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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전쟁으로 막힌 ‘하늘길’

최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민간 항공기의 러시아 영공 통과 항로가 폐쇄됐다. 그간 러시아의 영공 통과로 아시아·유럽간 또는 미동부·아시아간의 비행시간을 상당히 단축해 왔지만 전쟁이 시작되자 항공기 안전을 위해 북극 상공으로 더 멀리 우회해 비행시간은 종전보다 1~2시간 늘어났다.  
 
비행시간이 늘면 운항비용 상승, 착륙 공항 스케줄 변경, 승객 불편 등 많은 부담이 발생한다.    
 
‘항로(航路)’라는 용어는 원래 바다에서 배가 다니던 ‘뱃길(Seaway)’을 뜻했다. 20세기에 들어 와 항공기가 날면서 ‘하늘길(Airway)’에도 항로라는 용어를 해운에서 차용하고 있다.  
 
영공 통과는 단축항로이다. 돌아가는 길은 멀지만 직선 길은 짧고 빠르다. 영공(領空)은 영토와 영해(해안선에서 12해리) 위의 하늘로 그 나라의 주권이 미치는 공간이다. 즉 국가가 영유권을 가지는 공중 영역을 뜻한다. 하지만 우주 공간은 특정 국가에 속하지 않는 자유 공간이다.
 


국제선 운항은 관련 국가간에 항공협정을 맺고, 협정에 따라 영공 통과와 관제 서비스를 받는다. 영공을 통과할 때에는 통과 영역과 시간, 항공기의 크기에 따라 영공 통과료(Overflying Fee)를 지급하게 된다. 즉 영공을 통과하는 동안 제공 받는 관제정보 서비스에 대한 대가이다. (해운에는 영해 통과료가 없다. 대신 운하통과료는 운하관리국에 선불로 지급한다)  
 
미국은 본토뿐만 아니라 태평양과 대서양을 건너는 모든 항공기에 대해 관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따라서 미국 영공이 아닌 태평양을 비행할 때도 영공 통과료를 지급해야 한다.  
 
1928년 독일의 새뮤얼 슈바르츠라는 개인이 루프트한자(독일항공)를 상대로 항공기가 자기 집 위로 날아 다니는 비용을 청구했다. 이 발상이 오늘의 항공업계 영공 통과료 부과의 계기가 됐다.  
 
도로에는 신호등이, 바다에는 등대가 있다면 하늘에는 항공관제소가 있다. 신호등이 수많은 차량운행을 통제하듯이 항공관제소는 하늘의 신호등으로 공중의 비행기와 공항에 대기 중인 항공기를 통제한다.
 
항공관제 서비스는 비행기가 이륙해서 착륙할 때까지 항공기의 안전을 위해, 지상의 관제탑이나 위성을 통해 조종사와 충돌방지(안전) 정보, 항로 정보, 기상 정보, 항공기 상태, 이착륙 정보 등을 주고 받는 것을 말한다.  
 
예전엔 조종사와 관제사(관제탑 근무자)간에 음성으로 실시간마다 운항정보를 교환했지만 지금은 통신 시스템의 발전으로 통상적인 데이터 정보는 컴퓨터가 자동으로 교환해 더 많은 정보를 더 빠르고 정확하게 얻을 수 있게 됐다.  
 
모든 공항에는 관제탑이 높이 보인다. 관제탑은 1920년 런던의 크로이던공항에 최초로 세워졌다. 타워는 높이 4.6m(15ft)로 사방 창문을 통해 비행기를 육안으로 직접 보면서 조종사에게 위치, 활주로 선택, 이착륙 지시 등 기본적인 정보만 제공했다.
 
항공관제가 영국에서 시작됐기 때문인지 관제사와 조종사간의 통용어는 영어이며, 조종사의 자격 조건엔 관제용어 숙지와 영어 통용이 필수다.
 
요즘 북한이 미사일을 동해로 자주 시험발사하고 있다. 북한은 한국·미국간 북시베리아 항로를 이용하는 한국 민항기의 안전을 보장할 수 없다는 경고를 했다. 이후 한국 국적기들은 북쪽 동해안 통과를 포기하고 일본 영공을 통과함으로써 인천공항 도착시간이 약 30분 정도 더 걸린다고 한다.
 
지리적으로 인천공항은 북한 영공과 매우 근접해 있다. 김대중 정부 때 맺은 항공협정이 천안함 사건으로 파기돼 한국 민항기들은 중국이나 일본 영공을 이용하고 있다. 비행시간과 운항비용 면에서 지금까지 엄청난 부담을 안고 있다.        
 
한없이 넓고 끝없이 높은 하늘이지만 날개가 있다고 자유롭게 비행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이보영 / 전 한진해운 미주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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