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 오름세 끝이 안보인다
5월 소비자물가 상승률 8.6%, 41년만에 최고치
연준 금리인상에도 에너지·식료품·렌트 급등
긴축강도 높아질 듯…인플레 공포에 증시 급락
미국의 소비자 물가 상승률이 예상을 깨고 40여년 만에 최고 기록을 다시 썼다. 지난달 연방준비제도(Fed)가 20년 만에 처음으로 ‘빅스텝’(한 번에 0.5%포인트 금리인상)을 단행한 뒤 물가가 정점을 찍고 안정화할 것으로 기대됐으나, 오히려 에너지·식료품·렌트 등이 일제히 올랐다. 인플레이션 공포와 연준의 통화긴축 강도가 높아질 것이란 전망에 뉴욕증시는 급락했다.
10일 노동부는 5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전년동월대비 8.6% 급등했다고 밝혔다. 4월 소비자물가 상승률(8.3%)보다 오름폭이 커졌고, 3월(8.5%) 기록도 넘어서며 1981년 12월 이후 최대폭으로 올랐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전문가들을 대상으로 집계한 예상치(8.3%)도 넘어섰다.
전월대비로도 1.0% 올라 지난 4월 상승폭(0.3%)을 크게 넘어섰고, 시장 전망치(0.7%)도 웃돌았다. 변동성이 큰 에너지·식품을 제외한 근원 소비자물가지수는 전년 동월보다 6.0%, 전월보다 0.6% 각각 오른 것으로 집계됐다.
생필품 가격은 전년동월대비 두 자릿수대로 올랐고, 에너지는 34.6% 치솟아 2005년 9월 이후 최대 폭 상승했다. 특히 휘발유값은 48.7% 폭등했다. 식료품은 1년 새 11.9% 급등해 43년만에 최대폭 상승했고, 전기료는 12.0% 올랐다. 주거 비용은 5.5% 올랐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이 길어지며 에너지, 식량 등 원자재 부족 사태가 이어지고 있는 데다 팬데믹으로 인한 공급망 타격, 중국의 봉쇄조치 등이 복합 작용한 결과다.
인플레이션 공포에 뉴욕증시는 일제히 급락했다.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는 전일대비 880포인트(2.73%) 하락한 3만1392.79포인트에 마감했고, S&P 500 지수도 116.96포인트(2.91%) 내린 3900.86에 거래를 마감했다. 나스닥 지수는 414.20포인트(3.52%) 떨어진 1만1340.02로 장을 마감했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LA 항구에서 행한 대국민연설에서 “인플레이션 문제 해결을 경제 최우선순위로 두고 있다”고 강조하고, 세계적 물가 상승을 촉발한 러시아를 비난했다.
대통령은 또 “모두가 엑손(모빌)의 이윤을 알도록 할 것”이라며 “엑손은 지난해 하느님보다 돈을 더 벌어들였다”고 석유회사들에도 직격탄을 날렸다.
바이든 대통령은 “석유회사들은 9000건의 시추 허가를 확보하고 있지만, 시추에 나서지 않고 있다”며 “그들은 석유를 생산하지 않아서 더 많은 돈을 벌어들이는 데다, 조세를 피하려고 시장에서 자신들의 제품을 되사기 때문에 생산에 나서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엑손모빌의 지난해 당기순이익은 230억 달러에 달한다.
김은별 기자 kim.eb@koreadailyn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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