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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일기] 다양한 아시안 서사가 중요한 이유

지난주, 올 가을 브로드웨이에 진출한다는 뮤지컬 ‘케이팝(KPOP)’ 기자회견에 참석했다. NY1, NBC, 뉴욕포스트, PIX11, 한국 취재진 등 25개 매체가 몰려 인산인해를 이뤘다. 생각보다 큰 관심에 뉴욕한국문화원 직원들도 뿌듯한 분위기였고, 포토타임 이후 취재 경쟁도 꽤 치열했다.
 
기다림 끝에 뮤지컬 케이팝의 디렉팅을 맡은 테디 버그먼 감독에게 물었다. ‘아시안 소재 뮤지컬인 만큼, 혹시 증오범죄나, 아시안들이 이민자로서 살아가는 고충을 풍자하는 내용도 약간 들어 있느냐’고. 뉴욕에서 증오범죄가 핫이슈인 데다, 시선이 꽤 몰려 있는 만큼 당연히 그렇다는 답이 돌아올 거라고 예상하고 던진 질문이었다. 하지만 의외로 대답은 “노(No)” 였다.  
 
매우 강한 어조의 부정이라 살짝 당황하던 찰나, 버그먼 감독은 바로 말을 이어갔다. 케이팝 스타가 되고 싶은 일반적인 사람들, 한국인들이 얼마나 열정적이고 야망이 넘치고, 꿈을 위해 이들이 얼마나 인생을 쏟아붓는지를 제대로 보여주는 데 초점을 맞추고 싶었다는 것.  
 
뮤지컬 음악을 작곡한 한인 작곡가 헬렌 박 역시 같은 대답이었다. 그는 “시대를 초월한 뮤지컬을 만들려 했고, 각자의 이야기에 초점을 맞추려 했을 뿐 특정 이슈를 다루겠다는 생각은 없었다”고 했다. 또 “다양한 아시안들의 이야기를 제대로 들려주는 데 의미가 있고, 이들의 이야기들이 계속 노출되다 보면 사람들도 아시안에 대해 더 제대로 알고 받아들이지 않을까 싶다”고 강조했다.  
 
인종차별을 딛고 살아가는 아시안들의 삶도 반영하려고 노력했다고 답했다면 좀 더 광고 효과가 있었을 수도 있을 텐데, 이들은 오히려 아시안 서사를 담백하게 전하는 데 의미가 있다고 본 것이다.  
 
예상외였던 제작자들의 답변은 많은 생각을 하게 했다. 잊을 만하면 뉴욕 일원에서 아시안이 공격당했다는 소식이 들려오고, 이 소식이 뉴스로 생산된다. 물론 예전엔 숨기려 했던 차별과 증오범죄 문제를 겉으로 꺼낸 것은 의미가 크다. 제대로 된 처벌을 끌어내는 방법이기 때문에 이런 뉴스는 계속 필요하다.  
 
다만 지나치게 증오범죄 이야기에만 초점을 맞추는 것은 자칫 ‘아시안=범죄 타겟’이라는 또 다른 차별이나 편견을 생각하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 볼 문제다. 꿈을 위해 살아가는 다양한 아시안, 열정적으로 살아온 한인들의 일반적 서사가 더 많이 알려져야 하는 것 아닌지. 우리가 마치 ‘백인’ 이야기라고 해서 내용을 예측하고 영화를 보거나 소설을 읽지 않는 것처럼, 다양한 아시안의 이야기가 알려져 더는 ‘아시안’ 콘텐트라고 광고하지 않아도 될 때, 진정 차별도 사라지지 않을까.

김은별 / 편집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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