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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시끄러운 사회가 건강하다

이번 대선의 특징은 무엇일까. 선거는 축제여야 하고 여러 가지 의견이 오가는 생산적인 자리여야 하는데, 실망스럽게도 수준 낮고 품격 떨어진 모습의 연속이었다.
 
어쨌건 선거는 끝났는데 사람들은 대선 이후 혼란을 더 걱정한다. 심지어 선거 때의 분열과 갈등이 더 악화할 것이라고 하는 사람들도 있다. 신경증적인 불안을 가지고 사는 사람들, 혹은 폭력과 권위로 국민을 통제하려는 자들이 퍼뜨리는 수작이다.
 
우리나라 국민은 큰 역경 속에서 살아왔다. 6·25 이후의 척박한 삶을 견뎌내었고, 군부독재 하에서도 민주화를 위해 폭압적인 군부에 대항했고, IMF 사태가 터졌을 때도 금 모으기 운동을 해서 나라를 살린 국민이다. 마치 거센 파도를 견뎌낸 선장처럼 강인한 정신력을 가졌기에 대선 이후 나라가 난파선처럼 될 것이란 걱정은 안 한다.
 
혹자는 그래도 나라가 조용해야지, 갈등과 분열에 휩싸이면 안 된다고 불안해하기도 한다만 그야말로 기우에 지나지 않으며 무지에서 나온 발상이다.  
 


심리학자 글래서는 모든 생물 중에서 인간이 가장 지적인 존재가 된 이유는 각 욕구 간의 갈등이 계속 있었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인간은 본질적으로 다른 바람을 충족하려는 지속적인 노력, 특히 욕구 간 끊임없이 존재하는 갈등을 해소하려고 노력해 왔고, 유전자에 의해 이끌리고 있기 때문에 이런 갈등을 피할 수 없고 오히려 이로 인하여 더욱 현명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나라가 조용한 경우는 딱 한 가지다. 미얀마 군부처럼 포악한 정권이 국민의 입을 틀어막은 경우다. 그렇게 조용한 사회는 고인 물처럼 썩어서 사람이 살 수 없는 폐허가 된다. 역대 독재자들은 시끄러운 것을 싫어해서 언론에 가장 먼저 재갈을 물렸다. 그렇게 얻은 침묵은 폭력적이기에 국민을 병들게 했다.
 
아이들을 키우는 가정이 너무 조용하면 문제가 많은 가정이라고 한다. 건강한 가정에서는 아이들이 떠들고 싸우고, 그러다가 웃고 논다. 사회도 마찬가지로 시끌시끌해야 건강한 사회이다. 획일화가 아닌 다양한 의견이 오가는, 시장처럼 시끄러운 사회가 가장 바람직하다. 다만 극우·극좌로 나뉘어서 서로 적개심을 품고 대립하는 것은 바람직한 모습이 아니란 것은 꼭 강조하고 싶다. 그런 분열은 사회기능을 마비시킬 뿐만 아니라 폭압적인 권력자에게 개입의 명분을 주기 때문에 위험하다.
 
대선 이후 조심해야 할 사람은 국민이 아니라 당선인이다. 당선인의 마음가짐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첫째로 정치보복을 하지 말아야 한다. 정치보복은 또 다른 보복을 낳기 때문이다. 성경에서 누누이 보복하지 말라고 하는 것은 보복은 반드시 대를 이어 피를 부르고 분열을 일으키기 때문이다.
 
두 번째로 겸손해야 한다. 지금의 당선인은 국민 전체가 아닌 절반의 지지를 받았다. 나머지 절반은 의견이 다르다는 것이다. 따라서 오만해서는 안 되고 겸손해야 한다. 러시아의 푸틴은 지나친 자만심으로 나라에 심각한 손상을 입혔다. 심리학자들은 푸틴의 문제를 오만 증후군이라고 진단하기조차 한다. 오만 증후군이란 지나친 자기애가 만든 부작용인데, 과대망상과 충동적이고 비현실적인 선택을 부르는 심각한 병이다.  
 
지도자가 오만해지면 판단력이 흐려지고 아부꾼들에게 둘러싸여 현실 감각을 잃는다. 이들을 물리치고 바깥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겸손함이 없으면 권력은 오래가지 못하며, 한 사람의 모자람 때문에 온 국민이 생고생할 가능성이 크다.
 
지금 한국인은 지난 세대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수준이 높다. 국민이 정치인보다 수준이 더 높다. 이런 국민에게는 설득만이 유일한 권력유지 방법이다. 이전의 어리석은 정권처럼 폭력을 사용한다면 그것은 자멸의 길로 가는 것이다.

홍성남 / 가톨릭 영성심리상담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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