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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별영어] 헝가리 공주

 고전으로 손꼽히는 영화 ‘마이 페어 레이디(My Fair Lady)’는 사회적 방언을 실감 나게 보여 줍니다. 1900년대 초 같은 런던에 살면서도 계층에 따라 말이 달라 서로 소통하기조차 어려웠기 때문이에요. 오드리 헵번(사진)이 연기한 일라이자는 길에서 꽃을 팔며 하층민의 말 코크니(Cockney)를 사용하는데 극장 앞에서 우연히 만난 음성학자 히긴스 교수가 자신의 발음을 형편없다고 지적하자 다음 날 그를 찾아갑니다. 말씨를 바꾸고 꽃집을 차려 성공하고 싶다고 하죠.
 
우여곡절 끝에 히긴스의 맹훈련은 성공합니다. 코크니의 여러 특징 중에  today를 ‘투다이’로 발음하는 것이 알려져 있죠. 그는 “The rain in Spain stays mainly in the plain”처럼 ‘에이[ey]’ 음이 많은 문장을 무한 반복하라는 등 갖가지 훈련을 시켜요. 결국 일라이자는 무도회에서 완벽한 상류층 언어를 구사해 정중한 대접을 받습니다. 귀족들은 그녀를 ‘헝가리 공주’라고 짐작하는데, 이 대목이 흥미롭죠. 왜 하필 헝가리 공주일까요?
 
헝가리에는 여러 언어를 쉽게 배우는 언어천재들이 많기 때문입니다. 헝가리인의 대다수인 마자르족은 동양인에 가까운 외모에 우랄어 계통의 언어를 사용합니다. 유럽의 언어는 대부분 인도유럽어족에 속하지만 헝가리어는 먼 동양에 뿌리를 두고 있지요.
 
동서양의 이질적인 문명이 교차했던 지역이라 그런지 헝가리뿐 아니라 주변의 동유럽 국가 사람들 대부분이 외국어를 쉽게 배웁니다. 서양은 물론 동양의 언어도요. 동유럽인 교수들은 전 세계 어디서 학회가 열리든 2주 전쯤 현지 언어를 미리 익힌다며 공부해요. 큰 용기를 내서가 아니라 교양인으로서 당연하다 여기면서요.
 
최근 러시아의 침략 때문에 미디어에 자주 나오는 우크라이나인들도 동유럽인답게 외국어 구사력이 뛰어납니다. 이들은 슬라브족이고 언어는 인도유럽어족에 속하지만 아마 적극적으로 이민족들과 소통한 조상들의 유전자가 남아 있나 봅니다.
 
옛날에는 전쟁을 통해 동서양 문명의 교류가 이루어졌지만, 21세기에 이런 상황이 벌어졌다니 믿기지 않습니다. 전쟁의 비극을 알기에 우리는 더욱 마음 아프지요.
 
기필코 조국을 지켜내겠다고 우크라이나로 돌아가거나 전장에 남은 이들과 피난길에 오른 이들 모두에게 신의 가호가 있기를, 그리고 전쟁이 얼른 끝나 동유럽인들이 빼어난 언어 능력을 바탕으로 소통하며 세계 평화에 기여하는 날이 오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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