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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난민 캠프의 아이들

우크라이나에서 벌어진 전쟁이 한 달 넘게 지속하고 있다. 1000만 명에 달하는 사람들이 집을 떠났고, 이웃 나라로 피난한 400만 명 중에 아이들만도 150만 명에 이른다. 우크라이나 난민이 임시 대피한 체육관을 비춰주는 화면에서 매트리스에 앉아 책을 읽거나 모바일 기기를 손에 쥐고 있는 아이들이 눈에 들어온다. 이웃 나라인 폴란드나 독일로 피난한 이들의 소식을 전하는 뉴스에서는 국경을 무사히 넘는 아이들의 모습과 새로운 학교에 처음 등교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피난온 아이들이 학교에 가는 모습은 일상이 회복되었다는 상징처럼 여겨진다. 유엔인권기구는 난민 아이들이 학교를 안전한 공간으로 경험하고 새로운 학교생활에 잘 적응하는지를 교육권 보장의 한 척도로 삼는다.  
 
그러나 우크라이나 밖으로 시선을 넓히면 이런 장면은 극히 드물다는 것을 알게 된다. 내전으로 국경을 넘었던 시리아 난민의 많은 수는 여전히 갈 곳을 찾아 떠돌고 있다. 로힝야족 난민과 베네수엘라 난민 문제도 해결책이 보이지 않는다. 분쟁뿐 아니라 기후변화와 경제위기로 삶의 터전을 떠나 다른 곳을 향할 수밖에 없는 이들도 늘어나고 있다. 전 세계 인구의 1%에 달하는 8000만 명이 난민으로 살고 있는데 이 가운데 고향으로 돌아갈 수 있는 이들은 5%도 되지 않는다.
 
이렇게 집을 떠나온 사람 중 많은 수는 몇 년, 때로는 수십 년 넘게 개발도상국에 마련된 난민 캠프에 머무르며 기본적인 의식주만 제공되는 일상을 살아간다. 난민 아동 가운데 절반 정도만 초등학교에 가고, 22%만이 중등학교에 진학한다. 어렵게 학교에 가더라도 언어 차이나 환경의 열악함 탓에 제대로 공부를 하기가 어려워 많은 난민 아이들이 기본적인 읽고 쓰기를 하지 못한다.
 


에누마는 교사의 도움이 부족한 곳에서 기초학습을 돕는 태블릿 프로그램을 제공하면서 지난 수년간 여러 지역의 난민 아이들을 만나왔다. 2017년에는 케냐의 난민촌에서 진행하는 기초교육 사업에 참여했다. 인근 르완다, DR콩고, 남수단에서 분쟁을 피해 온 아이들이 난민촌 안의 학교에 등교를 하지만 교사가 부족해서 교사 한 명이 250여 명의 아이를 가르치는 상황이었다. 이 아이들이 9개 조로 나뉘어 한 명에 30분씩, 태블릿 30대를 돌려가며 공부를 했다. 이보다 더 사정이 열악했던 로힝야족 난민 캠프는 아예 학교가 없었다. NGO 사무실에서 밤새 충전한 태블릿을 배낭에 담아 아침마다 몇몇 가정에 배달하면 그 집에서 동네 아이들이 모여 공부를 했다. 이 프로그램은 앞으로 5년에 걸쳐 프로그램을 확대해서 최대 19만 명에게까지 닿을 계획인데 예산과 자원의 문제로 한 아이당 6개월밖에는 기회가 주어지지 않는다.
 
운이 좋게 선진국에 도착한 난민들의 상황은 훨씬 낫다. 지역사회에 받아들여서 교육을 하고 일자리를 주는 프로그램이 진행된다. 그러나 어쩔 수 없이 이방인으로서 차별, 소외, 가난을 마주하고 살아간다. 아이들이 새로 정착한 사회에 적응하기 위해서는 교육이 필수적이지만 오랫동안 학교에 다니지 못한 끝에 언어를 새로 배우고 공부를 따라가기는 쉽지 않다.
 
국경으로 나뉘어 있지만 지구의 모든 곳은 서로 영향을 미치고, 우리는 지구 반대쪽의 우크라이나 아이들이 이탈리아의 학교에 입학하는 뉴스를 본다. 더 안정된 세계를 원하고 기후변화에 함께 대응할 수 있는 공통의 협력을 원하고 지속가능한 미래를 원한다면 다른 나라 아이들의 재난과 가난과 교육의 문제는 완전히 남의 일이 아니다. 먼 길을 떠나 우리 사회의 울타리 안으로 들어온 아이들이 최대한 좋은 능력을 발휘하는 성인이 될 기회를 갖도록 함께 돕자.

이수인 / 에누마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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