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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4·29폭동이 남긴 과제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한 지역에 천재지변이나 사회적 대형 소요사태가 발생하면 위정자들은 으레 사회 구성원 중 소수민족 또는 소수집단을 골라 희생양으로 삼는 경우가 있다. 그들에 대한 근거 없는 혐의와 소문을 퍼뜨려 성난 군중으로 하여금 그들을 복수와 분풀이의 대상으로 삼게 하는 것이다.  
 
이런 과정에는 언론의 역할이 크다. 30년 전에 일어난 4.29폭동 당시 우리 한인들이 흑인 폭도들의 표적이 된 이면에는 주류방송과 신문사의 역할이 컸다. 성난 흑인들이 폭동을 저지른 원인은 로드니 킹을 인정사정 없이 폭행한 4명의 경관들에게 무죄 평결이 내려졌기 때문이다. 그런데 당시 이 평결이 두순자 사건 판결과 공교롭게도 겹쳤다.  
 
두순자 사건 판결이 난 후 1주일 내내 주류 일간지는 한인이 운영하는 업소에 1달러19센트 오렌지 주스 한 명을 사러 들른 15살밖에 안된 흑인 소녀와 가게 주인 사이에 벌어진 사건을 보도했다. 신문은 업소 주인과 고객의 다툼 끝에 주인이 어린 소녀를 총으로 쏴 죽였다는 보도를 연일 계속했다. TV도 이런 내용의 영상을 1주일 내내 방영했다.  
 
두순자 사건을 다룬 재판 과정에서는 사실과 다른 점들이 밝혀졌다. 15살밖에 안되는 어린 소녀로 묘사된 라타샤 할린스는 실제로는 나이답지 않게 덩치가 크고 건장했다. 업소 주인을 위압할 정도였고 연약한 가게 주인을 주먹으로 가격해 두 번이나 쓰러뜨린 장면이 방영되었다.  
 


또한 흑인지역에서 장사하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이 강도에 살해되고 시달렸는지도 알려졌다. 목숨은 잃지 않더라도 매일 언제 어떻게 당할지 모르는 공포 속에 제대로 장사를 못한다는 사실 등이 법정 심리 중에 논의됐다.  
 
당시 이 사건을 맡은 판사는 주로 어린이 복지문제를 다루던 변호사였다. 그는 언론에는 전혀 알려지지 않은 사실들이 밝혀지는 것을 보면서 가벼운 형량을 판결했다.  
 
한인 커뮤니티는 4.29 폭동의 희생양이 되어 인명과 막대한 재산 피해를 겪었다. LA 전체가 당한 8억 달러의 피해 중 한인 피해액이 4억 달러였다. 2300개 이상의 한인업체가 피해를 당했으며 그 중 많은 점포가 문을 닫았다.
 
4.29는 한인 이민 역사에 경종을 울린 가장 큰 사건이다. 한인들은 이 같이 엄청난 시련을 겪으면서도 좌절하지 않고 다시 일어나 전보다 더 발전하는 저력을 보였다. 또한 4.29는 우리로 하여금 정치력 신장의 중요성을 일깨웠다.  
 
하지만 아직도 부족한 점은 있다. 주류사회에 우리의 목소리를 전달할 대변인이 필요하다. 4.29 폭동 때에도 앤젤라 오 변호사가 우리의 사정과 억울함을 주류사회에 전달하는 역할을 했다. 앞으로도 한인 커뮤니티에서 더 많은 정치인들이 배출돼야겠지만 이와 함께 사명감을 갖고 커뮤니티의 의견과 상황을 주류사회나 매체에 전달할 대변인도 필요하다.  
 
한인사회에는 여러 장학재단이 운영돼 학생들의 학자금을 지원하고 있다. 이런 장학금의 일부를  이들 커뮤니티 대변인 배출에 사용한다면 우리의 목소리를 주류에 전달하는 효과적인 창구가 될 것이다.

서동성 /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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