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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미국 내 소수계 언론의 역할

최근 대학 저널리즘 스쿨과 비영리단체를 도와주면서 미국 내 다양한 이민 커뮤니티 언론과 교류하는 기회를 가졌다. 일단은 중국, 베트남, 우크라이나, 미얀마 등 수많은 이민자 커뮤니티가 있다는  사실에 놀랐다. 더 놀라운 것은 아무리 작은 이민 커뮤니티라도 이민 신문이나 방송 하나쯤은 있다는 것이다.  
 
영어가 불편한 신규 이민자들에게는 소수계 언론의 존재는 필수불가결한 것이다. 또한 지역 사회나 정부 차원에서도 이민 커뮤니티를 접촉하고 싶을 때 가장 먼저 연락할 곳이 이민 언론이다.  
 
최근 인상 깊게 지켜본 언론은 중국 전문 온라인 뉴스 ‘서프 차이나(supchina.com)’이다. 2016년 설립된 서프 차이나는 중국 베이징에서 20년간 주재 해온 언론인 제레미 골드콘이 미국에 돌아와 설립한 중국 전문 언론이다. 중국의 문화, 경제에 관한 뉴스레터로 시작한 이 언론은 미·중 관계를 다루면서 주목을 받고 있다고 한다. 특히 미·중 경제전쟁과 코로나19 사태 등과 관련해 중국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골드콘이 말한 이 신문의 목적은 중국에 대해 ‘공포나 선호 없기 보도하기(without fear or favor)’이다. 미국 내 특정 이민 전문 언론을 운영하기는 어렵고, 특히 중국 관련은 더욱 그렇다. 중국에 대해 좋아하거나 싫어하는 계층의 구분이 뚜렷해 어떠한 보도가 나가건 친중, 반중 양쪽에서 비난을 받는다.
 
일부 친중국 정부 신문들과 달리, 서프 차이나를 비롯한 대다수의 이민 언론은 중국정부 지원을 받지 않아 중국에 대해 좀 더 공정하게 보도할 수 있다고 그는 주장한다. 반면 중국 전문 언론으로서 중국 및 중국인을 악마화하는 일부 정치권도 두고 볼 수는 없어, 결국 친중 반중 세력 모두에게 눈총을 받는 것이 이 신문의 위치다.
 
미국에 위치한 중국 전문 언론으로서 중국 정부의 검열이나 통제에 벗어나 중국에 대해 보도하는 것도 이들의 의무다. 중국 현지에 기자를 두고 중국 정부에서 검열하는 학술 대회나 정치적 의견도, 미국의 언론자유를 최대한 활용해 보도한다.
 
언론인보호위원회의 카를로스 마티네스 드 라 세르나 국장과 유엔에 따르면 지난 2021년 한해 동안 언론인 55명이 피살, 수감, 탄압을 받았다. 특히 멕시코에서만 언론인 8명이 사망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취재하던 다수의 언론인도 사망했다. 이처럼 본국에서 탄압 받거나 검열 당하는 이야기를 미국에서 보도하는 것도 이민 언론의 역할이다. 예를 들어 캘리포니아에 위치한 러시아계 슬라빅색(SlavicSac)은 러시아 정부가 보도하지 않는 전쟁 관련 보도를 하고 있다고 루슬란 구자이 편집국장은 말한다.
 
지금 소수계 언론은 여러모로 어려운 위치에 처해 있다. 소셜미디어 등에서는 가짜 뉴스가 퍼지고 있고, 독자들은 선정적인 인터넷 뉴스를 선호하면서 이민 언론의 입지는 좁아지고 있다. 반면 이민사회에 큰 역할을 하는 소수계 언론에 대한 정부 및 공공단체의 지원은 여전히 부족하다.  
 
하지만 미국 내 이민 언론은 본국 언론이나 미국 주류언론이 할 수 없는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이민 언론은 여러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언론 본연의 역할을 위해 노력해야 할 것이다. 

이종원 /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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