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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즘] 푸틴의 우크라이나 침공

안유회 사회부장

안유회 사회부장

 러시아가 23일 우크라이나를 침공했다. 23일 이전만 해도 러시아의 침공 가능성을 놓고 일반적인 관측과 연방 정부의 관측이 엇갈렸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의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가입 행보에 지속해서 경고를 보내고 국경에 대규모 병력을 배치한 상황에서도 전문가들은 대체로 러시아의 군사적 움직임을 일종의 협상용 카드로 봤다. 뉴욕타임스의 분석은 이런 시각을 잘 보여줬다. 뉴욕타임스는 러시아의 군사적 움직임을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과 핵무기나 중화력 군사무기의 폴란드 배치를 절대 반대한다는 안전보장 요구를 서방 국가가 진지하게 받아들이도록 하려는 시도일 수 있다”고 해석했다. 협상용 카드라는 것이다.
 
반면, 백악관은 일관되게 러시아가 군사 행동에 돌입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러시아군이 일부 복귀하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질 때도 며칠 내로 침공이 가능하다고 발표했다. 침공 전날엔 전면전이 가능할 정도로 군사력이 증강됐다고 밝혔다. 이 부분은 백악관이 맞았다.
 
러시아와 미국·서방, 우크라이나의 입장은 분명하다. 나폴레옹부터 나치까지 서유럽에 들어선 맹주는 늘 러시아로 몰려갔고 폴란드와 우크라이나는 그 관문이었다. 미국은 여전히 맹주고 나토는 그 토대다. 폴란드에 이어 우크라이나까지 나토에 가입하면 문 앞에 맹주가 버티고 있는 셈이다. 옛 소련이 쿠바에 핵을 배치하려 했을 때의 미국과 비슷한 심정일 수 있다. 더군다나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정치적 자산은 연방 해체로 종이호랑이가 된 러시아의 영광을 되찾고 있다는 이미지다.  
 


미국과 서방은 경제 영토를 넓히고 에너지를 안정적으로 공급받는다는 면에서는 러시아와 협력하지만, 푸틴의 영향력 확장은 현상을 유지하며 제어해야 한다. 그래야 중국의 부상을 견제하는 데 힘을 모을 수 있다.
 
소련 연방에서 떨어져 나와 독립한 우크라이나는 존재 자체가 위협인 러시아의 힘을 나토 가입으로 누르려 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결론도 나지 않은 일, 이를테면 “나토 사무총장과 통화하고 6월 나토 정상회의 참석을 논의했다” 같은 것도 트위터에 올렸다. 나토 가입은 서방보다는 우크라이나가 더 적극적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미국이 아시아로 회귀해 중국 목죄기에 나선 지금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많은 나라의 셈법이 복잡해졌다. 러시아는 20일 만에 크림반도를 합병한 것처럼 속전속결 뒤 협상을 모색하려는 모양새다. 하지만 우크라이나가 게릴라전을 택하면 문제는 복잡하다. 러시아는 아프가니스탄에서, 미국은 베트남과 아프가니스탄에서 게릴라전의 깊은 수렁을 경험했다. 미국은 중국 제어에도 힘이 부치는 상황이어서 2개의 전선을 만들고 싶지 않겠지만 “나, 아직 죽지 않았다”고 외치는 러시아의 기세를 방치할 수만도 없을 것이다.
 
벌써 신냉전 얘기가 나오지만 세상은 변했다. 미국도 나토도 경제 제재만 외칠 뿐 군사적 대응에는 멈칫하고 있다. 코로나19는 아직 끝나지 않았고 코로나19 대응에 푼 거대한 유동성 대처에도 벅차다. 다시 막대한 전비를 쓸 여력이 없다. 더구나 미국은 몇 달 전에야 아프가니스탄에서 철군했다. 예전의 냉전처럼 스크럼을 짜기에는 내 코가 석 자여서 전쟁에 발을 담그고 싶은 나라는 없는 듯하다.
 
우크라이나 침공은 먼 땅의 이야기가 아니다. 냉전 해체 이후 전 세계가 하나의 경제권으로 묶인 탓에 자원 부국인 우크라이나가 공급하던 네온, 철광석, 티타늄 등의 공급난 우려가 나오고 있다. 유가는 벌써 급등세를 보이고 있다. 유가 상승은 물가 인상으로 직결된다. 우크라이나 사태로 미국 인플레이션이 10%에 이를 것이라는 CNN의 보도는 결과적으로 푸틴이 노린 약한 고리일지도 모르겠다. 

안유회 / 사회부장·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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