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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상식이 통하는 사회

요즘 한국에선 ‘검수완박’이란 생소한 단어가 연일 매스컴을 강타하고 있다. 웬만큼 교육 받은 사람들조차 생뚱맞게 들리는 신조어(?)다. 풀어 해석하면 대한민국이 건국되면서부터 70년 넘게 시행되어 온 검찰수사권을 완전박탈하겠다는 상식 밖의 꼼수 법안이다. 국회 과반인 171명의 민주당이 퇴임하는 대통령과 비리 의혹을 받고 있는 이재명 전 대선후보를 앞으로 혹시 불거질지도 모를 수사에서 미리 보호해 보겠다는 의도다.  
 
조금만 들여다 보면 그 속내가 훤히 들여다 보이는 상식 밖의 무리수를, 둘째가라면 서러워할 똑똑한(?) 의원님들이 국민을 바보로 알고 힘 자랑을 자행하는 현실이 서글퍼진다.                
 
상식이 통하는 삶이란 별난 것이 아니다. 인간의 도리가 지켜지고 미래에 대한 예측이 가능한 삶이다. 그 결과 누구나 열심히 정직하게 살면 잘 살 수 있으리라는 희망을 가질 수 있는 삶이다. 다시 말해 법과 원칙이 지켜지기에 요령을 피울 필요가 없는 삶이 바로 우리가 기대하는 상식적인 삶이다.
 
상식은 물흐르 듯 순리에 맞는 삶이다. 그래서 일찍이 독일의 문호 괴테는 상식을 ‘행복의 수호신’이라고 말했다. 상식이 무너지면 그 결과 사회질서가 무너지고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 때문에 불안과 요행과 요령이 판을 치는 불행한 세상이 될 수밖에 없다는 말이다.  
 


정치든 법이든 모든 리더십은 상식이 통하는 세상을 만드는 데 있다. 그래서 지도자는 사회에 꿈과 희망을 줄 수 있어야 한다. 그런데 우리가 몸담고 있는 요즘 사회는 너무나도 상식 밖의 일들이 판을 치고 있다. 그 결과 상식과 거리가 먼 일들이 태연하게 벌어지고 있다.  
 
정권욕이나 당리당략에 따라 수시로 바뀌는 이 같은 정책으로 알게 모르게 상처를 입어온 평범한 국민 사이에 정부나 지도자에 대한 불신이 팽배할 수밖에 없는 건 어쩌면 지극히 당연한 일이다.  
 
상식에는 두 가지의 뜻이 있다. 상식이 풍부하다고 말하는 경우와 상식이 통한다고 했을 때이다. 의미가 조금 다르다. 상식이 풍부하다는 의미는 아는 것이 많다는 뜻이다. 그렇지만 반드시 상식에 따라 사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실제로 많이 배워 더 많은 상식을 아는 사람들 가운데서 오히려 상식을 무시한 독선과 거짓의 삶을 사는 경우를 주변에서 종종 볼 수 있다.
 
이와 달리 배운 것이 별로 없는 민초들이 자연과 삶 속에서 습득한 지혜로 오히려 더 상식적인 삶을 사는 경우도 많다. 상식은 꼭 교육의 정도에 비례하는 것은 아닌 모양이다.  
 
암울한 군사독재 치하에서 어둠 속 빛이 되어 살다간 고 김수환 추기경은 평소 상식적인 삶을 유독 강조한 분이다. 참된 신앙인은 가장 상식적인 삶을 살아야 한다는 것이 바로 그분의 믿음이요, 가르침이었다. 신앙이 특별한 것이 아니라 사람답게 사는 길로 여겼기에 그분의 삶이 평범한 상식 안에서 비범한 카리스마를 지녔던 것이다.
 
상식적인 삶은 처해진 각자의 삶에 충실한 삶이다. 농부는 농사를 짓고, 교사는 가르치고, 학생은 배우고, 정치인은 국가와 국민에 봉사하는 것이다.  
 
내가 속한 삶의 텃밭, 내가 사는 시대의 고민, 내가 처한 역사의 과제, 내가 발을 딛고 사는 현실의 문제를 회피하지 않고 살아갈 때, 그 삶은 자연 ‘상식’에 가까운 값진 삶이 될 것이라 믿는다.
 
가정과 사회를 넘어 국가와 세상에 상식이 강물처럼 흐르기를 바란다. 

김재동 / 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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