어지는 경우가 많다.
 
이런 아이들이 잠재력을 잘 발휘하기 위해서는 언어 실력이 단일언어 사용자와 비슷해진다는 13세 정도에 이르기까지 학교와 사회의 이해가 매우 중요하다. 이중언어를 사용하는 아이들의 특성을 이해하고, 조금 어눌한 영어를 이해해주는 관대함이 필요하고, “두 개 언어를 할 줄 알다니 대단해”라는 격려가 도움이 된다.
 
요즘에는 미국에서 인종 다양성이 특히 강조되는 추세이다 보니 동화책이나 TV 프로그램에 다양한 인종의 아이들이 주인공 역할로 나와서 부모의 말을 쓰는 장면이 등장할 때가 종종 있다.  
 


이런 책이나 프로그램을 볼 때마다 부모로서 남들과 다른 우리 아이가 환영받고 있다고 느끼게 되고, 또 아이들이 잘해낼 수 있을 거라고 안심하게 된다.
 
아예 이민자로 이루어진 미국과는 사정이 다르다고는 해도, 한국이 ‘다문화 사회’로 진입한 것도 이미 오래되었다. 한국은 어느새 150만 명의 체류 외국인이 거주하는 나라이고, 700만 명에 이르는 재외 동포들이 뿌리로 여기는 나라이다.
 
올해 입학한 한국 초등학교 학생의 4%는 이주 배경 아동이라고 하고, 저출산 사회에서 이 비율은 계속 늘어나고 있다고 한다. 이 아이들의 수가 늘어나고 있지만 한국의 아동용 콘텐트들이 이 아이들을 포용하고 있는지, 학교에서 이 아이들의 감정과 상황이 충분히 배려받고 있는지는 의문이 많다.
 
지난 4년간 에누마는 이주배경 가정의 아이들을 위한 부가기능이 있는 한글학습 제품을 보급하면서 많은 교사와 부모들을 만날 기회가 있었다. 해외에서 건너온 외할머니가 이주민 부모에게서 태어난 아이를 기르는 가정, 장애가 있는 이주민 가정 아이, 해외에서 태어난 아이들이 대다수로 이루어진 학교, 부모와 아이들과 구글 번역기를 통해 의사소통하는 선생님의 이야기 등등. 미국의 한인 사회에서 매일 접하고 듣는 이야기이지만 한국이라는 배경에서는 새롭게 들렸다.
 
그러면서 아직도 사회적 편견이 이 아이들의 학교생활과 학습을 어렵게 하는 부분이 안타깝게 느껴졌다. 해외 이민자로 살면서 아이를 키우고 있는 필자와 동료들은 이주배경 가정이 교육에서 맞닥뜨리는 어려움에 깊이 공감하면서 다른 나라에서 우리가 배우고 느낀 것을 나눌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다.
 
예컨대 일러스트레이션에서 아이들을 모두 같은 살색으로 칠하지 않는 것은 어떤가. 다른 아이들보다 늦게 글자를 배워야 하는 아이들의 자존감을 위해서 교재에 등장하는 아이들의 나이를 조금 늦추면 어떨까. 다른 나라의 역사와 상황에 대해 바르게 알고, 혹시라도 잘못된 편견이 드러나지 않도록 조심해야 하지 않을까.
 
이주 배경의 아이들이 우리가 사는 동네에서 잘 보이지 않는다고, 한 반에 한두 명에 해당할 만한 적은 수라고 소홀히 여길 것이 아니다. 다문화 사회인 한국의 문화적 다양성에 대한 고민이나 한국어 이중사용자에 대한 경험과 연구는 세계 안에서의 한국 문화를 더욱 발전시켜줄 것이다.
 
한국을 세계와 연결하는 이 아이들의 잠재력을 소중히 생각하고, 이들의 존재가 사회 안에서 환영받는다고 느낄 만한 배려를 더 많이 했으면 좋겠다.

이수인 / 에누마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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