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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전쟁과 코로나가 스쳐간 ‘올림피아드’

주로 국제정치에 관한 무거운 글을 써 왔는데, 이번엔 다른 시각으로 세상의 흐름을 바라보려 한다. 지난달 마지막 며칠을 세계창의력올림피아드(Odyssey of the Mind World Championships)가 열리는 아이오와주 에임스에서 보냈다. 1970년대 미국에서 처음 열린 이래 세계 청소년들이 모여 과학과 퍼포먼스로 다양한 문제에 대한 창의적 해법을 내놓는 장으로 자리 잡은 행사다. 필자의 아이들도 메릴랜드주 대표로 미 전역의 주 대표 및 각국 대표팀과 겨뤘다. 코로나19 이후 처음 대면으로 열렸는데, 아이오와주립대 강당에 모인 수천 명이 각 팀 구호를 외치면서 다른 팀을 응원했다. 바닥에 타월을 깔고 각 팀이 디자인한 핀도 서로 교환한다.
 
올림픽경기처럼 희망찬 기쁨은 있지만 스캔들이나 정치적 논쟁은 없었던 이 행사에서 지정학이 드리운 그림자를 볼 수 있었다. 러시아와 매년 대규모 팀을 보내던 중국과 홍콩, 그리고 독일·일본이 불참했다. 코로나와 국제정세 중 무엇이 더 영향을 줬을까. 주최 측은 내년엔 만나길 바란다는 성명만 내놓았지만, 러시아의 불참은 지정학적 이유가 클 것이다. 다른 팀과 즐겁게 핀을 교환하던 러시아 아이들. 이들의 부모가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러시아를 떠난 친서방 자유주의자 수만 명 중에 포함된 건 아닐까. 대러 경제제재로 해외여행 경비를 대기가 어려웠을까. 아니면 러시아인으로 국제대회에 참가하는 게 부끄러웠을까. 어찌 됐건 이번에 못 온 러시아 청소년은 푸틴 대통령에 의한 피해자다.
 
중국팀 불참도 시진핑 주석의 제로 코로나 정책 때문일 가능성이 크다. 도시 봉쇄 탓에 함께 모여 준비하는 것도, 해외여행도 불가능했을 것이다. 중국 대표팀은 늘 씩씩했고 목소리도 크고 핀 교환에도 열정적이었기에 올해 그 빈자리가 특히 눈에 띄었다. 중국공산당은 방역이란 미명 아래 자국민을 전 세계로부터 차단했다. ‘동방은 뜨고 서방은 지고 있다’는 운동까지 펼친다. 프로파간다 담당자는 창의력올림피아드 속 우스꽝스러운 모자와 풍자극·발명품 등을 서구 쇠락의 증거로 보려 하겠지만, 최종전에 미항공우주국(NASA) 관계자들이 와서 미래의 발명가·과학자들을 독려하는 걸 아는지 모르겠다.  
 
중국의 중산층 규모는 미국 인구와 맞먹는다. 이들은 ‘시진핑 사상’ 앱 사용을 강요받지만, 자신의 자녀는 전 세계와 연결되길 바란다. 내년 올림피아드엔 중국팀이 참가할 수도 있다. 30년 후 여기서 경쟁한 미·중 청소년들이 더 평화롭고 생산적인 시대에 각자 분야를 대표하는 리더로 다시 만날 수도 있다.
 


지정학적 상황과 코로나로 국제사회가 쪼개졌지만, 이 행사를 통해 인간이 얼마나 상호거래를 사랑하는지 깨닫게 된다. 수만 개의 핀과 다채로운 팀 마스코트(버지니아주 팀의 메두사, 한국의 한복과 나비, 뉴욕의 자유의 여신상 등)를 교환한다. 언어는 통하지 않아도 암묵적 규칙 속에 이뤄지는 핀 교환식을 통해 청소년들은 우애를 다진다. 자유주의적 국제주의의 실험장이다.
 
한국도 여러 팀이 참가했는데, ‘Seven Best Kids’ 팀이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미국 아이들이 “한국팀 배지 받았어!”라고 자랑하며 다닐 정도로 인기가 높았는데, 특히 세 개의 핀을 맞추면 한반도 모양이 완성되는 핀이 그랬다. ‘김일성 사상’을 외우는 북한 청소년도 참가할 날이 올 것이라고 믿는다. 그들은 전 세계가 자유 한국을 칭송하는 것을 보고 놀라면서도 자긍심을 가질 것이다. 세계창의력올림피아드는 지정학이 아닌 창의력을 겨루는 곳이지만, 세상을 다시 조화롭고 번영하며 상호 연결된 곳으로 만들 기회가 미래 세대에 있음을 느끼게 해주는 축제의 장이기도 하다.

마이클 그린 /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선임부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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